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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이슈] 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 ‘벤치클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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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 뺨치는 오도어(오른쪽)의 라이트 훅. 반격을 하지 못한 바티스타는 길이 남을 명장면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사진=AP 뉴시스]


지난 5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에서 역대급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35)가 후속 타자의 유격수 땅볼 때 2루에서 병살 플레이를 펼치려는 루그네드 오도어(22)를 거친 태클로 그대로 받아버렸다. 살인태클에 화가 난 오도어는 바티스타의 가슴을 밀친 뒤 바티스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벤치클리어링으로 선수들이 뒤엉키는 일은 많지만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사건은 흔치 않다. 몇몇 선수들은 폭력 사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낸 반면, 또 다른 선수들은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바티스타의 팀 동료인 마커스 스트로만은 “어떠한 존중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오도어를 맹비난했다. 반면, 베테랑 투수 제레미 거스리(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오도어의 강렬한 라이트 훅에 대해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본 가장 깨끗한 펀치”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날 벤치클리어링은 선수와 코치 포함, 모두 8명이 퇴장을 당한 대대적인 싸움판이었다. 경기 후, 오도어는 “경기의 일부일 뿐, 사과는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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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간 발생한 벤치클리어링. [사진=AP 뉴시스]


벤치클리어링((Bench-Clearing)은 말 그대로 양팀 선수들 사이에서 집단싸움이 일어나는 경우, 모두가 나가서 싸우기 때문에 ‘벤치가 깨끗해진다’는 말에서 나온 용어다. 싸우는 경우도 많지만 일반적으로는 말리기 위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례적으로 양팀의 선수 전원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간다. 벤치에 남아 있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팀도 있다. 벤치클리어링의 목적은 같은 팀 동료가 당하는 것을 막고, 단단한 팀워크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보통 야구에서는 몸에 맞는 볼, 즉 사구로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빈볼 시비가 붙거나 판정에 대한 불만, 상대를 향한 조롱이나 과한 세리머니가 나오는 경우에도 다툼이 일어난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스포츠에서 싸움은 불필요한 것이지만, 선수들이 주먹을 뻗어가며 몸의 대화를 하는 장면은 팬들 입장에서 흥미롭기 그지없다.

메이저리그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달려들고 주먹을 내지르는 경우가 많다. 팀도 많고, 선수도 많고, 땅 면적도 넓다보니 두 번 다시 안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다. 문화 자체도 ‘우리’가 아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과도 일절 없다. 위에서 언급한 오도어의 반응처럼 단호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벤치클리어링, ‘Hey, 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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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악동으로 명성을 떨쳤던 펠릭스 호세. 그는 돌발적인 행동으로 팬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다. [사진=뉴시스]


앞서 언급한 메이저리그의 화끈함과는 달리 KBO의 벤치클리어링은 수위가 좀 낮다. 대부분 학교 선후배 사이로 연결된 지인 관계이기 때문. 벤치클리어링을 하고 난 후, 다음 날에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오해를 푸는 경우가 많다. 손잡고 화해의 사진을 찍으며 동업자 정신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설픈 벤치클리어링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O에서도 화끈한 벤치클리어링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검은 갈매기’로 불리던 사고뭉치 펠릭스 호세(당시 롯데)가 배영수(당시 삼성)의 안면을 가격한 사건이다.

2001년 9월 18일 마산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맞대결에서 배영수는 호세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얀의 허리에 배영수가 다시 공을 맞추고 말았다. 1루에 있던 호세가 격분해서 배영수에게 달려들어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힘이 장사인 호세의 주먹 한 방에 배영수는 그대로 쓰러졌다. 양팀 선수들이 모두 벤치에서 나왔고 곧바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후 호세는 잔여경기 출전 정지 및 벌금 3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아직도 많은 국내 팬들에게 회자되는 벤치클리어링으로 손꼽힌다.

안경현(당시 두산)과 LG 봉중근의 다툼 또한 KBO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벤치클리어링이다.

2007년 5월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라이벌전에서 4-0으로 앞서 있던 두산이 5회 공격에 나섰다. 1사 1루에서 봉중근의 공이 안경현의 헬멧 위로 날아갔다. 자칫 잘못하면 안면에 공이 맞을 수 있는 위험한 공이었다.

사구의 위험을 인지한 안경현은 곧바로 방망이를 집어 던지고 봉중근에게 달려갔다. 안경현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봉중근은 오히려 주먹을 피한 뒤 안경현을 들쳐 메어 넘겨버렸다.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쏟아져 나왔고 곧바로 벤치클리어링으로 연결됐다. 두 선수는 물론 퇴장 조치를 받았다.

사람들이 룰을 정해 하는 놀이 중 규격화된 것이 스포츠이고, 이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프로스포츠일 게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재미있는 프로야구 같은 스포츠에서, 번외로 싸움구경까지 볼 수 있다니 야구 참 매력지다. [헤럴드스포츠=유태원 기자 @Linsanity_H]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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