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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던 스피스를 키운 스승 카메론 맥코믹 이야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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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피스의 오랜 골프 스승인 카메론 맥코믹.


지난 12월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서 선정한 미국의 베스트 교습가 50걸 랭킹에서 카메론 맥코믹은 17위에 올랐다. 레슨 비용은 시간당 250달러를 내면 되니, 엄청나게 비싼 교습가는 아니다. 대신 한번 관계를 맺으면 꽤 오래 지속하는 멘토형 교습가에 가깝다. 그가 스피스를 처음 가르친 것이 2005년 7월이니 사제관계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맥코믹이 뛰어났을 수도, 스피스가 탁월했을 수도 있다.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는 이미 2009년부터 아마추어 골프계에서 세계 1위였다. 어린 시절 US주니어아마추어선수권을 2번 우승한 선수는 그와 타이거 우즈 밖에 없었다. 2011년 18세에 스피스는 텍사스 롱혼 대학에 입학하고 1학년 때 전미대학 대표로 선정된다. 이듬해는 US오픈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21위를 하고는 겨울에 프로에 데뷔했다. 20세 생일을 2주 남겨둔 2013년 7월 14일, 드디어 스피스는 존디어클래식에서 첫승을 거둔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스피스가 혼자 이뤄낸 것은 아니다. 자기를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성실한 조련사가 뒤에 있었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탁월한 선수로 만든 스피스의 스승 맥코믹의 교습법은 자극을 주면서 스스로 실력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자극을 주어야 큰다- 스피스가 US주니어 선수권에서 첫 승을 하고난 뒤 브룩할로우에서 웨지 시합을 했다. 첫 여섯 홀에서 돌아가며 상황을 선택한 후 그린을 향해 웨지 샷을 시도했다. 아이들을 손쉽게 제압한 나(맥코믹)는 동기부여를 위해 일부러 스피스를 자극했다. “늙은 클럽 프로한테 지고도 가만히 있을래?”

마지막 홀은 내리막 그린이 꽤나 어려웠다. 스피스는 깃대를 직접 공략했지만 그 볼이 20야드를 굴러 내려왔다. 나는 작정하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머리는 뭐 하러 달고 다니냐? 니가 그러고도 US주니어 챔피언이냐?” 그랬더니 스피스가 “여기서도 버디를 할 수 있다”고 맞섰다. 내가 “홀인은 불가능해. 너는 끝이야”라고 부추겼더니, 진짜 자극받은 눈치였다. 그는 아주 신중하게 그린을 살피더니 샷을 했는데 그게 그린에 올라간 후 제동이 걸렸다가 천천히 굴러서 홀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더 이상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20분 런웨이- 이전에 하지 않던 스윙 교정이나 새로운 연습 방식으로 골퍼의 도약을 이끌어내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20분 정도다. 나(맥코믹)는 그걸 ‘20분 런웨이’라고 부르는데 그 시간에 뭔가 설득시키지 못하면 안 된다.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레슨이 끝나면 다시는 이걸 연습하지 않을 거야.’ 신속한 결과가 절대적이다. 더 심도 깊은 스윙의 변화는 나중에도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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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숱이 아직 풍성하던 주니어 시절의 조던 스피스. (사진=조던 스피스 홈페이지)


*정확성 연습- 매 대회 전에 우리는 9, 7, 5번 아이언(다음엔 짝수 아이언으로 번갈아서), 하이브리드, 드라이버를 가지고 샷을 하면서 만족하는 지점에 볼을 보낼 때까지 연습하곤 했다. 스피스와는 9번 아이언으로 지름 9미터 안에 10번 쳐서 9번 이상을 집어넣는 연습을 하곤 했다. 그런 연습을 하면서 스피스는 각각의 볼을 페이드와 드로우, 띄우는 샷과 바로 보내는 샷들을 연습했다.

*실패로부터의 교훈- 신세대 선수들은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스피스도 두 번의 암울한 순간이 있었다. 첫 번째는 체임버스베이에서 열렸던 2010년도 US아마추어였는데, 그는 2009년에 US주니어 아마추어 타이틀을 획득한 상태였다. 2라운드에서 컨디션 난조에 빠진 그는 83타를 기록하면서 매치플레이 진출에 실패했다. 실망스럽고 화도 나서 괴로운 그는 바람과 나쁜 바운스를 탓했다. 확실히 플레이 때문은 아니었다. 심리적인 미성숙함도 문제였다. 그는 거기서 교훈을 얻었고, 이듬해에 두 번째 US주니어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고 세번째로 체임버스베이를 찾은 올해는 US오픈에서 우승했다.

*빠른 습득자- 스피스는 몸이 뭘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천부적으로 안다. 2013년 PGA챔피언십에 나가서 미스컷을 했다. ‘스윙에서 뭐라 딱히 말할 수 없지만 뭔가가 안 맞았다’고 했다. 다음주 열리는 윈덤 챔피언십을 앞두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마침 연습장이 문을 열지 않아서 우리는 브룩할로우 코스에서 라운드를 했다. 거기서 약간의 수정을 해주었는데 이틀동안 64, 65타를 치더니 드디어 자신감을 얻었다. 윈덤챔피언십에 출전해서는 연장전까지 오르더니 패트릭 리드에게 패했다.

*2015년 오거스타- 스피스가 세계적인 선수로 뜬 것은 마스터스였다. 4월9일 첫날 8언더파 64타를 치면서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고 이튿날에 6언더파 66타를 치면서 중간 합계 14언더파로 36홀 역대 최저타 기록을 한 타 경신했다. 3라운드에는 2타를 더 줄여 54홀 최저타 기록까지 깼다. 4라운드는 18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18언더파(타이거 우즈의 역대 최저타 기록과 동타)로 우승했다.

조던 스피스는 파5 홀에서 레이업을 많이 했다. 13, 15번 홀에서 투온을 시도한 적이 드물었다. 스피스에게는 ‘네 가지 웨지’를 연습하도록 주문했다. 40~90야드 거리에서 10야드 간격으로 네 가지 탄도, 즉 낮은 샷, 중간 샷, 높은 샷, 아주 높은 샷의 웨지 플레이를 주문한 것이다. 전부 타깃에서 앞뒤로 2야드를 넘지 않는 거리에 착지시켜야 했다. 그런 다음 몇 번 만에 그걸 모두 성공했는지 따져봤다. 마스터즈에서 조던은 파5 홀에서만 모두 12언더파를 기록했다. 스피스는 나중에 ‘당시 연습법으로 다양하게 시도한 결과 마스터스에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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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조던 스피스와 포즈를 취한 맥코믹.


*마스터스에서 아쉬움- 마스터스 우승 뒤에 64타를 친 첫 라운드를 되짚어봤다. 코스레코드보다 고작 한 타 많은 완벽한 라운드였다. 스피스는 총 아홉 개의 버디를 잡았다. 실수를 꼽자면 하이브리드 샷이 그린을 넘어가는 바람에 유일한 보기를 한 파5 15번 홀이었다. 스피스는 ‘하이브리드 대신 4번 아이언 샷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하면서 ‘4번 아이언이 그린에 올라갔다면 버디를 해서 62타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마 이글을 했다면 61타가 되면서 마스터즈 역사상 최저타 기록을 두 타 차로 경신할 수도 있었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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