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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올림픽 복서' 함상명, "잠을 청하다 행운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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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카드로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함상명. [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임재원 기자] "내 인생에서 첫 목표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그것을 해낸 이후 다시 생긴 목표가 올림픽 출전이다. 올림픽에 꼭 출전해서 우리나라를 빛내고 싶다."

2014년 가을, 아시안게임 복싱에서 금메달을 딴 19세 선수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과 실시한 인터뷰 내용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리고 2년 후 그것이 현실이 됐다.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남자 밴텀급 금메달리스트 함상명이 기적적으로 리우데자네이루로 가게 됐다. 함상명은 지난 6일 베네수엘라 바르가스에서 열린 국제복싱협회(AIBA) 주관 2016 APB(AIBA 프로 복싱)/WSB(월드시리즈 복싱) 올림픽 선발전 8강에서 탈락하며 올림픽행이 좌절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같은 체급 중 한 선수가 출전을 포기하면서 APB 랭킹 3위인 함상명에게 그 자격이 주어졌다.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선수 본인도 많이 놀란 눈치였다. 재밌는 사실은 함상명은 이 소식을 잠결에 들었다는 것이다. 함상명은 "새벽운동을 끝내고 잠시 잠을 청하려고 할 때 소식을 들었다. 계속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었다. 하필 자려고 누운 상황에 들어서 정말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착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머나 먼 베네수엘라에서 탈락의 쓴 맛을 보고 귀국한 지 하루 만에 올림픽행이 확정됐으니 실감이 안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최근 부진과 불운에 빠진 한국복싱에 함상명의 올림픽 출전은 한 줄기의 빛이나 다름없다. 사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한국 복싱은 단 한 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할 뻔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56kg급에서 함상명이 이미 선발전 8강전에서 낙마했다. 함상명과 함께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신종훈마저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1948년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선 이후, 냉전체제로 인해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면 모든 대회에 출전한 한국 복싱의 최대 위기였다.

함상명은 한국 복싱을 최악의 불명예에서 건져낸 것이다. 물론 많은 운이 따랐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선수의 출전포기가 없었다면 함상명의 리우행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함상명이 세계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면 이런 행운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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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함상명. [사진=뉴시스]


순식간에 이목이 함상명에게 쏠리고 있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함상명은 "나 혼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받고 있고, 그만큼 부담도 된다. 그러나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기 때문에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꼭 성적으로서 보답하겠다는 마음이 강한 것이다.

갑작스레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기에 일각에서는 훈련량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올림픽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상명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함상명은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지만 훈련량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항상 경기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여기서 훈련량을 핑계로 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직 21번째 생일도 지나지 않은 젊은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음가짐이 제법 의젓하다.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본인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큰 꿈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세계무대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함상명의 생각은 달랐다. 함상명은 "지금 내 체급에서 절대강자가 없다. 선발전 때 붙었던 선수들도 모두 리우에 못왔다.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못온 것 같더라.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금메달을 위해 싸우겠지만 망상은 갖지 않겠다. 다가올 첫 경기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이기면 그 다음 경기를, 그리고 이기면 또 다음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고 할지라도 세계무대는 다르다. 그것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의 최고봉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고비가 될 수밖에 없다. "링 위에 올라가면 실력이 부족해도, 부상을 당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각오로 하겠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오겠다." 맞다. 언더독이 일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게 복싱이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올림픽 출전 복서 함상명의 선전을 기원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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