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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골프가 멘털 게임 임을 보여준 노무라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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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노무라 하루(24 한국명 문민경)를 보면 골프가 멘털 게임인 것을 실감하게 된다. 외톨이로 투어생활을 할 때는 그저 그런 선수에 머물렀으나 소속감을 느낄 울타리가 생긴 후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경계인이다. 1992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노무라는 부모의 이혼후 6세 때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다닌 노무라는 성장기에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었다. 프로무대에 입문한 후에도 속마음을 터놓을 대상은 안선주 정도였다. 노무라는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할 때 시즌이 끝나면 안선주와 함께 서울 시내를 쏘다녔다.

노무라는 어머니의 권유로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 보다는 투어 환경이 좋은 일본에서 뛰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국적을 취득하는 게 나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노무라는 19세 때인 2010년 JLPGA투어에 데뷔했으며 '아버지의 나리'에서 열린 브리지스톤 레이디스 오픈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후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노무라는 작년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 고대하던 두 번째 우승을 했다. 당시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난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내 국적은 골프”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세상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체념도 담겨 있었다.

한화금융클래식 기간중 만난 노무라는 말수가 적고 표정도 밝지 않았다. 하지만 동료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이 밝아졌다. 노무라는 “한화 골프단에 감사드린다. 울타리가 생긴 후 동료 선수인 지은희, 김인경, 제니 신 등 같은 한화 골프단 소속 선수들과 어울리며 투어생활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외롭던 생활에서 벗어나자 연습이나 경기출전이 즐거워졌다는 것이다.

노무라는 플레이 스타일도 독특하다. 무리수를 두지 않지만 공격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는 생존 골프다. 웅크리고 있다가 먹이감을 낚아채는 그런 스타일이다. 철저히 방어적이고 철저히 공격적인 골프다. 홀로 묵묵히 생존을 모색해 온 고단한 여정이 느껴지는 무언의 퍼포먼스다.

한화 골프단 관계자들은 2014년 말 LPGA 시드권자를 모니터링하던 중 노무라에 주목했다. 볼을 야무지게 쳐 장래성을 보고 영입했다. 계약 때 국적 등 이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상은 적중했고 지난 주 호주여자오픈 우승으로 노무라는 한화 골프단의 보배가 됐다. 하지만 노무라 입장에선 한화 골프단이 골프인생의 보배였던 셈이다.

호주여자오픈 우승으로 노무라는 이제 좀 더 근사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캐디백에 새긴 일장기와 태극기가 한일 양국 모두에서 박수를 받는 그런 삶 말이다. 후원사의 지원으로 얻은 안정적인 골프환경, 그리고 동료들과 나누는 끈끈한 인간애는 영혼의 안식처가 됐다. 골프는 멘털 게임이고 한화 골프단과 노무라 하루가 그 걸 잘 보여주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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