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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혼다 LPGA 우승자 렉시 톰슨은 왜 눈을 감고 퍼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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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우승한 렉시 톰슨(사진)의 '눈감고 퍼팅하기'가 화제다. 미국 골프채널은 28일(한국시간) "렉시 톰슨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눈을 감은 채 퍼팅해 6타차 우승을 거뒀다"며 "톰슨에게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톰슨은 실제로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 눈을 감고 퍼팅해 8언더파 64타를 치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퍼팅수는 24개에 불과했다. 톰슨이 나흘짜리 대회에서 20언더파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톰슨은 작년 11월 열린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때부터 눈을 감고 퍼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친인 스캇의 권유로 연습 그린에서 눈을 감고 퍼팅했는데 느낌이 좋아 계속하고 있단다. 톰슨은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눈을 감고 퍼팅하면 감각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며 "난 기술적이기 보다는 감(感)에 의존하는 선수라 그런지 눈을 감고 퍼팅하는 게 느낌도 좋고 마음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톰슨은 퍼팅 라인을 살핀 뒤 캐디가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올바르게 홀을 향해 섰는 지를 점검한 뒤 눈을 감은 채 퍼팅한다. 하지만 톰슨이 모든 퍼팅을 눈을 감은 채 하는 것은 아니다. 톰슨은 "래그 퍼팅을 할 때나 이단, 삼단 그린의 경사 위로 퍼팅할 때는 눈을 뜨고 한다"고 말했다. 래그 퍼트란 쓰리 퍼트를 방지하기 위해 홀 근처 원 퍼트 거리에 볼을 갖다 놓는 퍼팅을 말한다.

투어 프로들이 눈을 감고 퍼팅하는 것은 톰슨 만의 일은 아니다. 퍼팅 연습을 할 때는 느낌을 확인하는 방법중 하나다. 눈을 감고 퍼팅 스트로크를 하면 자신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공을 치는 지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경기 때에도 눈을 감고 플레이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LPGA투어에서는 렉시 톰슨과 수잔 페테르손 정도다.

퍼팅 때 볼을 보는 대신 홀을 보고 퍼팅하는 선수도 있다. 자니 밀러의 경우 1994년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때 이 방법으로 퍼팅해 우승했다. 선수가 자신감을 잃었을 때는 볼 보다는 홀(hole)에 집중해야 마음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눈을 감고 퍼팅하면 볼에 대한 강박증이나 지나치게 기계적인 퍼팅 스트로크를 개선시킬 수 있다.

투어 프로들이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이유는 그 만큼 퍼팅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것 저것 해보다가 고안해낸 방법인 것이다. 롱 퍼터도 결국은 퍼팅의 어려움을 하드웨어 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만들어낸 산물로 봐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퍼팅 입스(Yips)의 고통이 창안해 낸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입스에 걸린 선수들은 퍼팅 때 빠른 눈의 움직임을 보인다. 눈은 퍼팅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빠른 눈의 움직임은 뇌와 근육의 활동을 방해한다. 눈을 감고 퍼팅하거나 볼 대신 홀을 보고 퍼팅하면 퍼팅과 관련한 다앙한 정보 수집을 눈이 아닌 손이 하는 것이다. 모든 대회의 우승이 값진 이유는 각고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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