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3) 의욕 과다 초심자들의 영원한 친구, 부상
시작은 항상 긴장과 흥분을 동반한다. 적절한 긴장과 흥분은 그 일을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만, 과도한 긴장과 흥분은 ‘득’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이는 운동에서도 통용되는 얘기다. 나 역시도 의욕이 넘쳤고, 시작부터 긴장과 흥분에 취해 피해를 본 장본인이 됐다.

이미지중앙

이정도 멍은 귀여운 수준이다. 손가락을 비롯해 발가락, 허벅지 등 맞을 수 있는 곳은 다 맞아본 것 같다.


‘유리몸’은 멀리 있지 않았다. 분명 같이 야구를 하는데도 다른 팀원들에 비해 유난히 부상이 잦았다. 회전근개 염증을 비롯해 턱 아래 열상, 매 훈련마다 하나씩 달고 오는 흔하디흔한 타박상까지. 주변에서는 운동신경이 부족한 탓이니 더 크게 다치기 전에 야구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고교시절 체육부장을 도맡았던 내 자존심에 크게 스크래치가 났다. 아, 물론 운동을 잘해야만 체육부장을 맡는 건 아니었지만.

앞서 말했듯 나의 모든 부상의 시작은 ‘의욕 과다’였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배워야했지만 잘 던지고픈 욕심이 너무 컸다. 주말 훈련으로도 모자라 퇴근 후 쉐도우 피칭으로 어깨를 혹사시켰다. 하체 중심이동 없이 어깨의 힘으로만 던지던 자세가 결국 어깨를 망가뜨렸다. 더불어 스트레칭 과정을 생략하고 무작정 던지기만 했던 것 또한 화근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해서 통증이 오더니 팔을 들어올리기조차 힘들어졌다.

이미지중앙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다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어깨 초음파 사진.


정확한 병명은 회전근개 염증. 아직 젊기 망정이지 조금만 더 참고 던졌다면 파열까지 갔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사실 좀 어이가 없었다. 누가 들으면 팀의 에이스나 되는 줄 알겠다. 아직 벤치만 아주 뜨겁게 달구는 신입 ‘주전자’에 불과한데 말이다.

어깨 부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재활에 큰 도움을 받은 클리닉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내 몸에 있는 근육량이 ‘영(제로)’이란다. 야구를 하기 위해 발달되어 있어야 할 근육들이 없다시피 해 다른 근육의 과부하를 불러와 손상이 생겼단다. 주사 치료는 임시방편일 뿐이니 재활 운동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밴드와 덤벨을 이용한 운동들을 배워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이 했다. 아니, 지금도 하고 있다. 더불어 연습 시 조금이라도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면 무리하게 공을 던지지 않았다. 다치고 나서야 의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 셈이다. 마무리 훈련과 아이싱의 생활화로 어깨 상태는 호전됐지만 여전히 관리가 필요하다.

프로선수들뿐 아니라 아마추어들에게도 부상은 치명적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건강한 몸 또한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몸이 아프면 훈련조차 제대로 소화 할 수 없다. 특히나 어깨나 팔꿈치 부상은 공을 던져야 하는 야구 선수에게 일종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넘치는 의욕을 조절하지 못해 나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사람들에게 먼저 ‘몸만들기’에 시간과 공을 들일 것을 추천한다. 근육량이 따라주지 않으면 조금만 무리해도 몸은 쉽게 고장 날 수밖에 없다. 특히나 평소에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더욱 쉽게 부상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서기도 전에 재활군이 된 난 오늘도 덤벨을 든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