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스포츠 타타라타] 이봉주, 원희룡의 ‘서브스리’
이미지중앙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책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


# 큰 선거를 앞두면 정치인(혹은 지망생)들의 자서전이 넘쳐난다. 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자기자랑이고, 글 자체의 수준도 낮아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2012년 대선 때 화제가 된 <안철수의 생각>도 그렇다). 그런데 우연히 접한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꽃삽)은 제법 읽어줄 만하다. 비록 제목부터 ‘스리’를 ‘쓰리’로 허섭하게 적기는 했지만 일단, 원희룡(현 제주도지사)의 삶이라는 소재 자체가 상품성이 있고, 마라톤 마니아답게 정치가 아닌 마라톤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도 창발성이 돋보기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 학력고사 전국수석, 운동권 시절, 사법고시 전체수석, 공부비법 등 그의 알려진 인생도 한 번쯤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고, 특히 공부에 시달리는 청소년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될 듯싶다. 워낙 수재인 까닭에 고교3 때 교실 맨 뒤에 앉아 모든 수업을 자습으로 때웠다고 하는 대목이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적이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시사하지 않는가?

# 국민소득(1인당 평균) 2만 달러가 넘으면 마라톤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한국의 엘리트 마라톤은 다시 암흑기로 접어든 지 오래지만, 생활체육은 활성화돼 있다. 1년 내내 주말이면 크고작은 달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고, 동호인 수는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나 사회계층이 높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조금 우격다짐으로 뒤집으면 마라톤(운동)을 하면 사회적으로도 성공하지 않을까? 사실 <김밥 파는 CEO>의 저자 김승호 씨 등 ‘어려울 때는 운동부터 하라’고 조언하는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새해부터 운동을 해야겠다면, 큰 돈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 달리기(걷기)를 추천한다.

# 마라톤 하면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가 이봉주다. 올림픽에서 은메달‘밖에’ 못 땄지만 금메달을 딴 손기정이나 황영조도 얻지 못한 ‘국민마라토너’라는 애칭을 얻었다. 연예인들에게 툭 하면 갖다 붙이는 까닭에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값싸졌지만, 아직도 스포츠에서는 쉽게 붙일 수 있는 칭호가 아니다. ‘성실함의 화신’으로 불리는 이봉주는 그 순박한 이미지, 그리고 마흔 살까지 한국 최고의 마라토너로 자리를 지키다 은퇴한 스토리가 겹치며 하나의 전설이 됐다(2000년 그가 세운 마라톤 한국최고기록은 지금도 철옹성 같다). 비록 지금은 체육인이라기보다 방송인-그것도 강호동이나 서장훈에게는 크게 뒤진다-으로 ‘전락’한 느낌이 들어 아쉽지만 말이다.

이미지중앙

지난 5월 부산의 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봉주.


# 신혼여행을 가서도 아침달리기를 했을 정도로 ‘달리기=삶’인 이봉주. 2009년 전국체전 우승과 함께 은퇴했지만, 당시 “건강을 위해, 몸에 든 습관 때문에 생활체육달리기는 계속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얼마전 모처럼 이봉주와 통화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찬조출연하면서 건강달리기는 계속 하는 줄 알았지만, 그가 지난해부터 다시 1년에 한 번 풀코스를 뛴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무대는 매년 1월 열리는 일본의 이부스키[指宿(지숙)] 마라톤. ‘유채꽃 마라톤’으로도 유명한 이 대회에서 이봉주는 지난해 풀코스 부분에 조용히 참가했다. 그리고 올해(1월 10일)도 출전한다. 선수시절만큼 몸을 만들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 번 풀코스 뛰고 싶어서’가 이유인 까닭에 기록은 좋지 않다. “기록? 묻지 마! 작년에 2시간 30분을 넘겼어. 올해는 좀 나을 거야.”

# 이쯤이면 병이다. 우리 나이로 마흔일곱이면 풀코스를 뛰다가도 접을 때다. 아무리 세계적인 마라토너였다고 해도, 이 나이에 다시 풀코스를 ‘부러’ 뛰는 경우는 드물다. 기록도 그렇다. 첫 단락에서 언급한 원희룡 지사의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를 보자. 여기서 ‘서브쓰리’는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뛰는 것을 의미한다. 서브스리는 동호인들이 ‘꿈으로 여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이봉주는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아도 가볍게 2시간 30분대로 풀코스를 주파하는 것이다. 여자마라톤의 경우, 국내 정상급 선수들도 2시간 30분을 넘기는 선수가 많다. 아니 남자부도 공식 대회에서 이 정도 기록이 왕왕 나온다. 이봉주는 마라톤 풀코스를 41번 완주한 것으로 유명했다. 이 진기록도 42회로, 아니 2016년치를 포함하면 43회로 수정해야 한다. ‘영원한 마라토너’ 이봉주의 달리기를 응원한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편집장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