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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철의 MLB 리포트] 포스팅 개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추신수를 비롯해 무려 다섯 명의 한국 선수들이 올해부터 MLB 무대를 뛴다. 어마어마한 상금의 선수들이 해외로 오가는 만큼 계약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헤럴드스포츠>가 자유계약 선수에서부터 MLB 덕아웃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숨은 이야기, 계약의 다양한 면모를 법무법인 충정의 이형철 외국 변호사와 함께 매주 수요일마다 파헤쳐본다. 첫 번째는 선수들이 구단을 옮길 때의 포스팅(Posting) 비용에 대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편집자주]


2012년 11월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포스팅(Posting) 입찰을 신청한다. LA 다저스에서 최고 응찰금액 2,573만 7,737달러(304억 6,000만 원)를 제시했고 한국인 최초로 한국프로야구(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선수가 됐다.

이후 2014년 강정호, 최근의 박병호까지 우리나라 선수들이 포스팅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라면 꿈에서라도 진출하고 싶은 세계 최고의 무대다.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중 무려 세 명의 선수(박병호, 이대호, 김현수)가 한꺼번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모든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만큼 KBO 선수들의 포스팅을 통한 MLB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포스팅 시스템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 되는 것일까?

FA 아닌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포스팅
포스팅 시스템이란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스팅 신청을 한 선수를 데려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 차원에서 원 소속팀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데,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스팅 입찰 금액이다. 반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가게된 김현수와 아직 팀이 확정되지 않은 이대호는 둘 다 FA이기 때문에 포스팅 비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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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로 이적하며 포스팅 시스템의 단초를 제공했던 일본의 노모 히데오.


포스팅 시스템은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 노모 히데오에서부터 시작됐다. 노모는 1990년 일본프로야구(NPB)의 긴데쓰 버팔로스에서 프로 데뷔 후 1993년까지 만화에서나 볼 법한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무리한 투구로 인한 부작용이었는지 1994년 어깨 수술 후 8승 7패의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남긴다. 1990~1993년 평균 234.1이닝을 던졌으나 1994년에는 114이닝에 그쳤다.

노모는 94년 시즌을 마무리한 후 소속팀에 장기계약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대신 메이저리그 진출을 요구했다. 드래프트 지명으로 선수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던 긴데쓰 구단은 이것도 당연히 거절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노모가 그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일본프로야구 선수계약조항(NPB: Uniform Players Contract)에는 선수가 은퇴를 하면 소속 구단에서 그 선수에 대한 권리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제한한다. 이를 이용해 노모는 은퇴 선언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1995년 신인왕에 오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시라. FA 자격을 채우지도 않은 선수를 내보내면서, 이적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으니 긴데쓰 구단 입장에선 얼마나 큰 손실인가. 노모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엄청난 성적을 냈으니, 그와 계약을 할 수 없었던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에게는 또 얼마나 아쉬운 일이었을까.

노모는 1995년부터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포스팅 시스템이 제도로 정착된 것은 3년 뒤에 비슷한 사례가 한 번 더 생기면서부터다. 역시 일본프로야구(NPB) 소속 선수이던 알폰소 소리아노가 1998년 11월 미국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노모와 비슷한 해프닝이 다시 벌어졌다. 그러자 다음 달인 12월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NPB와 MLB가 만나 이뤄낸 협의가 바로 포스팅 시스템이다.

일본구단 측에선 선수가 FA자격을 갖추기 전 이적시키는 대신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메이저리그 측에선 그 보상 금액을 비공개 입찰로 하면서 모든 구단에게 선수와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기회를 주는 것이니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포스팅 차이
완전한 FA 자격을 갖추기 전에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일본 프로야구의 소속 선수는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현재로서는 한국 프로야구(KBO)의 경우 7년 동안 활약을 하고 FA자격일수를 채운 선수에 한해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해외 진출을 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고,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는 FA 전에 구단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해외 진출이 가능하게 규정되어 있다.

원래 한국과 일본의 포스팅 시스템은 동일했으나, 2013년 12월 NPB는 메이저리그와 포스팅 제도 협약을 새롭게 했다. 여기서 바뀐 협약으로 처음 적용된 선수가 다나카 마사히로(28 뉴욕 양키스)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양국의 차이는 뭘까? 다음 편에 한국의 포스팅 시스템은 박병호를, 일본 포스팅 시스템은 다나카의 사례로 설명하겠다. [글 이형철(법무법인 충정, 외국 변호사)]

* 이형철 변호사는 베벌리힐스스포츠카운슬(Beverly Hills Sports Council)에서 근무하며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협상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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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벌리힐스스포츠카운슬에서 근무하던 시절 상관이던 박찬호(가운데), 제프 보리스(오른쪽)에이전트와 함께 찍은 사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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