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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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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무개념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로리 매킬로이.[사진=AP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리우 올림픽이 별 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지카 바이러스나 브라질의 불안한 치안 상태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두 가지 이슈를 핑계로 불참을 선언했던 남자골프 세계랭킹 1~4위 선수들인 제이슨 데이와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의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테니스의 경우 남녀 세계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와 세레나 윌리엄스를 포함해 빅스타들이 이번 리우 올림픽에 모두 출전했다. 테니스 역시 골프처럼 4대 메이저 대회가 있고 상금 규모는 골프 보다 훨씬 더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불참을 선언한 스타는 없다. 테니스는 서울 올림픽 이후 하계 올림픽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국가의 명예를 걸고 우승을 다투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개인의 재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 불참스타 4인은 그런 책임감 대신 개인의 안락(安樂)을 선택했다. 8년전 골프의 올림픽 복귀를 위해 IOC 위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에 나섰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의 모습과 대비된다.

수년전 올림픽 출전 때 국적문제로 화제가 됐던 매킬로이는 지난 달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나는 골프라는 종목을 성장시키기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며 "올림픽 중계를 보겠지만 육상이나 수영, 다이빙 같은 중요 종목 경기를 볼 것이다. 골프 종목까지 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해 눈총을 받았다.

매킬로이가 말한 메이저 대회는 일년에 4번 열린다. 반면 올림픽 경기는 4년에 한번 열린다. 필 미켈슨은 과거 “메이저 대회는 오로지 골프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로 팬층이 한정된 반면 올림픽은 전 세계적인 새로운 시장이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켈슨의 예상처럼 골프의 올림픽 복귀는 줄어드는 골프 인구를 늘릴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골프인구는 2005년 3000만명에서 2015년 2410만명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600만명 이상이 골프를 그만둔 것이다. 그 여파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회사인 나이키는 골프용품 시장에서 철수했고 아디다스그룹은 테일러메이드와 아담스 등 골프용품에 대한 매각작업을 하고 있다.

올림픽은 분명 골프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이 활발한 인도같은 나라가 개척대상이다. 인도는 아준 아트왈과 지브 밀카 싱 등 세계적인 골퍼들을 이미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의 시브 초우라시아는 이번 리우 올림픽 출전으로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초우라시아는 “리우에 오기 2주 전부터 매일 인도 언론과 인터뷰를 해야 했다”며 “인도에서 골프는 부유층의 스포츠지만 올림픽은 국민 모두가 열광하는 스포츠 이벤트”라고 말했다.

당장 IOC는 내년 총회 때 골프의 퇴출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차기 하계 올림픽인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지만 그 이후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IOC의 마케팅 총괄을 담당했던 마이클 페인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골프는 스스로 왜 올림픽 종목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지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골프의 톱스타들은 올림픽 복귀가 결정되기 전엔 ‘골프의 올림픽 복귀는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가 지금은 (불참에 대한)손쉬운 변명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퇴출여부를 결정할 IOC 위원들 사이에선 “골프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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