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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길어진 KLPGA투어 올해도 장타자 각축장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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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LPGA투어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타자 이정민과 조윤지, 박성현(왼쪽부터). 하이트 모자를 쓴 전인지는 미국무대로 진출한다.<사진=KLPGA 제공>


장타는 모든 골퍼의 로망이다. 골프에서의 거리는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과는 무관하다. 오로지 육체의 경쟁일 뿐이다. 회장님 명함이 장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장타자에 환호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기초한다. 전 세계 투어에서 내로라하는 장타자들의 모자나 셔츠에 수많은 후원사 로고가 붙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프로골프투어는 장타자를 우대하는 코스세팅을 한다. 이는 흥행과 관련이 있다. 팬심을 자극하는 흥행카드는 가공할 장타를 날리는 '빅 히터'들이다. 일반 골퍼들의 눈에 이들의 퍼포먼스는 경외의 대상이다. 르네상스를 맞은 KLPGA투어도 4년 전과 비교할 때 코스 전장이 300~400야드 정도 늘어났다. 갈수록 미국이나 일본투어의 경기장 보다 길어지는 추세다.

KLPGA투어는 계절에 따라 대회코스의 전장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4월과 10월엔 해가 짧기 때문에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코스 길이를 6300~6400야드에 맞춘다. 반면 해가 길어지는 5~9월엔 코스 전장을 6500야드 이상으로 세팅한다. 메이저 대회는 6600~6800야드다. 대신 랜딩 에어리어의 페어웨이 폭을 30야드로 늘려준다.

이 정도 길이면 미국이나 일본투어 보다 길다. 미국LPGA투어의 경우 평균 6400야드, 일본LPGA투어의 경우 6450야드 정도다. 긴 코스에서 경기하다 보면 기량이 좋아진다. 이는 국내 여자프로들의 국제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김세영과 전인지, 김효주, 장하나 등 국내무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해외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 이유는 분명 어려워지는 KLPGA투어의 코스세팅과 관련이 있다.

김세영은 작년 미국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오른 후 사석에서 “한국서 뛰다 미국 가서 경기해 보니 대회코스가 만만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효주 역시 “에비앙 챔피언십의 그린이 어렵다고 하지만 KLPGA투어에서 이미 많이 경험해 봤다. 우승할 때 덕을 봤다”고 했다. 전인지가 작년 한국과 미국, 일본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결코 행운이 아니다.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루기 힘든 게 메이저 우승이다.

재작년 김효주의 백을 맸던 서정우 씨는 한국과 미국, 일본투어를 경험한 전문 캐디다. 캐디 경력 13년차인 그는 “한 미 일 3개국 투어중 KLPGA투어 코스가 가장 어렵다. 핀 위치도 어려워졌고 코스도 길어졌다”며 “거리가 나지 않는 선수는 살아남기 힘든 무대가 되고 있다. 단타자에겐 볼을 홀에 붙일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선수들이 체중을 불리는 등 거리 늘리기에 올인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 세팅을 총괄하는 KLPGA 정창기 경기위원장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 위원장은 “지난 해 장타자인 박성현이나 이정민 프로가 우승한 대회는 장거리 코스가 아니었다"며 "박성현의 경우 페어웨이 우드와 롱 아이언을 잘 다뤄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장타자가 아닌 김보경이나 김혜윤은 그럼 어떻게 우승했나?”라고 반문하며 "결국 대회 기간에 가장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 선수가 우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골프경기에서 장타자가 유리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회 코스는 18개 홀중 통상 4개의 파5홀이 포함된다. 파5홀에서 2온이 가능한 장타자는 단타자에 비해 버디나 이글 잡기가 수월할 수밖에 없다. KLPGA투어는 올해 공식 대회만 31개가 예정되어 있다. K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전문 캐디들이 보는 빅 히터는 박성현과 조윤지, 이정민, 김민선5, 김해림 정도다. 장거리 코스세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올해도 이들 빅 히터들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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