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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세인트루이스의 안목, 오승환에게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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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식을 진행 중인 오승환과 모젤리악 단장 (사진=세인트루이스 트위터)


2011년 극적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루이스는 FA가 된 푸홀스와의 이별을 택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만 같았던 그였기에, LA 에인절스와의 10년 계약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세인트루이스 역시 푸홀스에게 10년 제안을 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의 제안은 이미 에인절스의 오퍼액을 인지하고 난 뒤 ‘예의의 차원’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당시의 중론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10년 계약을 고집하는 푸홀스의 자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세인트루이스는 대신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하는 것으로 타선의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벨트란과 함께 한 2년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도출됐다.

2012-2013
푸홀스 253G .275 47홈런 169타점 -10년 2억 4,000만 달러
벨트란 296G .282 56홈런 181타점 - 2년 2,600만 달러

푸홀스는 이후 2014시즌부터 지난 2년간 68개의 홈런과 200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타율이 .244까지 떨어졌으며, 3할 출루율에도 턱걸이했다(.307). 최근 세 시즌 연속 OPS가 0.800이 채 되지 않았다. 온전치 않은 무릎 상태로 지명 타자로 나서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푸홀스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임에 분명하나, 현재 그의 상태가 연 평균 2,400만 달러라는 연봉에 걸맞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연코 ‘NO’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에게 11년간 최고의 순간을 함께한 푸홀스와의 이별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후 푸홀스 없이 네 시즌을 보낸 세인트루이스가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결과가 증명해주고 있다. 더욱이 같은 기간 세인트루이스가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에 반해, 에인절스는 2014년 디비전 시리즈 3연패가 가을 야구의 전부였다.

당시 세인트루이스가 팬들의 원성을 뒤로하고 그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재 구단을 이끌고 있는 존 모젤리악 단장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07시즌이 끝나고 월트 자케티(현 신시내티 단장)의 후임으로 세인트루이스 단장이 된 모젤리악은, 취임 이후 값 비싼 슈퍼스타와의 장기계약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대신 2011년의 버크만과 이듬해 벨트란의 경우와 같은 단기 FA 계약과 팜 시스템 구축을 통해 팀을 꾸려나가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모젤리악 단장의 수완이 더욱 빛나는 것은 융통성과 선수를 바라보는 선구안 때문이기도 하다. 모젤리악은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팀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되는 선수들에게는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는데, 그의 선택은 대부분 옳은 결정으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7년간 1억 2,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맷 할러데이는 FA 모범생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푸홀스가 떠나자 몰리나와 5년간 7,5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맺음으로서 세인트루이스를 푸홀스에서 몰리나의 팀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할러데이 계약 당시만 해도 모젤리악 단장은 그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는 지역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아야 했다.) 2013년 개막을 앞두고 아담 웨인라이트와 맺은 5년간 9,75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은, 그에게 매너리즘 대신 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선구안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를 지탱하는 요소 중 하나인 화수분 야구의 정점은 2013년이었다. 당시 세인트루이스는 모젤리악 단장이 취임한 2008년 이후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무려 12명의 신인들을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켰다. 여기에는 마이클 와카, 랜스 린, 트레버 로젠탈, 케빈 시그리스트, 콜튼 웡까지 현재 전력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그 해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형 FA 계약의 중요한 맹점 중 하나는 바로 드래프트 지명권이다. 모젤리악 단장이 대형 FA 영입을 최대한 피하는 이유 또한 그가 드래프트 픽 손실을 대단히 꺼리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전력 상승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팀을 운영하는 일은 선수를 바라보는 본인의 눈에 대한 확신이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단기 FA 영입과 트레이드 역시 성공사례가 많았다. 2011년의 버크만은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성공적인 2년을 보낸 벨트란을 FA로 다시 잡지 않은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올해 비약적인 발전을 한 그리칙은 유망주 시절 2011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데이비드 프리즈와 맞바꾼 선수다. 계약 당시에는 말이 많았으나 페랄타와의 4년 계약도 성공작이 되고 있으며, 지난해 1년 계약으로 영입한 레이놀즈도 아담스의 부상 이탈을 성공적으로 메웠다. 이쯤되면 세인트루이스의 안목이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것도 괜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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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타이거즈 시절의 오승환


이번 겨울 에도 세인트루이스의 행보는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헤이워드가 FA로 팀을 떠났지만, 그리칙과 피스코티의 젊은 선수들을 믿기로 한 모습이다. 마이크 리크와는 5년간 8,000만 달러의 비교적 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리크는 지난 시즌 도중 신시내티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 되며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않아 드래프트 픽 손실이 없는 선수다.

그리고 리크 영입 이후 비교적 잠잠한 시간을 보낸 모젤리악 단장의 다음 선택은 오승환이었다. 지난해 팀 불펜 평균자책점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올랐지만, 최근 불펜 야구가 강화되는 흐름에 장단을 맞추고자 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오승환의 성공 여부는 패스트볼이 통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일본 진출이후 커터성 슬라이더와 포크볼, 체인지업을 가다듬었지만, 분명 그의 전매특허는 묵직한 패스트볼이다. 다만 2014년 혹사의 여파로 지난해 150km를 육박하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0km 중반대로 떨어진 점은 점검이 필요하다.

오승환이 본연의 구속을 되찾는다고 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그의 구속은 국내나 일본 무대에서와는 달리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욱 정교한 제구다. 빅 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에하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km에 불과하다. 스플리터와의 연계성에서 더욱 위력을 더하고 있으나, 결국 기반은 정교한 제구에서 형성되고 있다.

어찌됐건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을 선택했다. 지난해 구속 감소가 있었음에도 그를 택했다는 것은 분명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세인트루이스는 외부 선수 영입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고, 대부분 그들의 안목은 오답보단 정답이 많았다. 과연 세인트루이스의 눈은 이번에도 정확했을까. 행선지가 세인트루이스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으는 오승환의 올 시즌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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