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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당장 할 수 있는 ‘체육기본소득’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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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의 표지


# 토머스 페인은 가장 저평가된 근대초의 사상가일 게다. <상식>, <이성의 시대> 등의 명저를 남겼고, 미국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에 큰 기여를 했는데도 말이다.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졸업인 보잘 것 없는 학력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죽는 순간까지 기독교 귀의를 거부했을 때문일까? 현재 이 대사상가의 무덤은 없다. 1809년 초라한 장례식 끝에 한 농장에 매장됐는데, 10년 후 페인의 고향 영국에 위인에 걸맞는 무덤을 만들기 위해 그 유골이 파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분실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제목 같은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은 이 과정을 담은 책이다.

# 이 페인의 이름이 요 며칠 국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이유는 알프스발 기본소득 국민투표 때문이다. 며칠전 스위스에서 모든 국민에게 300만 원(성인 기준)의 기본소득을 주자는 국민투표가 부결됐고, 이것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페인이 일찌감치 ‘기본적인 자연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사회(국가)는 기본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창한 것이 부각된 것이다. 18세기에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이렇게 설정한 페인도, 우리보다 훨씬 잘 살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발상을 현실화하려는 그네들이 많이 부럽다.

# 스위스 국민투표에 대해 한국의 보수는 ‘지난친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로, 진보는 ‘위대한 시작’이라고 나름의 논리로 해석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로봇기술 및 인공지능이 발달에 따라 노동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기에, 기본소득논쟁은 스위스와 같은 복지선진국이든, OECD 복지 최하위권인 한국이든 가까운 미래에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팟캐스트 <김용민브리핑>에 출연해 친절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경제해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는 “한국은 한다면 한 100만 원 정도”, “진보진영이 집권해야 논의 자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괜찮은 진보성향 경제기자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기본소득 실현은 스위스도 못해도 10년 정도, 한국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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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 모습. [사진=신화 뉴시스]


# 그렇다면 보수는 반대를 위해 세를 결집하고, 진보는 집권 및 기본소득 시행을 위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면 될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게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수동적으로 느껴진다. 해왔던 대로 계속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시야를 확대해 이 문제를 창발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선도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면 안 될까? 어차피 한국은 더 이상 ‘패스트팔로워’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퍼스트무버’로 나서야 하는데 말이다.

# 이 대목에서 체육(스포츠)으로 눈을 돌려보자. 나라별 국민행복지수를 산정하는 카테고리를 보면 ‘건강’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박태환이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든 못 따든, 제2의 김연아가 나오든 안 나오든,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보다 많은 국민이 건강하게 사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그 다음에 올림픽메달, 프로선수들의 국위선양이 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치 경제 문화도 국민건강에 기초한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생활체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비가 3,43달러나 줄어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본소득 대신 ‘체육기본소득(연금 혹은 쿠폰 등의 명칭도 좋다)’은 어떤가?

# 이미 돈이 건강과 외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돈이 없어 성형과 첨단의료서비스를 못 받는 것도 서러운데, 먹고살기에 바빠 최소한의 운동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그 때문에 타고난 좋은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면 더욱 안타까운 노릇이다. 정기적인 운동이 삶에 있어 얼마나 값진 것인지는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성인은 물론이고, 유아 및 청소년, 장애인, 노인까지 사회적 약자라면 더욱 그렇다. 성인 기준 월 10만 원 정도면 어떨까? 피트니스센터나, 하고 싶은 스포츠동호회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체육활동(회비)이나, 스포츠용품을 구매하는 데만 쓰이도록 쿠폰 형태로 지급하면 된다.소비에 따라 공급이 확대되면서 스포츠용품, 체육시설구축, 스포츠서비스 등 관련 산업의 대대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10만원 쓰면 30만원은 의료비로 절약할 수 있으니 나라곳간에 부담은커녕 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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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7330' 캠페인의 로고.


# 똑똑한 진보는 거대담론만에 매몰돼 체육과 같은 작은 영역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보수는 우민화 수단으로 체육을 활용할 뿐 진짜 국민건강을 고려치 않는다는 의혹이 짙다. 시기적으로 10년 이상 떨어져 있는 스위스의 기본소득에 대해 관전 및 논평만 하지 말고, 20대 국회에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월 10만 원 정도의 체육기본소득 같은 것 좀 위정자나 주요언론이 얘기했으면 좋겠다. 유능한 스포츠사회학자 출신으로 원내 제1당의 4선의원이 된 안민석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꼭 ‘인권의 아버지’ 토머스 페인을 언급하지 않아도 아주 쉽게 상식으르도 판단이 가능한 문제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편집장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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