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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세계적인 골프스타들이 탁구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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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레지던츠컵 때 미국팀 캐빈에서 탁구를 즐기고 있는 조던 스피스(왼쪽)와 잭 존슨.


남녀 골프 세계랭킹 1위인 조던 스피스와 리디아 고는 탁구치기를 좋아한다. 스피스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부모로부터 탁구대를 선물 받았다. 이미 집에 탁구대가 있었는데 하나가 더 늘었다. 스피스는 마스터스나 라이더컵 등 큰 경기에 나갈 때도 동료들과 탁구경기를 즐긴다. 리디아 고 역시 작년 '레이스 투 CME 글로브'에서 박인비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뒤 '우승 보너스 100만 달러를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의 세금을 내고 탁구대를 하나 사고 싶다"고 대답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매트 쿠차 등 뛰어난 남자 프로들은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 등 팀 대항전 때 탁구를 즐긴다. 경기로 인한 긴장감을 해소하고 동료들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데 탁구 만큼 좋은 게 없다. 작년 10월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미국팀의 매니저는 대회 조직위에 탁구대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켈슨이나 스피스 등 몇몇 탁구광들은 한국에 올 때 아예 전용 탁구라켓을 들고 들어왔다.

미켈슨은 심지어 탁구 코치까지 고용했었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에서 열린 2013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전문 코치로부터 탁구 레슨을 받았다. ‘탁구의 왕’으로 불리는 매트 쿠차와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서였다. 쿠차는 탁구 고수로 우즈나 미켈슨과의 내기탁구에서 심심찮게 용돈을 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차를 능가하는 골프선수가 스웨덴 출신의 프레드릭 야곱슨이다. 그는 20여년전 탁구 선수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쿠차와 야곱슨은 2014년 BMW챔피언십 때 미국의 탁구 대표인 티모시 왕-릴리 장 조와 복식 경기를 하기도 했다. 골프센트럴데일리닷컴이란 미국 매체는 골프선수들의 탁구 랭킹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1위가 프레드릭 야곱슨, 2위가 매트 쿠차, 3위가 필 미켈슨, 4위가 세르히오 가르시아, 5위가 타이거 우즈였다.

다양한 지역을 돌며 열리는 유러피언투어의 경우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가 잦은데 그럴 때 선수들은 라커룸에 설치된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며 시간을 보낸다. 수년전 아들 안병훈의 캐디로 함께 유러피언투어의 2부 투어인 챌린지투어를 경험한 탁구 남자 국가대표 안재형 코치는 당시 선수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 출신이 파트너로 탁구를 쳐주니 얼마나 좋아했겠는가.

그렇다면 골프스타들은 왜 탁구에 열심인 걸까? 일단 편리성이 좋다. 날씨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또한 골프의 보강운동으로도 제 격이다. 날아다니는 공을 쫒다 보면 동체 시력이 향상되며 손목을 자주 사용해 감각도 좋아진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짧은 시간에 흠뻑 땀을 흘려 체력훈련에도 손색이 없다. 부상 위험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골프와 탁구는 모두 도구를 사용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골프공과 탁구공은 무게만 다를 뿐 사이즈가 비슷하다. 골프공이 최대 45.93g,탁구공이 2.7g으로 무게가 다르지만 지름은 골프공이 42.7mm, 탁구공이 40mm로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골프채와 라켓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는 유사점도 있다. 골프와 탁구 모두 손목을 잘 써야 하는데 골프선수들은 탁구를 치며 이런 훈련을 놀이삼아 할 수 있다.

서울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우승자인 유남규 에쓰오일 탁구팀 감독은 쇼트게임의 귀재로 통한다. 왼손잡이인 유남규 감독은 오른손으로 골프를 배웠으나 웨지와 퍼터는 왼손잡이용을 갖고 다녔다. 스윙은 오른쪽으로 해도 감각을 잘 살릴 수 있는 쇼트게임과 퍼팅은 왼쪽으로 한 것이다. 유 감독은 “1초에 수백번 회전하는 탁구공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것을 상대편의 원하는 지점으로 보내는 데 익숙했던 탁구선수 출신에게 골프의 쇼트게임은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탁구선수 출신중엔 골프 고수가 많다. 종목의 특성상 그린 주변에선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역시절 유남규 감독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김택수 현 KDB대우증권 탁구팀 감독은 언더파를 칠 정도로 골프 고수다. “살아 움직이는 공도 자유자재로 다루었는데 죽어있는 골프공을 되살리는 거야 식은 죽 먹기”라는 게 그들의 말이다. 골프스타들이 탁구를 즐기는 이유는 지극히 실리적이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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