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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올림픽을 10번 참가한 남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리우 올림픽 평가? 글쎄, 정신이 없어서...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브라질 특유의 감비아하(무에서 유를 창조) 정신이 곳곳에서 보이네. 절반의 예산으로, 아날로그로 방식으로도 나름 잘 치른 개회식, 엉성하지만 탈 없이 굴러가는 대회 진행... 사정이 어려움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하지만 방송진에게는 최악!”

어떤 일이든 두 자릿수의 경험이 있다면 그는 고수다. 그것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을, 방송이라는 리얼타임으로 치렀다면 인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의 평가라면 귀 담아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주인공은 SBS방송사의 배기완 아나운서(국장이다. 나이는 동안 외모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잘 공개하지 않는다)다.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이번 리우 하계올림픽까지 꼭 10번째(동·하계 5번씩) 올림픽 현장을 찾았다. 이쯤되면 ‘대한체육회판 빅마우스 상’이라도 줘야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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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리우 현장에서 양궁중계를 하던 도중 잠깐 셀카를 찍고 있는 배기완 SBS 아나운서(왼쪽).


그를 잘 모른다면 포털사이트에서 배기완 혹은 개념 어록을 치면 그 긴 세월의 활약상이 잘 나온다. “울어도 좋아요. 울어도 좋아”(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400m 결승에서 박태환이 우승하자), “그녀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고맙습니다”(2010 밴쿠버 올림픽, 김연아 우승) 등을 그가 토해냈다. 피겨스케이팅 중계는 '배방라인(배기완 아나운서, 방상아 해설위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연아 전성시대에 큰 사랑을 받았고, 쇼트트랙, 수영, 양궁, 그리고 종합대회 개회식 등은 캐스터 배기완의 전공분야다. 교양프로그램(배기완-최영아-조형기의 좋은 아침)을 오랫동안 진행할 정도로 재주가 있었지만 주로 스포츠중계에 전념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개회식을 비롯해 양궁, 수영, 그리고 국내 최고의 캐스터로 평가받는 골프 중계를 맡았다.

동하계를 합쳤다고 해도 10번이면 20년이니, 남다른 ‘촉’이 있으리라. 그래서 현장에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배기완 아나운서에게 특별히 리우 올림픽 중간평가를 부탁했다. 이러쿵저렁쿵 악조건에도 나름 잘 굴러간다고 말하는 듯하면서 자신의 본업에 대해서는 “최악!”이라고 뿜어댔다.

“한적한 벌판에 세워진 숙소는 마무리가 되지않아 창문 없이 방충망만 있고, 공사 후 쓰레기를 하수구에 넣은 듯이 물은 안 나오고, 막힌다. 셔틀버스는 시간을 지키지 않고, 기사가 길을 몰라 차마다 운행시간이 다르다. 심지어 개회식에는 버스기사가 하차 지점을 몰라 40분간 주변을 돌았고, 결국 차에서 내려 뛰다시피 걸어서 도착! 늦어서 방송사고 날 뻔... 교통지옥은 기본에 과속,난폭은 서비스!”

걸러진 멋진 장면만 TV화면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생경한 느낌까지 드는 또 다른 리우올림픽이다. 하지만 고수인 까닭일까, 자신이 그렇게 당하면서도 올림픽의 의미는 놓치지 않았다.

“브라질 특유의 낙천과 어려운 경제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올림픽이라고 말하고 싶네. 그래도 ‘올림픽이니까!’라는 생각에 오늘도 시간은 흐르고, 경기는 계속되고, 중계도 하고.”

SBS 최고참 아나운서지만 그는 아직도 마이크 앞에서는, 올림픽 무대에 오면 설렌다고 했다. 지난 3일 미디어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국제방송센터(IBC)로 처음 가는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장 사진과 함께 ‘설렘, 긴장,...^^’이라는 멘트를 남겼다.

또 치안에 대해서는 “숙소-IBC-경기장! 이게 리우에서의 내 ‘절대 동선’”이라고 역설했다. 방송일이 너무 바빠 위험하다 싶은 지역에 갈 틈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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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완 SBS 아나운서 국장의 공식 프로필 사진.


배 아나운서는 ▲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마치고 나오는데 통제가 안 돼서 수백 명의 취재진이 버스에 서로 먼저 타려고 위험한 몸싸움을 벌인 위험천만의 상황, ▲매일 아침 IBC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역대 최악의 환경, ▲시청자들에게 좋은 방송을 전달하기 위해 중계진이 엄청나게 공부하는 모습 등을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하나가 생생함으로 톡톡 튀는, 또 하나의 뉴스였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직접 경험하는 이들에게 리우올림픽은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배기완의 올림픽 중 최고는 어느 대회였을까?

“캐스터로서는 철저하고 정확한 준비와 진행을 자랑하는 일본(98나가노)이 가장 편했다. 그리고 질적으로는 역시 김연아의 2010밴쿠버(동계)와 박태환의 2008베이징(하계)은 힘든 줄 모르고 신났던 기억이 난다.”

시야를 조금 넓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의 성적은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배기완 아나운서는 조금 뜸을 들인 후 “초반 운이 좋지 않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금메달 7~8개 정도에 국가별 종합순위는 12~15위 정도가 아닐까 한다”고 답했다.

아직 리우 올림픽은 초반이다. 그래서 끝나갈 무렵 한 번 더 인터뷰를 하자고 청했다. 그러자 망설임없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올림픽채널은 SBS인 거 알지?” 참나. 천상 아나운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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