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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니맨 시즌2, 정면돌파] ⑬ 잠재력 있는 자의 재능을 꽃피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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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진은 저니맨 야구육성사관학교 선수들)


나 미국으로 보내 달라

“저 미국으로 보내주십시오.” 2012년 8월에 만난 민경수가 내게 처음 던진 말이었다. 아주 갑작스러운 부탁은 아니었다. LG에서 방출당한 직후 경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전화를 걸어 미국 진출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선수협은 미국과 멕시코로 건너가 선수생활 연장을 시도했던 나를 그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난 자리이니 ‘미국에 보내달라’는 부탁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 그 부탁을 들어줄 순 없었다. 솔직히 민경수의 첫 인상은 동네 아저씨 수준 같았다.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큰 꿈만 꾸고 있는 듯 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과 현실을 냉정하게 못보고 있다고 느꼈다. 외국 리그에 도전하는 방법과 과정을 모두 말해준 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가봐야 소용없다. 제대로 준비를 하고 가야한다. 내 경험상 지금 (네가) 해외에 가는 건 쇼핑가는 꼴이다. 돈만 낭비하는 셈이다. 준비 안 된 상태로 그리고 의미 없이 가면 몇천 만 원 그냥 잃는 것이다. 이 상태로 가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본인도 준비를 좀 더 한 뒤 준비해보겠다고 했다.

밑바닥에서부터, 철저하게

대화와 훈련을 통해 경수에 대해 알아갔다. 경수는 운동방법이나 몸을 이용하는 원리,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성실함과 멘탈은 정말 좋은 선수였다. 남들은 32살이라는 나이를 이유로 그의 재기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난 그의 성실함과 멘탈을 믿었다. 내가 중요시 하는 두 가지를 가진 경수를 직접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잠재력 있는 선수의 꿈을 꽃피워주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나였기에 결정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경수의 재기를 도왔다. 먼저 LG에서 선수들을 관리해주시던 국내 스포츠 재활의 1인자인 어은실 박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박사님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경수의 몸 컨디션과 밸런스를 운동에 적합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서울 전역을 훈련장 삼아 경수의 몸과 정신을 매만졌다. 동국대 돌계단을 뛰어오르고, 한강을 달리고, 동네 트레이닝장에서 근육을 다지며 외인구단처럼 훈련했다. 기술만 가다듬지 않았다. 경수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멘탈 트레이닝이었다. 경수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훈련의 의미를 깨우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야구의 원리도 함께 알려주며 몸을 이용하는 원리도 습득시켰다.

4개월이 지난 뒤, 나는 경수가 어느 정도 준비됐다는 판단이 섰다. 나는 경수에게 미국에 도전하기 전에 국내 스카우트들에게 테스트를 먼저 받아보자고 했다. 경수는 OK사인을 보냈고, 삼성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SK 성준 투수코치(현 삼성 투수코치)님께 전화를 걸었다. [정리=차원석 기자 @Notimeover]

* 최익성= 이름보다 ‘저니맨’이란 호칭으로 더 유명한 남자. 힘들고 외로웠던 저니맨 인생을 거름삼아 두 번째 인생을 ‘정면돌파’ 중이다. 현재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를 지내며 후진양성에 힘 쏟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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