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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리디아 고가 뉴질랜드에서 국민 여동생 대접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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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사진)가 유럽여자투어(LET) 시즌 개막전인 ISPS 한다 뉴질랜드여자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에서 '국민 여동생' 대접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은 자국 국적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선수의 방문에 맞춰 많은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취재감이다.

첫번째 뉴스는 론즈데일컵 수상이었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도착 직후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NZOC)로부터 이 상을 받았다. 론즈데일컵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뉴질랜드 스포츠 스타나 팀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골프 선수가 이 컵을 받은 건 54년 론스데일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뉴질랜드 언론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리디아 고의 뉴질랜드여자오픈 출전 여부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인해 리디아 고가 대회에 못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와줬으면 좋겠다' '조국을 등질 리디아 고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리디아 고가 프로 전향후 스윙코치 가이 윌슨과 결별한 뒤 미국인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계약했을 때 뉴질랜드인들은 '리디아 고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는 것 아닌가?'란 불안 증세를 보였다. 과거 뉴질랜드골프협회의 후원만 받다가 한국으로 떠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뉴질랜드 국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뉴질랜드인들은 "리디아 고는 다를 것"이란 신뢰감과 애정을 갖게 됐다.

리디아 고는 그런 신뢰에 보답하듯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언론은 국적과 관련해 재차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뉴질랜드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한국 국적 회복을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리디아 고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했다. "나는 골프백에 뉴질랜드 국기를 새기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에서 골프를 시작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성장했고, 뉴질랜드골프협회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뉴질랜드를 떠나기는 어렵다”

대답은 계속됐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도,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것도 모두 자랑스럽다. 훌륭한 두 나라의 응원을 받는다는 것은 행운이다. 나는 코리안 키위(Korean Kiwi),즉 코위(Kowi)다”. 키위는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새 이름으로 뉴질랜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런 답변은 리디아 고를 놓치고 싶지 않은 뉴질랜드 사람들에겐 감동 그 자체다.

리디아 고는 기량도 뛰어나지만 인품도 그에 못지 않은 듯 하다. 아직 만 19세가 되지 않은 어린 나이지만 사고의 폭이 깊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남다르다. 지난 주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후 장하나에게 "언니, 할 수 있어요"라며 용기를 줬다. 장하나는 우승후 "리디아의 응원이 내 마음 속에 더 큰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며 고마워했다. 가식적인 언행이었다면 장하나는 절대 고마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베테랑 로라 데이비스도 리디아 고를 칭찬했다. 데이비스는 12일 뉴질랜드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여자오픈은 상금도 작고 세계랭킹 포인트도 보잘 것 없다"며 "그래도 리디아는 뉴질랜드여자오픈에 나왔다. 리우 올림픽 출전으로 어느 해 보다 스케줄 관리가 중요해 이 대회를 건너 뛸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세계랭킹 50걸중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 뿐이다.

인품이 훌륭하면 은은한 향(香)과 같은 좋은 기(氣)가 드러난다. 기(氣)란 진리(眞理)의 정신을 뜻한다. 이 기운은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고 즉흥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없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리디아 고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인간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해관계에 따라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믿음과 의리, 즉 신의(信義)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다. 이런 진정성은 국적 문제를 놓고 인터넷상에 흘러 넘치던 국내 네티즌들의 속좁은 악플도 누그러뜨리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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