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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훈의 언플러그드] 이승엽과 이대호의 도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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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실리를 우선시하는 부류 가운데 대표적인 선수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꾼다. 자국 리그의 톱 클래스에 있는 선수는 더욱 그럴 것이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지난 시즌 역시 그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출신의 김현수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일본야구기구(NPB)의 오승환 역시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이대호도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꿈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꿈을 좇는 방식은 선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어떤 부류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몸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으면 쉽게 그 꿈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돈을 더 주는 리그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부류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다. 메이저리거가 된다는 명분과 어느 정도 돈도 챙기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실리보다는 오직 명분만 쳐다보는 부류가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메이저리거가 될 때까지 ‘눈물 젖은 빵 먹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실리를 우선시하는 부류의 대표적인 선수는 이승엽이다. 한국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룬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구단이 이승엽에 관심을 보였다.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다저스는 2년간 계약금 외에 연봉 130만 달러와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20만 달러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이를 거부했다. 이승엽은 후에 터무니 없이 낮은 이적료 때문에 가지 않았다고 했으나, 사실 다저스가 제시한 연봉 금액에 실망해 이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일본의 롯데 마린스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이승엽은 그 후에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제시한 거부할 수 없는 연봉 앞에 그 꿈을 포기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해 친정인 삼성 라이온즈에서도 팀 내 최고의 연봉을 받으며 여전히 화려한 선수생활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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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원하는 이대호.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부류의 대표적인 선수는 이대호이다. 역시 한국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룬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단 일본을 먼저 선택했다. 오릭스와 소프트뱅크에서 성공적으로 활약했다. 남은 것은 메이저리그.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의 명분은 더 늦기 전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것이다. 그것도 당장이다. 시즌 개막 전에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경우 다시 자유계약 선수가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다른 구단으로 가든가, 아니면 일본 또는 한국으로 유턴하겠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들어가면, 비록 인센티브를 포함하기는 하지만 400만 달러의 연봉이 보장되어 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설사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다 해도 일본의 소프트뱅크로 돌아가면 된다(한국으로 당장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18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이대호는 명분과 실리 둘 다 챙기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당장의 실리보다는 명분을 좇은 부류의 대표적인 선수는 임창용과 추신수이다. 한국과 일본야구를 섭렵한 임창용은 37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를 노크, 잠시였지만 끝내 그 꿈을 실현했다. 마이너리그 루키에서 시작하여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 마침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추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 가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7년간 1억3,000만 달러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어떤 타입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전정신’이라는 관점에서 이승엽과 이대호는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승엽은 돈과 자존심 때문에 메이저리그 진출에의 꿈을 포기했다. 그것은 진정한 도전이 아니었다. 이대호 역시 말은 메이저리그 도전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돈과 자존심 때문에 마이너리그에는 결코 가지 않겠다는 점에서 진정한 도전이 아니다.

진정한 도전정신이란, 야구 선수의 경우 돈과 자존심을 떠나 마이너리그에서의 생활을 감내하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물론 나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 1년 정도는 고생하겠다는 각오는 있어야 한다.

강정호의 성공적인 데뷔로 앞으로도 적지 않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것이다. 바라건대,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말고’식의 정신자세는 버려야 한다. 자존심도 버려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의 ‘춥고 배고픈’ 생활을 견디겠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그런 선수만이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을 것이다. seanluba@hanmail.net

*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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