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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훈의 언플러그드] 응답하라 윤성환과 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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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난무해서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문대성, 그는 한 달 만에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정치 평론가들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아무리 정치판이 엉망이지만, 그래도 정치를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떠들어도 우리나라 정치는 희화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거의 매일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해프닝을 소개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씨는 체육계 인사로는 드물게 4년 전 부산에서 출마하여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후 나름 여의도에서 열심히 의정활동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면 자신만의 ‘큰 꿈’도 있었을 터. 그러나 그는 지난 해 12월 20대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해버렸다. “현 정치권에는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했다”면서 말이다. 분명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 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랬던 문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지 한달여 만에 불출마 번복을 하며 총선에 나오겠다고 밝혔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그는 거짓말을 했다. 거짓이 난무해서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한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말을 뒤엎어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하기야 정치인들의 거짓말 행진곡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치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슬그머니 복귀해왔던가. 정치인들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는 그래도 약과다. 범법행위를 해놓고도 일단은 정치생명을 걸면서까지 혐의 사실을 부인해놓고 보는 정치인들을 그 동안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비겁하다. 문 의원은 “의석 확보에 보탬이 되기 위해 불출마를 번복했다”며 불출마 번복의 변을 밝혔다. 차라리 “그냥 접기가 억울했다.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한 정치판을 기어코 뒤엎어서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게 백 번 나았다.

좋다. 정치판은 원래 그런 곳이니 그렇다고 치자. 승부가 명백히 드러나는 스포츠판은 그래도 정치판과 좀 달라야 하지 않은가. 거짓이 없고 진실만이 존재하는 스포츠판, 비겁함이 없고 정정당당함만이 있는 스포츠판, 자기의 영달만이 난무하지 않고 배려와 나눔이 넘치는 스포츠판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판과 다를 게 하나 없어 보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갖 스캔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지난 해 국내 프로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도박 파문만을 놓고 보자. 삼성 라이온즈의 윤성환과 안지만이 도박 의혹에 휩싸였으나 아직도 이들의 혐의 여부는 결정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실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고, 구단은 무죄추정원칙주의를 내세우며 해외 전지훈련 명단에 이들을 포함시키는 대담함을 보였다.

비겁하다. 윤성환과 안지만. 이들은 아직도 침묵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자신의 결백을 밝히지 않고 있는가.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구단의 처신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면, 왜 떳떳하게 그것을 밝히지 않고 있는가? 도박을 했다면, 그 역시 사실대로 밝히면 된다.

KBO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사안이 이처럼 중대한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안이라면, 자체적으로라도 조사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조사할 산하기구가 없으면 선수협회와 협의를 하여 만들면 될 것이고, 조사 권한이 없다면 돈을 들여서라도 외부 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 아닌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보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즉각 조사에 나선다. 사무국은 최근 동생의 불법 야구 도박 문제로 형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다르빗슈 유를 조사한 바 있다. 사법부만 바라보는 KBO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미식축구(,NFL)도 마찬가지. 지난 해 ‘슈퍼볼’ 경기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사용한 공이 지나치게 공기압이 낮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디플레이트게이트(Deflategate)가 발생했다. 이에 NFL 사무국은 수 백만 달러를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 이 사건을 조사케 하였다. 결국 변호사는 구단 직원들과 쿼터백 톰 브래이디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사무국은 이를 토대로 구단에 중징계를 내리는 동시에 브래이디에게는 4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브래이디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브래이디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다운 공방전이었지만, NFL 사무국이 스캔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잘 보여준 예였다.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미국이 하니 우리도 무조건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찰은 하루 속히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윤성환과 안지만도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홀가분하게 훈련에 임해야 되지 않겠는가. 떳떳하게 경기에 나서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아무런 해결 없이 시즌이 시작된다면 심적 부담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할 것이다.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seanluba@hanmail.net

*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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