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기타선생님 정빈 씨의 크로스컨트리 도전기
이미지중앙

제13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 출전한 김정빈 선수(왼쪽)의 모습.


망막색소변성증

2014년 개그맨 이동우가 ‘힐링캠프’에 출연하며 화제가 되었던 ‘망막색소변성증(RP)’. 간상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야맹증이 증상을 보이고, 원추세포의 손상이 생기면 색맹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수술과 약으로 회복할 수 없다.

김정빈 선수(26)는 어릴 때부터 야맹증 증상이 나타났다. 성인이 되고 시야가 좁아지면서 안 보이기 시작했다. 시각 1급(빛이 보이는 정도) 장애 판정 후, 망막색소변성증과 친구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즐겨하던 운동은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월 말 경기도장애인체육회 크로스컨트리 시각(B1) 선수 추가 모집 공고가 났다. 세상을 향해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생긴 김정빈 선수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2주간의 훈련을 통해서 제13회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기로 한 것이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바쁜 스케줄에 맞춰 하루 6~8시간씩 다른 장애 유형 선수들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훈련에 임했다. 일대일 가이드가 없어 훈련에 한계가 있었고, 신인이다 보니 많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특히 비장애인코치와의 소통이 중요했다. 다양한 장애유형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에게 김정빈 선수는 “시각장애인의 이해를 위해서 잠깐이라도 안대를 쓰고 생활과 운동을 해보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덕분에 제법 소통이 나아졌다.

크로스컨트리를 하면서 체력에 도움이 되고, 추위 및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안대를 쓴 채 가이드와 함께 제13회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했다. 첫 출전이만 2.5km와 5km Free BLINDING(선수부)에서 각각 6위, 5위에 입상했다.

게리 무어의 ‘더 로우너(The Loner)'를 치는 멋진 선생님

이미지중앙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김정빈 선수.


김정빈 선수는 추계예술대학교 기타전공 휴학생이다. 운동을 좋아했지만 눈이 나빠지면서, 대신 기타의 선율을 택했다. 23살부터 기타학원에서 비장애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그는 학생들에게 시각장애을 먼저 밝힌다. 그리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선생님은 시각장애인이야. 우선 기타 연주를 들어보렴.”

“모르는 게 있으면 너희들이 코드를 읽어줘, 그럼 선생님이 기타를 쳐서 알려줄 게.”

학생들은 잠시 낯설어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수업효과가 높다.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수업인 까닭에 학생들이 재미있어 한다. 아이돌 같은 외모와 기타실력이 빼어나고, 수업방식이 흥미로우니 제법 인기선생님이란다.

김정빈 선수가 평소 즐겨하는 기타 연주는 고 게리 무어의 ‘더 로우너’다. 무어의 연주는 구슬픈 한의 선율이 있어 아시아에서 유독 인기가 많다. 실력자라면 한 번은 도전해본다는 빠른 템포로 난이도가 높지만, 큰 성취감을 주는 명곡이다.

운동을 즐기자

김정빈 선수는 복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은 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2년 전 입문했던 쇼다운(시각장애인종목)과 육상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내년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를 위해 체력을 키워야하거든요. 극한에서 오는 희열을 느끼니 새로운 오기가 생깁니다. 항상 웃을 수 있고, 도전을 할 수 있어 감사하거든요.”

시각장애인들에 맞는 스포츠는 생각보다 많다. 집 근처 복지관, 시각장애인협회, 장애인체육회 등에 문의해 체험하면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찾을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삶의 활력소를 찾은 김정빈 선수는 “장애로 인해 운동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즐기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면 생각보다 큰 결실을 얻게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해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