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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결산] (12) 도전 자체로 아름다웠던 그녀들의 이야기 - 핸드볼 여자하키 리듬체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다혜 기자] 한국은 여자 하키, 여자 핸드볼, 리듬체조에서 모두 메달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눈에 보여진 '노메달'이라는 결과보다 그 뒤에 자리한 4년의 '노력'이 더 아름다웠기에 그녀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우생순’의 기적을 이어가지 못한 여자 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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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 감독이 코치 생활 포함 4번째 올림픽 여자 핸드볼팀을 이끌었다. [사진=OSEN]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한국 여자 핸드볼은 리우 올림픽에서 24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다. 코치 시절을 포함해 4회째 올림픽 출전을 이끈 임영철 감독은 “이번이 가장 약한 구성”이라 전력을 평가하면서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나온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재연을 꿈꿨다. 영화의 소재가 된 당시 결승에서 한국은 덴마크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얻은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조별 예선 첫 경기인 러시아 전에서 초반 7골까지 앞서며 첫 승의 희망을 품었지만 후반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며 역전을 허용, 첫 패배를 안았다. 이어진 스웨덴 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2연패를 당했다. 세 번째 네덜란드 전에서는 불혹의 맏언니 오영란(44 인천시청) 골키퍼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7m 드로우를 막아내며 드라마 같은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기적 같은 무승부 이후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프랑스 전에서 6점차 점수를 뒤집지 못하며 8강행이 좌절됐다. 기다리던 첫 승은 한국행이 확정된 아르헨티나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따냈다. 전후반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한 여자 핸드볼 팀은 28-22로 승리를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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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의 기적을 재연하려던 여자 핸드볼팀이 결국 8강에 좌절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OSEN]


이렇게 조별 예선에서 1승 1무 3패에 그치며 6개국 중 5위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에이스’ 김온아(27 SK슈가글라이더즈)가 런던 대회에 이어 다시 부상으로 조기 이탈하며 슬픈 예감을 일으켰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노래가사처럼 빠른 스피드와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전력을 다했음에도 유럽의 높이와 힘에 밀려 32년 만에 올림픽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이제 한국 여자 핸드볼은 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젊은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네덜란드 전과 아르헨티나 전에서 11골을 성공한 권한나(26 서울시청)와 같은 경기에서 6골을 넣은 최수민(26 서울시청)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밖에 정유라(24 대구시청), 이은비(25 부산시설공단), 유소정(20 SK슈가글라이더즈) 역시 어린 나이에도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여자 핸드볼을 이끌어왔던 맏언니 오영란과 우선희(38 삼척시청)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제 원조 ‘우생순’은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 핸드볼의 저력이 탄탄한 만큼 차세대 우생순의 등장이 기대된다.

땀과 눈물에 비해 초라한 결과 - 여자 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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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하키팀이 20년만의 메달 획득의 큰 꿈을 꿨으나 결국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진=OSEN]


핸드볼 못지않게 오랜 강훈을 바탕으로 메달 도전에 나섰던 한국 여자 하키도 20년의 공백을 깨지 못했다. 조별리그 최하위(1무 4패)로 일찍 짐을 싸야 했다. 한국 여자 하키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근에는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 지난해 월드리그 준우승으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올림픽의 메달 유망 종목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1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1-4, 2차전 네덜란드에 0-4, 3차전 독일에 0-4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희망의 불씨조차 사라졌다. 이후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예선전인 스페인과의 경기에서조차 2-3으로 패하며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세계랭킹 8위의 한국이 14위 스페인에게 패했으니 메달을 떠나 내용 자체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이다.

한국 하키는 현재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선수와 등록 팀이 갈수록 줄어들고, 일부 팀은 출전 선수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다시 메달 유망종목으로 부상한 것 자체가 대견한 일인지도 모른다. 2020 도쿄에서는 흘린 땀과 눈물에 걸맞은 성적이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자’ - 꿈을 이룬 손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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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지난 런던 올림픽 5위에 이어 리우 올림픽에서는 종합 4위에 오르며 한 단계 성장을 이뤘다. [사진=OSEN]


'국민 여동생'에서 '영원한 우리의 여왕'으로 남아 있는 김연아(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뒤를 이어 ‘국민여동생’이 된 리듬체조의 손연재. 리우 올림픽은 그의 성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에 올랐다. 러시아 콤비 마르가리타 마문(76.483점)과 야나 쿠드랍체바(75.608점)가 금,은 메달을 가져갔고, 우크라이나 간나 리자트디노바(73.583점)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현실적으로 마문과 쿠드랍체바를 뛰어넘기는 힘들었다. 결국 동메달을 놓고 손연재, 리자트디노바, 멜리티나 스타니우타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스타니우타는 곤봉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로 5위권으로 밀려났다. 이어 손연재는 후프 18.216점(3위), 볼 18.266점(4위), 곤봉 18.300점(3위), 리본 18.116점(4위)를 기록하며 준수한 점수를 올렸다. 후프에서 살짝 스텝이 꼬였으나 대체로 후회 없을 만큼 모든 연기를 잘 소화했다. 4위는 4년 전 런던 올림픽의 5위보다 한 계단 상승한 순위. 계단 하나를 오르는 데 4년이 걸릴 만큼 리듬체조는 동양인에게 불리하다.

손연재는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 지나친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극도의 슬럼프에 시달렸다. 당시 손연재는 은퇴를 고민할 정도로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그러나 옐레나 리표드로바 코치와 어머니 윤현숙 씨의 조언과 애정이 손연재의 마음을 돌렸다. 결국 그녀는 2번의 올림픽과 한 번의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더욱 견고해졌다. 어릴 적 일기장에 적었던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자’던 꿈을 두 번이나 이룬 것이다. 마지막 연기와 함께 활짝 웃으며 관중을 향해 손 키스와 손가락 하트를 보내던 손연재의 모습은 이런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세상에서 세 손가락에 안에 들든, 다섯 손가락 안에 들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아시아에서 가장 리듬체조를 잘 하는 선수이고,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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