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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이슈] 확 바뀐 색깔로 돌아온 맨체스터 형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지난 시즌 EPL의 판도는 예측불허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격팀 레스터시티의 우승이나, 전통 강호들의 몰락이 있었다. 2014-15시즌 챔피언 첼시는 10위를 기록했고, 2위와 4위에 올랐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도 기대에 못 미치는 4위와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름 각 클럽들은 구겨진 체면을 세우기 위해 영입 경쟁에 불씨를 당겼다. 그 결과 안토니오 콘테, 펩 과르디올라, 주제 무리뉴, 위르겐 클롭 등의 명장들이 EPL로 입성했다.

그 중에서도 선수와 감독 영입에서 화제를 모았던 맨체스터의 두 팀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무리뉴 감독과 함께 맨유로 이적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비롯해 헨리크 므키타리안, 폴 포그바 등의 이적은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맨시티는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지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선임했다. 새 선수로는 놀리토, 일카이 귄도간 등을 영입했는데, 스타급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효율적인 영입이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프리시즌을 지나 이제 고작 리그 2경기를 소화했지만, 양 팀의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앞으로 보여줄 맨체스터 형제의 축구는 어떻게 전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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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에 점유축구를 이식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사진=AP뉴시스]


맨시티의 점유축구
과거 ‘티키타카’로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과르디올라는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크게 공격적이지는 않은 ‘점유축구’를 선보인다. 유럽에 포제션(Possession) 축구를 전파한 과르디올라 감독답게 초반 경기들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선덜랜드와의 리그 개막전에서는 점유율 77%를 차지했고, 2-1로 이겼다. 단순히 점유율만 높은 것은 아니었다. 패스 성공률에서도 86%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만족할 만한 경기 내용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파울을 여러 차례 이끌어내면서 자책골까지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맨시티는 개막전 3일 뒤에 치른 슈테아우아와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5-0 대승을 거뒀다. 이 날도 맨시티의 점유율은 70%를 상회했다. 슈팅수에서도 슈테아우아가 8개를 기록하는 동안 맨시티는 3배인 24개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87%였다. 개막전에서 유일한 득점을 기록한 아구에로는 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면서 팀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만들었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놀리토는 평점 10점을 받았고, 라힘 스털링, 케빈 데 브루잉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리그 2라운드에서는 지난 시즌 중위권 팀인 스토크시티를 상대로 4-1로 완승했다. 1라운드와 다르게 놀리토-스털링 대신 나르바스-스털링 조합으로 스리톱의 양 날개를 구성했다. 포백 라인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가엘 클리쉬, 바카리 사냐가 빠지고 파블로 사발레타와 오타멘디가 대체 기용됐다. 4-2-3-1 대신 4-3-3으로 나서면서 중원 장악도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점유율도 떨어졌다. 57.3%로 대부분의 승리팀이 60%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에서는 81%로 큰 변동은 없었다. 어찌됐든 경기를 지배한 쪽은 맨시티였고, 결과적으로 선덜랜드전에서보다도 더 큰 점수차로 승리했다. 2라운드 현재 맨시티는 득실에서 크게 앞서며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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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에 부임한 무리뉴는 실리를 챙기고 있다.[사진=AP뉴시스]


맨유의 실리축구
무리뉴의 선택은 점유율을 택하는 대신 안정적인 수비와 파괴력 있는 공격수들의 득점에 기대는 전략이었다. 맨유가 구사하는 스타일은 효율성에 기반한 ‘실리축구’인 셈이다. 맨유에 부임한 무리뉴에게는 지난 시즌 루이스 반 할 감독이 망가뜨린(?) 팀을 복원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무리뉴는 가장 먼저 선수 영입에 공을 들였다. 즐라탄을 시작으로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전 포지션에 걸쳐 화려한 영입에 성공했다. 프리시즌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시즌 직전 커뮤니티 실드 우승으로 달라진 팀을 선보였다.

과르디올라가 점유율과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패스축구를 구사한다면, 무리뉴는 안정적인 수비, 역습, 그리고 강력한 득점력을 갖춘 축구를 추구한다. 그래서 맨유에게 점유율은 불필요한 항목까지는 아니더라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 된다.

맨유는 레스터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효율성 높은 축구를 선보였다. 둘은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답게 팽팽하게 맞섰고 공격 찬스도 잦았다. 레스터시티가 10번의 슈팅 중 2번의 유효슈팅을 만드는 동안, 맨유는 9번의 슈팅에서 6번의 유효슈팅을 만들면서 순도 높은 공격을 시도했다. 점유율은 60% 가까운 수치로, 대부분의 승리팀이 차지하는 점유율에 근접했다. 상대가 역습 한 방을 노리는 레스터시티였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졌다. 패스 성공률은 82%로 나쁘지 않았다.

맨유는 리그 개막전인 본머스 원정에서 3-1로 이겼다. 11명의 선수가 고른 패스수를 기록했고 전 영역에 걸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에릭 바일리, 달레이 블린트 등 센터백이 ‘벽’이 됐고, 최전방의 즐라탄과 2선의 루니, 마타가 1골씩을 기록했고, 마샬도 2개의 도움으로 EPL 최고 수준의 공격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 날 맨유의 점유율은 53%에 조금 못 미쳤고, 패스 성공률은 87%로 높은 편이었다.

2라운드 사우스햄튼전은 실리축구가 가장 돋보인 경기였다. 먼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 쪽은 원정 팀 사우스햄튼이었다. 맨유는 차분히 수비에 집중하면서 공격 기회를 기다렸다. 사우스햄튼의 압박을 이겨낸 맨유는 마음껏 골맛을 봤다. 풀백 발렌시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포그바 등도 공격에 가담했다. 즐라탄의 멀티골에 힘입어 경기는 2-0으로 맨유의 승리로 끝났다.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맨유의 이 날 점유율은 43.4%였다. 그러면서도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맨유가 시도한 12번의 슈팅에서 유효슈팅은 5번에 달했다. 사우스햄튼은 13번 중 단 1번의 유효슈팅이 골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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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의 공격수 아구에로(왼쪽)와 맨유의 공격수 즐라탄.[사진=AP뉴시스]


양 팀의 스타일이 어떻든 확실한 사실은 두 팀이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점이다. 2010년대 초반 각각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감독으로도 대립했었던 과르디올라와 무리뉴 감독이기에 두 맨체스터 팀의 경쟁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점유축구’와 ‘실리축구’에 대한 평가는 시즌이 끝난 뒤로 미뤄두고, 우선은 눈을 즐겁게 하는 두 팀의 경기를 즐겁게 지켜보기를 추천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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