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와 원작 소설로 잘 알려진 <머니볼(Money Ball)>은 스포츠와 경제학을 접목한 유명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중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부자 팀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지만 오히려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는 오클랜드 팀의 비밀을 담은 이야기이다.

오클랜드 팀의 전략은 기존의 스포츠계에서 이어져 내려온 비과학적인 구단 관리를 거부하고, 철저하게 경제학적인 접근으로 야구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선수들을 저렴하게 사서 높은 승률을 올리고, 비싸게 다른 팀에 파는 전략이다.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선수들을 어떻게 찾느냐의 문제이다.

오클랜드의 단장인 빌리 빈(Billy Beane)은 ‘출루율(OBP, On Base Percentage)’이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선수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타율이나 도루성공률이 우수한 타자가 아니라, 안타든 볼넷이든 일단 출루를 많이 하는 타자가 좋은 타자라는 현실주의적인 통찰이다. 기존의 스카우트들은 체격이 좋고 장타율이 좋은 선수들을 주관적 느낌으로 선발하곤 했다. 따라서 타격이나 투구폼이 좋지 못하거나 안타보다는 볼넷을 잘 골라내는 선수들은 소극적 선수로 분류되어 기피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야구는 아무리 안타를 많이 쳐도, 결국 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못하면 지는 경기이다. 따라서 빌리 빈과 오클랜드는 출루율이라는 객관적 수치를 바탕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사들였다.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저평가된 선수들을 사들이는 빌리 빈의 모습은 마치 월스트리트의 주식 중개인을 연상시켰다.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여서, 오클랜드는 2000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승리를 산다”는 오클랜드의 전략은 경제 활동의 황금률을 연상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성병들에도 출루율과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로 감염률(per-partner transmission rate)이다. 감염률은 성병을 가진 상대방과 콘돔 등의 보호 기구 없이 성관계를 하였을 때, 1번의 성관계로 균에 전염될 수 있는 확률을 의미한다. 주요 성병들의 알려진 감염률은 다음과 같다. 임질 22%, 클라미디아 30~40%, 에이즈 29~40%(동성 혹은 이성 관계 여부에 따라 다름), 매독 60%, 인유두종 바이러스 20%, 헤르페스 19%. 다만 이 값은 어디까지나 논문을 통해 알려진 통계적 값이므로 개인마다 편차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출루율과 다른 점은, 타자의 출루는 팀에 이로운 역할을 하지만, 성병균은 감염률이 높을수록 건강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또한 감염률이 100%가 아니라고 해서 성병에 대한 방심을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콘돔을 사용하면 방어율이 올라가긴 하지만 100%는 아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의 성관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오클랜드와 빌리 빈이 주도한 머니볼은 이제 메이저리그 구단 운영의 기본이 되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과학적으로 평가되고 관리되어 온 선수들의 몸값과 성적이 경제학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과학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성병균의 예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임상에서 개개 환자의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감염률을 바탕으로 인구 집단에 대한 예방 대책에도 철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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