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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250km 사하라사막 레이스 완주기(1) - 시각장애인 가이드러너 최교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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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사막마라톤에 참가한 한국, 중국, 일본의 선수단.


‘내가, 우리가 완주를 했다. 레이스가 끝나고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최근 필자는 앞서 소개했던 국제농구심판 최교윤(38) 씨의 사하라사막마라톤 완주를 알리는 문자를 받았다(참조-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적금 깨서 ‘가이드러너’로 나선 농구심판 최교윤 씨>편). 우리. 완주, 레이스, 눈물 등이 담긴 짧은 문자 한 줄에서 시각장애인 가이드러너로 대장정 성공의 감동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최교윤 씨는 사막마라톤을 마치면 인터뷰를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약속은 지키기 위해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마라톤의 생생한 기억을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최 씨는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볼펜도 들 힘이 없었다고 함)에서도, 심지어 출국 전부터 일기를 통해 그날 그날을 기록했다. 덕분에 인터뷰는 간단하게 진행했다. 땀과 눈물로 기록한 일기와 사진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사하라사막마라톤은 세계 4대 사막마라톤 중의 하나로, 7일 동안 필수장비만 가지고 250km의 이집트 사하라사막을 달리는 대회다. 개인 혹은 세 명이 팀을 이루어 참가할 수 있으며, 7일간 총 6개 구간을 달리며 모든 장비(음식, 의류, 침구 등)는 참가자 각자가 준비한다. 매일 필요한 양의 물(약100g)과 숙박용 텐트만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한다. 2016년 사하라사막마라톤은 국제적(안전문제) 상황으로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치러졌다.

아프리카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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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에서 최교윤 씨(왼쪽)가 자신을 시각장애인 가이드러너로 활동하게 도와준 김전환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최교윤 씨의 일기장에는 출국 전날의 모습이 이렇게 기록돼 있었다.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기대감과 설렘, 불안감과 두려움. 새로운 도전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러던 중 텔레비전을 틀었고, 운명인지 우연인지 마침 한 채널에서 방영하는 2014사하라사막마라톤을 시청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내가 저기를 가는거구나.’라고 생각하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27일, 최교윤 씨는 작은 방울 소리팀의 김전환 씨와 함께 공항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필자에게 “칼럼에서 약속한 대로 사하라사막마라톤 무사하게 잘 하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것도 이때 이동 중이었다.

한국팀은 일본팀과 인천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오토와 타카 씨를 포함한 일본 팀원을 만나자 떠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최교윤 씨는 그만의 인사법인 ‘두 손을 잡고 얼굴을 만질 수 있게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토와 타카 씨는 “잘생긴 초이 상(최교윤의 줄인 말) 얼굴과 밝은 모습은 여전하네요”라며 웃음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던 팀원이 “초이 상은 잘생기지 않았다.”라고 하자 인천공항은 웃음바다가 됐다. 모두가 웃음을 통해 긴장을 풀고자 했으리라.

출국 수속은 시각장애인 가이드러너로서 첫 역할이었다. 그들의 눈과 발이 되어야 했다.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들이 움직일 때는 누구 할 것 없이 (결혼식의 신부마냥) 팔꿈치에 팔을 걸친다. 긴장도 잠시 최교윤 씨는 원래의 웃음을 되찾았다.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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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날(4월 30일) 사하라사막마라톤참가를 위한 32가지 체크리스트 검사를 하는 모습. 한 가지라도 없으면 참가할 수 없기에 몹시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작은 방울 소리팀은 한국에서 홍콩을 경유하여 나미비아(남아프리카)로 가는 경로를 이용했다. 최교윤 씨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국적기를 탔지만, 정작 기내에는 아프리카 사람은 없고 아시아인들이 많았다. 특히 일본인이 대부분이었다. 사하라사막마라톤 참가들도 여럿 있었다. 13시간의 비행 후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하여 2시간의 기다림, 2시간의 비행 후 나미비아에 도착을 했다.

공항에 도착한 최교윤 씨는 “35°가 넘는 무더위에서 쾌적한 공기와 습기가 없어 그늘진 곳은 매우 시원했다. 끈적끈적하지 않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나미비아가 너무 좋았다”며 아프리카의 첫 느낌을 기록했다.

4월 29일, 레이스 하루 전 사하라사막마라톤 참가자는 숙소로 도착해야 했다. 그리고 사전에 이루어지는 장비 확인, 교육 등 여러 일정에 참여해야 마라톤을 참가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나미비아 수도 윈드훅에서 하루를 보낸 최 씨는 평상시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 런닝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리던 중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시각장애인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냥 눈이 조금 불편할 뿐인데 굳이 ‘장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앞을 보지 못할 뿐이지 나머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들이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불편한 사막으로 오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졌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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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분(18끼)을 날짜별로 각각 분류해서 준비해야 한다.


이젠 본격적으로 사하라사막마라톤 실전이다. 최교윤 씨는 흔한 여행은 거부하고 특별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여행을 원하던 차에 사하라사막 시각장애인 가이드러너의 길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꿈을 꾸고 그림을 그리지만 실행을 옮기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꿈은 금방 이루어지기도 한다. 7일간의 사막 레이스와 감동의 에피소드 등 구체적인 내용은 ‘사하라 사막 2편’에서 자세히 전달해야 할 것 같다. 장체야 놀자의 ‘사하라 사막’ 이야기는 글보다는 생생한 사진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해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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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윤 씨의 분신과도 같은 32가지 장비들.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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