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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이색 풍경 ‘캐디, 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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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레오나 맥과이어와 쌍둥이 언니 캐디인 리자 [사진=IGF].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올림픽 골프 여자부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가족과 친지를 대거 동반해 이채롭다.

총 60명의 출전 선수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1명이 부모와 형제, 약혼자, 심지어 남자친구까지 대동했다. 5명이 부모이고, 5명이 친척, 5명이 남편, 그리고 6명이 약혼자이거나 애인이다. 그건 116년 만에 재진입한 희소성 때문이기도 하고,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이고 전 세계 34개국에서 대표 선수를 파견한 세계인의 축제라는 의미 때문인지 가족 캐디가 유독 많다. 크게 세 범주로 나눠지는 선수와 캐디의 관계가 올림픽의 색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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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브룩 핸더슨과 언니 브리타니.


* 골프 선수인 언니 동생 - 브룩 핸더슨, 레오나 맥과이어, 길리아 몰리나리, 포나농 파트룸
1997년9월10일생인 세계 랭킹 2위의 브룩 핸더슨은 올해 18세의 캐나다 소녀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중에 가장 어리다. 핸더슨은 둘째날 7언더파 64타를 치면서 공동 3위(8언더파 134타)까지 올랐다. 올해 메이저인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LPGA 3승에 2부투어인 시메트라투어 1승 등 5승을 거둔 유망주인 핸더슨을 돕는 캐디는 그보다 7살 위인 브리트니(25)다. 언니 역시 프로골퍼지만 동생만큼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 대표선수로 출전하는 레오나 맥과이어(21)는 둘째날 6언더파 65타를 치면서 22위(3언더파 139타)까지 올라갔다. 레오나는 지난 8월2일부터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어릴 때 수영선수가 되려 했으나 9살인 2005년에 골프로 바꿨다. 올해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해 25위를 했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프로 선언을 하고 미국프로여자골프(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할 계획이다.

캐디를 보는 15분 먼저 태어난 누나 리자는 세계 아마추어 랭킹 35위에 올라 있다. 리자는 아일랜드의 소규모 지역투어인 로열 벨파스트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레오나는 평소에는 다른 캐디를 쓰지만 올림픽엔 쌍둥이 언니 리자를 대동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멀린 떨어진 남미에서 보내는 일주일이라 언니와 함께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프로 데뷔를 앞둔 아마추어 최고수인 쌍둥이 자매가 얼마나 닮았는지 보는 것도 재미일 것이다.

이탈리아 대표 선수인 길리아 몰리나리는 대학에서 골프 선수로 있는 여동생 소피아를 캐디로 대동했다. “동생과 오는 건 일생에 한 번일 기회라고 여겼지요. 영원히 잊지 못할 일주일을 함께 보내고 있는 겁니다.” 이밖에도 태국의 포나농 파트룸은 골프 선수를 지망하는 오빠가 캐디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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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아티다 아쇽과 아버지 구드라마니.


* 코치이자 매니저인 부모 - 아티다 아쇽, 칼로타 시간다, 줄리에타 그라나다
인도의 최초 여자 프로골퍼인 아티다 아쇽(18)은 아버지 구드라마니를 캐디로 대동하고 출전하고 있다. 첫날 68타에 7위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3언더파를 치면서 8위(6언더파 136타)를 기록했다. 유러피언여자투어(LET) 선수인 아쇽은 올림픽을 마치고 다음주 목요일부터 열리는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할 계획이다. 인도 출신의 최초 여자프로 골퍼인 아쇽은 인도의 박세리다. 그리고 아쇽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딸을 골프장에 데려다 주면서 자연스레 캐디를 하고 매니저도 맡고 있는 인도판 골프 대디다.

부모 중에 대부분은 아버지가 골프백을 들었다. 미국 렉시 톰슨의 아버지 스콧 톰슨은 코치였지만 이번에는 캐디까지 맡고 있다. 말레이시아 미셀 코의 아버지 혹 후앗, 스위스 대표인 아마추어 알반 바네주엘라 역시 부친인 알베르토가 캐디다. 파라과이의 줄리에타 그라나다는 특이하게 어머니 로사가 캐디를 맡고 있다. 스페인의 칼로타 시간다는 오빠 인니고가 골프 선수도 전문 캐디도 아니지만 기꺼이 리우행에 동반했다. “오빠는 스포츠를 좋아하죠. 골프 뿐만 아니라 이곳에 온 모든 종목 선수들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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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표인 캐트리오나 매튜 부부.


* 남편이거나 남친이거나 - 캐트리오나 매튜, 마리아나 스코노드, 노라 타미넨
60명 출전 선수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영국(스코틀랜드)의 노장 캐트리오나 매튜는 남편인 그레엄이 캐디를 맡았다. 프랑스 대표인 카린 이체르의 남편인 프레드 보나간트, 핀란드의 우술라 위크스트롬의 남편인 미카 위크스트롬 역시 캐디다. 개최국 브라질의 빅토리아 러브레이디의 남편인 제이콥 역시 캐디다.

남아공의 애술리 사이먼은 올 12월 결혼 예정인 남자 친구이자 캐디인 데이비드 부하이와 함께 출전하는 소감을 다음처럼 말했다.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함께 하고 싶어요.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 것도 공유하죠. 골프가 올림픽에 들어오면서 모든 게 새로워요.”

노르웨이의 마리아나 스코노드는 호주인 약혼자 리차드 그린이 유러피언투어에서 활동하는 프로 선수다. 스코노드는 ‘꿩먹고 알먹고’라고 야릇하게 표현한다. 그린이 남자 대표로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갈망하던 올림픽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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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노라 타미넨과 남자 친구 캐디.


스웨덴의 퍼닐라 린드버그 역시 남자친구 다니엘 테일러를 캐디 삼아 리우로 데려왔다. 덴마크의 난나 코에츠 매드센도 남친 니키 한센이 캐디다. 벨기에의 클로에 라퀸, 핀란드의 노라 타미넨까지 남자 친구와 환상적인 일주일을 보낼 예정이다. 그들에게는 한 타 한 타 상금에 목매기보다는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이라는 영광의 무대에 참여한다는 게 더 큰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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