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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습생 출신의 골프 성공 스토리 문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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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준이 지난해 매경오픈에서 우승트로피를 힘차게 들어올리고 있다.


지난 해 ‘제3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에서 투어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문경준(34 휴셈)은 상선약수(上善若水) 라는 사자성어를 항상 가슴에 두고 있다고 했다.

상선약수란 ‘최고의 덕목은 물처럼 행동하는 것’ 이라는 의미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문경준은 “군복무 기간 동안 책을 많이 접했다. 노자와 장자의 책을 주로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그 중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이뤄진다.’ 라는 가르침의 상선약수가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고 말했다.

문경준은 2015년 ‘제3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컵을 품에 안은 뒤 우승 인터뷰에서 공황장애(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증세)로 힘든 시기를 보낸 사실을 털어놓은 적 있다. 그는 “2008년 시즌 이후 무언가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공황장애라는 정확한 병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증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이상 가지 못했다. 약을 처방 받았지만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약에 의지해야 할 것 같아 먹지 않았다” 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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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첫 승 이후 가족과 함께 포즈를 취한 문경준.


힘든 2009년을 보낸 문경준은 고민 끝에 2010년 1월 군에 입대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생활을 하면서 복무 기간 동안 명상과 독서, 등산을 통해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상선약수를 마음 속에 새긴 것도 이 시기부터다. 군복무를 마치고 2012년 KPGA 코리안투어에 복귀한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나갔다. 2012년 51위였던 상금순위는 2013년 22위, 2014년 7위를 거쳐 지난해에는 상금순위 4위 자리까지 올랐다.

문경준은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재학시절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동한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교양 과목으로 골프를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문경준은 “사실 골프를 처음 접할 때 골프선수를 꿈꾸지는 않았다. 골프를 어느 정도 연마하면서 공부를 계속해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골프를 배울수록 흥미를 느꼈고 또 잘됐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고 말했다.

그는 연습생 출신이다.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클럽(하늘코스) 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근무가 끝나면 개인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잔디가 얼마나 소중한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골프장을 청결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늘 가지고 있어 시합을 하면서도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 항상 솔선수범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2014년 ‘KPGA 해피투게더상’ 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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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중인 문경준.


‘팀 휴셈’ 소속으로 2016 시즌 준비를 위해 김봉섭(33), 김재호(34), 최이삭(36), 홍창규(35) 등 동료 선수들과 전지훈련 캠프가 마련된 베트남 남부 무이네에서 체력 훈련과 함께 미비점 보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문경준은 “지난 해 퍼팅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반드시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실수를 해 스스로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던 이유에서다. 또한 하반기부터 체력이 떨어져 체력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에 체력훈련의 비중도 높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해 동안 부상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경기하는 것이 더 큰 목표다.” 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한 곳을 향해 떨어지는 물이 크고 단단한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것처럼 문경준은 성실함과 꾸준함을 무기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문경준은 그가 마음에 새기고 있는 ‘상선약수’ 의 덕목을 통해 골프를 바라보며 여전히 세상 속 이치를 배워가고 있다. 투어 10년 차 문경준의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헤럴드스포츠]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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