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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리우에서 리우로 보내는 편지 - 안재형 코치가 아들 병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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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 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안재형 코치. [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담갖지 말고 최선을 다 하고 올림픽을 맘껏 즐겼으면 좋겠다."

같은 리우 하늘 아래, 아니 같은 올림픽선수촌에 있으면서도 아직 얼굴을 보지 못한 아들에게 아빠는 이렇게 격려의 멘트를 보냈다. 골프대디로 미국에서 8년 동안 캐디백을 메며, 아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직접 키운 탓에 누구보다 아들의 올림픽이 궁금할 터. 하지만 탁구지도자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책임감에 잠시 시간을 내 아들을 만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탁구와 관련된 인터뷰는 마다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골프에 대한 질문은 정중히 거절했다.

‘올림픽가족’ 안재형(51)-병훈(25) 부자는 이렇게 ‘한동네 남남’으로 리우에서 살고 있다. 탁구 국가대표팀의 안재형 코치는 9일(한국시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자골프 국가대표인 아들의 선전을 기원했고, 리우에서의 근황을 소개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은 지구촌 운동선수라면 손꼽아 기다려온, 치열한 경쟁의 무대. 아빠도 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남자복식)인 까닭에 올림픽참가가 얼마나 색다르고 긴장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일까. 안 코치는 아직 리우에서 얼굴도 보지 못한 아들 병훈에게 편지글을 써달라는 요청에, ‘성적보다는 즐기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안재형 코치는 골프경기장에는 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골프가 하필이면 18일까지 이어지는 탁구 일정 동안에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직관’은 커녕 벤치의 역할이 중요한 탁구인 까닭에 '아들의 성적 자체를 살필 틈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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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탁구대표팀 코치와의 카카오톡 인터뷰 모습.


슬쩍 농담인양 하며 짓궂은 질문도 던졌다. 한국 탁구와 안병훈 중 어느 쪽의 메달 가능성이 높냐고. 답은 단출했다. “글쎄요???” 우문에는 이런 식으로 짧게 툭 치는 것이 요령일 것이다. 사실 그도 리우에 오기 전에 아들에게 우문을 던졌다가 혼난 적이 있다고 했다. 전화로 슬쩍 샷감각을 물었더니 안병훈이 “아빠 무슨 베팅해?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라고 되친 것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안 감독은 아내 자오즈민(53)의 근황도 소개했다. 자오즈민 씨는 88 서울올림픽에서 은, 동메달을 딴 탁구 세계 최강 중국 대표선수 출신. 안재형 코치와의 국경을 넘은 러브스토리는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안병훈이 중국에서 '대륙의 외손(外孫)'으로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자오즈민 씨는 당초 리우 현지로 와 아들과 남편을 응원할 예정이었다. ‘올림픽 가족’ 세 사람이 리우에서는 모이는 것만으로도 세계적인 화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워낙에 치안이 좋지 않고, 공식 올림픽참가자가 아니면 공식루트를 따라 움직이기 어려운 까닭에 막판에 리우행을 포기했다고 한다.

“한국 탁구가 힘든 시기에 접어들었어요. 저는 마침 중책을 맡고 있고요. 리우에서는 본업에 충실해야만 합니다. 아들 병훈이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젊은 골프선수입니다. 이번 올림픽이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성적보다는 그게 중요합니다.”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어 힘들었지만, 안재형 코치는 아들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없어 답답하다. 이쯤되면 참 유례가 없는 부심(父心)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으로 유명한 안재형 코치는 그나마 카카오톡 프로필사진만큼은 지난해 신한동해오픈에서 아들이 우승했을 때 세 가족이 함께 찍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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