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스인평 후기]미워할 수 없는 가벼움의 미학 - ‘작은 거인’ 심권호 편(레슬링)
이미지중앙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인터넷 방송 중계에서 해설을 맡은 심권호(왼쪽)의 모습. 오른쪽은 개그맨 차승환.


심권호(44)는 한국 레슬링의 전설이다. 아니, 아시아 최초로 국제레슬링연맹이 선정하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2014년)된 세계적인 레슬러다. 두 체급에 걸친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달성, 폴승과 기권승 레슬링 역사상 최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204전승…. 그가 남긴 발자취는 들여다볼수록 ‘어마무시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해설파문과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과시’한 까닭에, 역사에 남을 그의 업적이 퇴색한 느낌이 들 정도다.

심권호가 스포츠인물평전을 찾았다. 스포츠과목에서는 심각한 기초수학능력 부족 현상을 보이는 김용민 지식라디오 대표. 역시나 녹음 전 헤럴드스포츠가 준비한 기초자료를 냅다 가져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스포츠보다 더 파란만장한 한국정치를 들여다보느라 피곤한 와중에도 스포츠를 배워보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니.

문제는 심권호와 레슬링 종목을 소개하기 위해 준비한 ‘전설의 레슬러’ 알렉산더 카렐린(49)에 대한 자료를 심권호의 것으로 막 읽기 시작했다는 사실. 급히 틀렸다고 지적하니 “누가 이런 틀린 자료를 준비했냐?”고 되레 타박. 수학으로 치면 이제 막 집합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미적분을 들이댄 셈이라고나 할까. 정황을 설명하니 역시 스포츠 ‘무뇌한’론으로 마무리. 어쨌든 ‘세계 레슬링 사상 중량급에서는 카렐린, 경량급에서는 심권호가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방송은 시작됐다.

“엄청난 훈련에 체중조절까지 해야 하니 힘들었죠. 특히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우승한 직후 제 체급인 48kg급이 아예 없어졌죠. 전성기를 구가해야 하는데 체급이 없어졌으니 모두들 ‘너는 끝났다’라고 했죠. 하지만 54kg급으로 올렸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살을 빼는 게 힘들었는데, 거꾸로 살을 찌우는 게 힘들어졌죠. 어쨌든 저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큰 선수들을 상대로 또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심권호를 옆자리에서 슬쩍 보니, 레슬링 선수 특유의 상처난 귀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시합에서, 얼마나 많은 손이 저 귀를 아프게 했을까? 운동 중에서 체급이 있는 투기종목이 가장 힘든데, ‘명랑한’ 심권호는 피와 땀을 쏟아야 하는 훈련도 참 경쾌하게 설명했다. 이것도 타고난 재주다.

“열심히 한 건 당연하고요. 전 머리도 많이 썼어요. 연습할 때는 제 기량을 다 보이지 않고, 경기할 때 진짜 기술을 썼죠. 그러다 보니 어차피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권을 하는 상대도 있었죠. 시드니 올림픽(2000년) 결승의 경우 상대인 쿠바 선수는 아주 강했어요. 다들 제가 질 거라고 했죠. 하지만 상대가 손이 파고 들지 못하는 새로운 기술로 완승을 거뒀고, 이 선수는 저의 새로운 기술로 인해 경쟁력을 잃자 다음 해 바로 은퇴했어요.”

맞다. 심권호 때문에 체급이 조정되고, 레슬링 룰까지 바뀌었다. 역대급 선수는 이런 것이다.

이미지중앙

왼쪽부터 김용민 지식라디오 대표, 최익성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 심권호.


심권호는 방송사고에 대해서도 “특별한 게 없다. 뭐 중계윤리나, 해설자의 자세를 떠나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여과없이 나갔을 뿐이다. 욕도 참 많이 먹었는데, 올해가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설을 다시 하고 싶다”고 술회했다.

국내 최고 연금을 받고 있는 심권호의 현재 공식 직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팀장(부장급)이다. 탄탄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고, 유머감각도 좋다. 그런데도 아직 결혼하지 못한 것에 대해 “타고난 성격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자들과 교류가 참 많았는데 결혼상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레슬링의 전설은 여심을 자극하는 ‘나쁜 남자’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국 레슬링이 위기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데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가 더 많다. 좋은 후배들이 많은 만큼 한국 레슬링이 다시 도약했으면 좋겠고, 어떤 식으로든 영원한 레슬링인으로 도울 생각이다.”

심권호가 출연하는 <김용민 최익성의 스포츠인물평전>은 지식라디오를 통해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방송되며, 이후 팟빵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김용민 최익성의 스포츠인물평전 해당 회차 다시듣기 ▶http://www.podbbang.com/ch/10698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