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늘집에서] 영화처럼 극적이었던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
이미지중앙

오륜기를 배경으로 샷을 날리는 박인비.[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박인비(28 KB금융그룹)는 이번 리우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짧은 시간에 스윙 교정을 해야 했다.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 치료에 전념하던 박인비는 부상 상태가 호전되자 가족과의 회의 끝에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다. 그리고 부상으로 인해 바뀐 스윙을 서둘러 바로잡고자 했다.

통증은 스윙에 영향을 준다. 본능적으로 아픔을 피하기 위해 보상동작을 하기 때문이다. 박인비도 마찬가지였다. 통증으로 인해 원하는 스윙을 할 수 없었다. 스윙 코치인 남편(남기협 프로)은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도움을 요청받은 남편 선배(김응진 프로)가 몇가지 원인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스윙 교정에 매달렸다. 시간이 촉박해 극단적인 조정이 필요했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한결 수월하게 스윙을 하게 된 박인비는 보완점을 찾기 위해 2주 전 제주도로 향했다. 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내심 부진할 경우 비난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제주도는 바닷바람의 영향 아래 있는 올림픽 골프코스를 위한 리허설 장소로도 적합했다.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 출전한 후 2개월 만의 경기라 결과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경기 감각이 ‘제로’였던 박인비는 우려했던 대로 이틀 연속 2오버파 74타를 치며 컷오프됐다. 그러나 입에선 긍정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인비는 기자들을 만나 “부상 이후에 오른쪽으로 미스가 많이 났었다. 2라운드에서는 오른쪽 미스가 한 번 밖에 안 나와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를 떠나서 좋은 부분이 많았다. 퍼트나 샷에서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 경기를 통증 없이 마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브라질에 도착한 후 연습라운드를 돌며 코스 파악에 나섰다. 부상 부위에 미세한 통증은 남아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기로 했다.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공식 기자회견에서 강한 여조로 “통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올림픽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잃었던 거리를 어느 정도 회복했고 퍼팅감각도 제 자리를 찾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솟아났다.

나머지는 드러난 사실 그대로다. 박인비는 이번 리우 올림픽 나흘간의 경기에서 나흘간 16언더파를 쳤다. 강풍 속에 치러진 3라운드에만 1언더파를 쳤고 나머지 사흘은 5타씩 줄였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잦은 부상으로 기권과 예선탈락을 반복하던 왕년의 일인자가 한달간의 하드 트레이닝으로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극적으로 우승했으니 말이다.

116년 만의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은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았던 골프영화 '틴컵' 못지 않게 극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보다 감동적인 게 하나 더 있다. 박인비의 금메달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의 정성과 염원이 하늘에 닿아 이뤄졌다는 점이다. 절실함은 기적을 낳는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