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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펜싱 에페 금메달 박상영, '할 수 있다' 자기암시의 대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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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은 2피리어드가 끝나고 쉬는시간이 주어진 1분간 '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을 걸었다. [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지원익 기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해보자.’

박상영은 9-13으로 뒤지고 있던 2피리어드 종료 후 1분간의 휴식시간 동안 이렇게 자기 최면을 걸었다. 이런 자기암시가 대역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박상영은 1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 임레 게자(헝가리)에게 15-14로 승리하며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2피리어드 종료 후 마음을 다졌고, 벼랑 끝까지 몰린 3피리어드 10-14의 상황에서 거침없는 공격으로 내리 5점을 얻었다.

박상영은 2년 전인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에페 단체전에 나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 때문에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고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었다. 2년간 모교인 한국체육대학교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리우올림픽 한국 펜싱대표팀에 선발됐다.

리우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먼저 지난해 3월 십자인대파열 부상으로 재활에만 1년을 보냈다. 경기감각이 뚝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세계랭킹이 100위권 밖으로 밀리며 올림픽 출전마저 쉽지 않았다. 이렇게 어려울 때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견뎌왔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아무런 꿈도 없이 방황하던 중학교 1학년 때 펜싱부 선생님의 권유로 칼을 잡은 뒤 인생이 달라졌던 것이다.

경남체고에 진학한 박상영은 부상을 달고 살았다. 많은 연습량 때문에 오른쪽 무릎 연골이 찢어진 것. 한 달 100만 원이 넘는 치료비가 나와 어린 나이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가. 다수의 후원자가 생겨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태극마크도 달았다. 이미 경남체고 재학 시절인 2014년 4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에페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이듬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정진선, 권영준 등 '형님'들을 차례로 꺾으며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아시안게임 이후 국제무대에서 박상영은 점점 더 성장했고 이후 1년의 부상공백도 거뜬히 이겨냈다.

박상영은 2015년 1월 독일에서 열린 에페 월드컵 단체전에서 한국은 프랑스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개인전에서는 6위였지만 언제든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리우 올림픽 대표에 선발됐고, 자신의 장점인 스피드와 대담성을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 세계랭킹도 올림픽을 앞두고 21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월 국제월드컵 동메달,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입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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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이 1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남자 펜싱 에페 단식 4강전에서 임레 게자(헝가리)를 상대로 15-14 대역전극을 이루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은 16강서 엔리코 가로조(이탈리아)에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는 박상영. [사진=뉴시스 AP]


대표팀 막내인 박상영은 대표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서스럼 없이 선배들과 농담을 즐길 정도. 하지만 피스트 위에 올라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톱랭커들과의 기싸움에도 지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 상대 임레 게자는 세계랭킹 3위, 준결승 상대 벤저민 스테펜은 13위였다.

어리지만 여유 있고 노련하게 경기운영을 하는 것도 장점이다. 유럽 선수들에 비해 짧은 팔을 가졌지만, 빠른 발로 극복하고 있다. 박상영의 신장은 177㎝. 32강부터 결승까지 만난 상대가 모두 신장이 큰 유럽 선수들이었다. 박상영은 빠른 움직임과 스텝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트렸다. 앉아 찌르기, 날아 찌르기 등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경기를 우세하게 가져갔다. 리우에서 그토록 원했던 '큰일'을 낸 박상영은 아직 어리기에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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