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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은의 독이든 사과] 1%의 미학, 오즈메이커
살다보며 종종 작은 숫자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단 1%의 차이가 흐름을 바꾸고 결과를 뒤집는 경우 말이다. 헐리우드 영화 <21>에서도 그러한 상황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하며 테이블을 거쳐간 패의 숫자를 기억한다(일명 카드 카운팅). 이를 바탕으로 높은 확률의 패에 베팅을 해 큰돈을 만진다. 숫자라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을 벌이고, 실화에 기초한 이런 장면은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숫자 한두 개 차이로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베팅의 배당률을 결정하는 직업, 바로 오즈메이커다.

오즈메이커(odds maker)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배당률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들은 경기의 전력을 분석하고 참가자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게임의 배당률을 결정한다. 한마디로 이들이 결정한 숫자 내에서 참가자들은 희비의 쌍곡선이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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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메이커(odds maker)는 증권트레이더의 스포츠 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남들과는 다른 오즈메이커


마치 오즈(OZ)의 마법사처럼 베팅의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승률 계산 및 배당 계산이 모두 통계학적 추론에서 이어지기에 이들에게 수리적 감각을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공계를 거친 수학천재들 이라고 해도 이 직업에 최적이라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경기를 바탕으로 하기에 스포츠에 대한 지식 없이는 정확한 배당률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 경기가 베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 만큼 외국어 실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수학능력에, 스포츠에 대한 지식, 외국어 실력까지 겸비한 소위 ‘엄친아’ 같은 이들의 삶이 생각처럼 녹녹하지만은 않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포츠 이슈를 검색하고 출근, 귀가 중에도 자신의 담당 종목을 수시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큰 스포츠 이벤트가 주로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이들의 근무시간은 평일 주말이 따로 없다. 얼마전 설날에도 이들 중 누군가는 화면 안에 굴러다니는 공을 보며 새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오즈메이커의 진골?

우리나라의 스포츠베팅 산업은 시장 규모로 보나, 참여자 수로 보나 이 분야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유럽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국내의 오즈메이커의 수준은 유럽의 그것이 뒤지지 않는다. 윌리엄 힐, bwin 등 이름만 대면 알 법한 해외 유명 업체의 오즈메이커들도 별다른 독자 노하우나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나 오즈메이커들 간에는 독자 네트워크로 실시간으로 정보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으며, 협회 세미나를 통해 정보 및 노하우가 공유되기에 누구의 실력이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지 각각의 회의 운영 방침에 따라 모든 정보를 배당률에 반영하고 말고가 결정된다. 하물며 한국인의 수학적 능력은 세계가 인정한 바가 아닌가.

오즈메이커의 조언

한국에서 유일한 합법 베팅은 ‘스포츠 토토’뿐이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불법인 사설 베팅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 ‘불법 베팅이 합법보다 배당률이 높다’는 점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이런 유저들에게 실제 토토게임의 배당률을 주무르고 있는 현직 오즈메이커가 조언한다.

“사업의 목적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배당률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불법)는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목표가 있고, 우리나라의 체육진흥투표권은 국민체육재원 조성을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 사업자와 비교하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반면 불법 사설 업체는 ‘먹튀’ 등 안정성에 큰 문제가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는 스포츠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레저 활동으로 토토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컴퍼스(▶)·인포가이드코리아 대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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