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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섭의 링사이드산책]세계 챔프 박찬희 탄생시킨 동아대 손영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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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선수 동아대1학년때몬트리올 올림픽(쿠바전).


오늘 소개할 분은 66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안게임의 복싱 플라이급 금메달리스트인 손영찬 감독(43년생.부산) 입니다. 손 감독은 70년 7월부터 모교인 부산 동아대 복싱 감독직을 맡아 31년간 봉직(奉直)하면서 지방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전국대학선수권에서 9년간 무려 8차례에 걸쳐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우수선수들을 배출하며 동아대 복싱부를 전국 대학 최강 반열에 진입시켰던 분입니다.

이 분은 복싱계에서 살모사로 불릴 정도로 범접하지 못할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분으로 후에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 박찬희와 최희용 등 걸출한 복서들을 길러낸 것을 비롯해 90년 북경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인 양석진, 이재권 등 명망있는 선수들을 양성한 명장이었죠. 이 분은 또한 복싱 100년사에 수많은 복싱인들의 삶을 기승전결(起承轉結) 4단계로 나눌 때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을 정도로 반듯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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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선수를지도하는손영찬감독(왼쪽).


손영찬 감독은 우리나라 복싱사에서 3형제 복서의 원조이기도 합니다(손명찬.손영찬.손성찬) 참고로 대표적인 3형제 복서는 경남대 교수였던 유인구.유인봉(경남대).유인호(한국체대) 형제, 그리고 김광민(조선대) 김광수(조선대) 김광섭(단국대) 형제와 86아시안게임 페더급 금메달리스트인 박형옥.(경희대) 박형대.(경희대) 박형일(인천대) 형제 등이 있었죠

먼저 손영찬 감독의 기승전결의 첫 부분인 기(基)를 살펴보면 이분의 친 형은 60년을 전후해 밴텀급과 페더급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손명찬(조선공사 소속)입니다. 손명찬은 현역시절 강춘원(60년 로마올림픽 대표), 석종구(64년 동경올림픽 대표) 선수를 비롯해 장일용(경희대), 이진원(인천체대 교수) 등을 제압할 정도로 뛰어난 복서였죠. 동아대 출신의 국가대표 김치복(52년.부산)은 필자에게 손명찬의 권투를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하이테크한 복서라고 일갈했죠. 이 형에게 손영찬은 복싱의 모든 기술을 고스란히 전수받았으니 복서로서의 첫걸음은 행운인 셈이였죠. 손영찬 스스로도 “스승같은 형님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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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아시안게임금메달양석진이재권과함께.


두번째 요소인 승(承)에서 손영찬은 부산 출신의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역시 한국복서로는 최초로 세계군인선수권 2회 연속 메달리스트(.9회 이태리.10회 미국)란 상징성이 있는 분 입니다 후에 68년도 멕시코 올림픽 동메달(밴텀급)리스트인 장규철(전매청) 선수가 66년 아시안게임 플라이급 선발전 결승에서 팬텀기 처럼 빠른 손영찬의 발을 잡지 못하고 패하자 곧바로 밴텀급으로 월장했을 정도로 수준높은 기량을 과시했죠.

손영찬은 사우스포로써 뛰어난 동체 시력과 효율적인 카운터 펀치가 일품이었다고 원로 분들이 평하더군요. 단지 68년도 멕시코올림픽 선발전에서 불의의 눈 부상으로 탈락한 경기를 못내 아쉬워한 그는 이듬해 69년 11월 프로로 전향해 홍수환과 인상깊은 경기를 펼쳤던 박영섭(승리체육관관장)과 곰보.심 등과 맞대결을 펼쳐 한 수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10전 전승을 기록했지만 당시 동아대 복싱팀 지도자로 1인2역을 감당하기에는 벅찼는지 71년 7월 일본 원정 동양밴텀급 타이틀전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접었고 선수생활보다 화려한 31년간의 동아대 복싱 역사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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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시퍼런 이후락 중정부장 과 손영찬(오른쪽).


세 번째 관문은 전(轉)이죠. 손영찬은 선수생활을 병행하면서 동아대학에서 첫 스타트로 배출한 선수가 70년 방콕 아시안게임 라이트급 금메달 리스트인 김현치(45년생)였죠. 그 후 김치복, 박찬희, 박인태, 홍동식, 임창용 이장수 송광호, 최희용, 양석진, 이재권, 김진호, 박기홍등을 마르지않은 샘물처럼 쉼없이 우수선수를 지속적으로 배출했으며 이들이 각종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만 13개에 이르며 각종 국내대회 금메달 또한 무려 250여개를 상회한다고 하니 31년 동안 미장이가 차곡차곡 쌓아 올리듯이 이룩한 손영찬 감독의 눈부신 업적을 잊어서는 안될 겁니다.

