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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백문이불여일행 - 하재헌 하사의 실내조정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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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헌 하사(왼쪽)가 정병하 국장의 도움을 받아 실내 조정을 체험하고 있다.


“헉헉.”

맥박이 점점 빨라지며 얼굴과 몸에 땀이 고인다. 이런 기분을 병원에서 운동을 통해 짜릿함을 느낄 수 있구나. 장병들의 얼굴은 땀으로 가득이지만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지난 27일 오후 2시 분당 국군수도병원 재활의학과에 에르고메터(로윙머신)가 설치됐다. 앞서 소개한 대로 성남시장애인체육회를 통해 ‘찾아가는 생활체육서비스’ 상담이 이뤄졌고, 병원측은 장병들의 의견을 모아 장애인조정 체험을 요청했다.

지체장애인들의 실내조정은 장비와 지도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정장비와 지도자 지원은 경기도장애인조정연맹과 대한장애인조정연맹의 협조를 받았다. 국군수도병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장병들의 체험 전에 관계자들이 장비와 자세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장비 구입에 대한 문의도 나왔다. 전체적으로 조정이 재활에 제격인 종목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하나 둘 장병들이 재활의학과로 모였다. 장병들이 다친 후 처음 접하는 운동으로 안전과 종목의 바른자세를 이해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각자 다친 곳이 다르며 조심해야 할 부분을 재활의학과 담당자에게 전해 들었다. 지도자들은 장병에 맞는 등급분류를 판정, 장비를 맞게 설치하였다.

하재헌 하사(21)는 TA(몸통과 팔을 사용하는 등급)로서 자세지지의자를 설치 후 스크랩으로 몸을 고정하였다. 두 손을 이용하여 혼자 에르고메터의 의자에 앉은 것이다.

하 하사는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부친도 설레이는 눈빛이었다. 하 하사의 아버지는 장애인 조정에 큰 관심을 보였고, 아들이 직접 체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호기심이 가득 찬 그 표정이 필자를 처음 만난 하 하사의 것과 너무도 흡사했다.

이제 경기도장애인조정연맹 정병하(40) 국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 국장도 1997년 군대에서 사고를 당한, 하 하사와 같은 TA등급으로 눈높이 교육을 통해 쉽게 설명이 가능했다.

몸통의 사용 및 불편한 점(방석을 깔고 앉았지만 절단된 다리가 장비와 직접 닿기 때문에 다소 불편해 보였다)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됐다. 즉, 몸통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말이다. 상체를 굽히고 펴는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데 먼저 구분동작을 통해서 자세를 알려줬고, 바로 연속동작을 반복하며 호흡과 자세에 대한 수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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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지도자들이 국군통합병원 재활실에서 로잉머신을 설치하고 있다.


하 하사의 아버지는 미라시조정경기장에 대해 궁금해했다. 직업군인인데 그것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겠냐는 것. 장애인 선수들 중 직업이 있어 주말을 이용해 훈련하거나, 퇴근 후 개별적인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밖에 조정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한 것도 꼼꼼하게 체크했다.

하 하사 부자는 무엇보다 직접 체험하는 것에 크게 만족해했다. 백문이불여일행?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정은 설명보다 직접 체험을 해보는 게 가장 좋다.

하 하사 외에도 참여한 모든 장병들이 조정체험에 크게 만족했다. “처음하는 운동이니 가볍게 탄다고 생각하고, 힘들면 바로 멈추라”고 주문했는데, 모두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했다. 그리고 “힘들지만 너무 좋다”는 소감을 입을 모아 밝혔다.

지난 번 하 하사의 기사가 나가자 국군수도병원으로 장애인체육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 선수는 고연령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젊은 장애인 선수는 인기가 많다. 하 하사 같은 젊은 장애인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장애인 선수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체육을 시작할 때, 선수와 지도자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운동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장애를 입은 참가자는 큰 용기를 내고 시작한다. 지도자는 응원과 함께 선수를 믿고 개인별 장애의 이해, 심리적인 요소, 장비, 지도자의 지도법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에 맞는 개별적인 운동과 세부적인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군수도병원 재활실에서 이뤄진 실내조정 체험은 이 조건을 충족했다. 그래서 비록 시작이지만 그 끝은 창대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이 보였다. [헤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P.S. 하재헌 하사의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 이용을 통해 장애인 조정을 3편으로 나누어 소개했습니다. 하 하사 및 다른 장병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조정 말고도 장애인 스포츠는 참 많습니다. 향후 장애인체육의 다양한 종목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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