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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와 성(性)] 전신 수영복과 스크로가드
2000년대 중반, 세계 수영계의 뜨거운 화두는 바로 전신 수영복이었다. 최첨단 소재의 수영복으로 전신을 감싼 이 새로운 수영복으로 인해 2008년 한 해에만 무려 108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진 것이다. 급기야 마이크 펠프스와 독일의 비더만 같은 세계적인 수영 스타들까지 전신 수영복으로 설전을 일으킬 정도였다.

폴리우레탄을 비롯한 신소재들로 만들어진 전신 수영복은 물 속에서 선수들의 유체 저항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입고 벗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주변 스탭들이 선수들의 수영복 착용을 도와줘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기록 단축 효과가 너무나 크다 보니, 착용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선수들이 전신 수영복을 택하게 되었다.

반작용도 컸다. 전신 수영복의 도입 이후 너무나 많은 세계 신기록이 갱신되고, 점차 사람의 능력보다는 수영복 기술 경쟁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국제 수영 연맹은 2009년을 마지막으로 전신 수영복을 국제 대회에서 금지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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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


반면 비뇨기과에서는 정반대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성병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콘돔 개발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콘돔은 음경과 귀두 부분만을 가릴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성병의 예방을 위해 마치 삼각팬티처럼 음낭과 음모 부위까지 가려주는 ‘스크로가드(Scroguard)’라는 콘돔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콘돔이 개발되게 된 것일까? 사실 콘돔은 적절한 방법으로 꾸준히만 사용한다면 성병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2007년 미국 텍사스 대의 연구에 의하면 콘돔을 사용할 경우, 에이즈의 전파율을 80~95%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병의 주요 전파 경로가 정액이나 성기 분비물이 상대방의 요도나 질 점막에 노출되면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돔 역시 성병을 100%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분비물이 아닌 피부와 피부의 접촉으로 전파되는 헤르페스, 곤지름(콘딜로마) 같은 피부 성병의 경우에는 예방율이 더 낮아지게 된다.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곤지름의 원인 바이러스인 HPV 감염에 대한 콘돔의 예방율은 70% 정도로, 다른 성병에 비해 다소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음낭이나 음모 주변의 피부를 통해서도 피부 성병이 전파될 수 있는데, 콘돔이 여기까지 가려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삼각팬티처럼 음낭과 음모 주변까지 가려주는 특수 콘돔인 스크로가드가 등장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기존 콘돔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크로가드는 폭넓게 일반화되지는 못한 것 같다. 착용의 불편감이나, 외양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수영에서 전신 수영복이 경쟁적으로 도입되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일반적인 콘돔이라 할지라도 꾸준히 그리고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성관계를 갖는 상대방의 수를 줄이고, 성병 전파의 위험이 있는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성병 예방에 더욱 중요하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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