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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타이거와 로리의 닮은꼴 정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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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왼쪽)와 로리 매킬로이. 골프영웅들의 정신 세계는 경계가 없는 듯 하다.


한창 때인 2000년대 초,중반 타이거 우즈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그가 등장하면 주변의 공기가 달라질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경외감 마저 들었다. 바람의 방향을 체크하기 위해 잔디를 뜯어서 날리는 평범한 동작까지도 뭔가 위엄이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경외감은 일반 선수들과 다른 강력한 임팩트와 하늘 높이 치솟는 고탄도 샷으로 심화됐다.

미디어나 골프팬 들만 경외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우즈와 함께 주니어 시절 선수생활을 했던 재미동포 골퍼 찰리 위는 우즈를 이렇게 평가한다. “PGA투어에서 오전 조로 경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오후에 플레이하는 타이거의 경기를 TV로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나로선 파만 해도 대만족인 홀에서 그는 버디를 잡는다. 미친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우즈는 천상(天上)의 플레이를 계속하기 위해 꾸준히 몸을 키웠다. 그리고 달라진 체형에 맞게 끊임없이 스윙을 교정했다. 그 사이 신동(神童)에서 전설(傳說)로 올라섰다. 2008년 US오픈은 절정의 순간이었다. 우즈는 십자인대가 끊어진 왼쪽 무릎으로 14번째 메이저 우승을 거뒀다. 당시 우즈는 나르시즘의 종결자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신(神)과 달리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

세월이 흐르며 우즈에게도 육체적 한계가 찾아왔다. 지지대 역할을 하는 왼쪽 발목과 무릎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즈처럼 헤드 스피드가 120마일이 넘는 빠른 스윙을 하게 되면 그 스피드의 10배가 넘는 충격이 관절에 누적된다. 과도한 근육은 몸의 유연성을 떨어 뜨리고 각종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불행하게도 고인이 된 아버지 외에 어느 누구도 주변에서 우즈의 운동중독을 말릴 사람은 없었다.

우즈는 왜 인간계(界)가 아닌 신계(界)에 머물길 원했을까? 그의 성장과정에 어느 정도 답이 있다. 우즈는 초등학교 시절 백인 아이들에 의해 나무에 매달려진 채 돌팔매를 당한 적이 있다. 부친 얼 우즈도 대학 야구팀의 포수로 뛰었는데 흑인이라는 이유로 호텔에 들어가지 못하고 야구단 버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이런 인종차별의 기억은 우즈 부자(父子)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다. 후일 우즈는 “골프대회에 나가 모든 경쟁자(주로 백인)들을 물리칠 때 희열을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10대 시절 로리 매킬로이의 스윙은 로봇 같았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스윙은 매킬로이가 우즈 보다 좋다. 완벽한 균형을 이룬 채 마무리되는 피니시 자세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장타를 내는 원동력이었다. 매킬로이는 우즈와 달리 골프 스윙으로 부상을 당한 적도 없다.

공료롭게도 매킬로이 역시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운동중독에 빠지게 된다. 우즈의 전철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우상인 우즈와 함께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며 잦은 왕래를 했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매킬로이도 우즈의 압도적인 플레이에 매료된 성장기를 보냈기에 흡수력은 빨랐을 수 있다.

최근 몇몇 전문가들이 매킬로이의 운동중독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위대한 골퍼를 아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즈가 그랬던 것처럼 매킬로이도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하게 표현하면 ‘니들이 골프의 끝을 알아?’ 란 투다. 몇 번의 우승, 몇 타차의 승리 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는 영웅적인 플레이가 지향점일 수 있다. 인간계의 지적은 신계를 꿈꾸는 골프영웅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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