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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4) 그들의 야구, 나의 야구, 그리고 우리들의 야구
지난 14일 일요일. 데뷔전 이후 약 두 달여 만에 경기에 출전했다. 8번 타자 겸 우익수. 그리고 난 1사 만루의 찬스에서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마치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라도 된 양 ‘할 수 있다’는 주문을 되뇌었다. 그날따라 이상하리만큼 공이 잘 보였다. 기억 상으로는 볼카운트는 1-1. 그리고 3구째에 내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컨택에 성공했다. 사실 예전부터 땅볼 상황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일단 배트에 공을 맞추면 그 즉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1루로 미친 듯이 뛰기로. 그러나 웬 걸! 컨택을 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1루로 향하면서도 눈은 계속해서 공을 따라갔다. 머리는 분명 ‘뛰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몸은 머리의 지시를 거부했다. 팀원들의 뛰라는 외침도 들리지가 않았다. 결국 나의 두 번째 타석은 4-6-3 병살타로 끝이 났다. 물론 정식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식 기록으로는 남지 않았지만.

컨택 후 전력질주를 했더라면 선행주자는 아웃됐겠지만 나는 간당간당하게 1루에서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전에서 그대로 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접 경험하며 몸으로 배우다보니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쉽게 나오는 것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더불어 짧은 선수 생활을 통해 벤치 멤버들이나 부상 선수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미지중앙

이날 난 유일한 벤치 멤버였고 유일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였다. 기다리고 인내하는 법, 이 또한 수많은 배움 가운데 하나다.


과거의 나는 부상이 잦은 선수들에 대해 그저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것이라고 쉽게 치부해버리곤 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그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어쩌면 의외로 부상이 잦은 선수들이 의욕과 승부욕이 넘치는 선수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고, 누구보다 잘하고픈 욕심에 아프지만 한 번 더 던지고 휘두르다 부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닐까.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선수들과 ‘공감’하는 법을 배웠다.

주말마다 경험하는 언더독(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를 뜻하는 말)으로서의 삶은 많은 가르침을 준다. 승리와 성적만이 전부가 아님을 잊지 않게 해준다. 더불어 나의 야구를 통해 그들의 야구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는 요즘이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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