후학들의 인상적인 경기로는 90년 북경아시안게임 라이트 플라이급 결승에서 동아대의 양석진(68년생)이 태국의 차차이 사사쿨을 현란한 테크닉으로 꺽고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후에 사사쿨은 프로로 전향해 구 소련의 유리 아르바차코프를 꺽고 WBC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한 태국의 복싱 영웅이었죠(종신전적 69전65승4패,40KO). 또한 91년 한미 국가대항전에서 역시동아대 김진호(68년생)가 세계선수권 2연패와 월드컵을 재패한 미국의 에릭 그리핀을 적지에서 다채로운 연타로 물리쳤던 경기도 빼놓을수 없는 경기였죠. 역시 동아대 박기홍(69년.벌교)이 세계청소년대회(87년 루마니아) 금메달리스트인 황경섭(서원대)을 전국체전에서 카운트펀치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승리한 경기 등은 손영찬 감독의 지도력을 측정할수 있었던 지표라 할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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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손영찬감독모습.


이분에 관한 숨은 비화가 생각납니다. 88서울올림픽 페더급 최종 결승에서 동아대 박윤섭은 한체대 이재혁에게 3ㅡ2로 패하자 손 감독은 충격을 받고 졸도하고 맙니다. 들 것에 실려 라커룸으로 옮겨진 손 감독은 잠시후 정신을 되찾자 “천하의 동아대학이 올림픽에 한명도 선발이 되지 않았구나”라고 하면서 자책했던 일화는 이분의 열정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복싱관련 논문을 3편 발표했고 박사학위도 2개나 보유한, 문무를 겸비한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대표적인 지도자였죠. 손 감독은 퇴임 후에도 지도력을 인정받아 중국 복싱연맹의 러브콜을 받았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중국복싱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경기에 참가하며 복싱 지도자로써 피날레를 장식했죠.

손영찬감독의 지도자생활 31년을 비유하면 육상 100m 신기록이 서말구에 의해 작성된 것이 79년(10초34)이었는데 이 기록이 깨지는데 걸린 시간이 정확히 31년(2010년 김국영 10초23) 걸렸던 기억이 새롭네요.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결(結)에서도 유종지미(有終之美)죠. 우선 74세의 나이에도 오래 전부터 술,담배를 끊고 깊은 신앙생활을 하시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계십니다. 체력이 왕성해서인지 요즘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등을 분주히 다니시면서 폭넓게 체육교류 할동을 하시는 등 복싱 외교관 역할을 독톡히 하고 계십니다. 덧붙혀 자식농사도 풍년(?)이죠. 큰 아들 손병우(74년생 동아대졸) 군은 현재 부산에서 개인사업에 성공해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고 둘째 손창우 (77년생 연세대졸)군은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강남에 있는 대규모 펀드회사 상무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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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국립체육대학 명예체육학박사 학위 취득.


이 분은 인텨뷰 말미에 애제자 박찬희 선수에 대한 소회를 밝혔는데 지금껏 언론에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비화였습니다. 대학 졸업반인 79년 12월 WBC 플라이급 3차 방어전에서 31승24KO3패5무의 멕시코의 강타자 에스파다스를 2회에 KO시킨 초절정기의 박찬희 선수에게 손 감독은 동아대 교수직을 제안했습니다. 손 감독은 박찬희에게 동아대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며 졸업후 모교에서의 교수직을 약속하며 은퇴 후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박찬희 선수는 이를 거절하고 손 감독과 결별한후 상경해 강준호 트레이너와 손잡고 4차 방어전(80년 2월 필리핀 아넬 아로살)을 치루면서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한 것을 아쉬워 했습니다. 박찬희 선수는 필자에게 “당시 교수 월급이 50만원 전후 였는데 내키지 않았다”라고 회고했죠. 어쩜 박찬희 선수는 17살 때부터 태능선수촌에 입촌해 길고 긴 트레이닝을 한 것에 진저리가 났는지도 모릅니다.

프로에 입문해서도 강한 트레이닝을 시키는 손 감독의 지도 아래 챔피언의 꿈을 이뤘지만 종결은 윤시내의 히트곡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의 제목처럼 손 감독의 품을 떠났죠. 손 감독은 떠나가는 제자의 둿 모습을 바라보며 배호의 <울고싶어>란 노래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박 선수의 기량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사실입니다. 손영찬은 66년 대한체육회 특별상과 79년 문교부장관 표창장 99년 한국 대학복싱연맹 최우수지도자상 등 화려한 이력 속에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손영찬 감독의 위상은 배구의 강만수 , 유도의 하형주, 탁구의 유남규와 현정화, 레슬링의 양정모 등과 함께 부산 체육을 빛낸 얼굴로 추앙받는다는 사실에 흐믓한 마음 지울 수 없습니다. [문성길복싱클럽 관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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