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스포츠 타타라타] 골프계의 작은 친절
이미지중앙

<존 맥스웰의 성공 이야기> 표지.


# 폭풍우가 심하게 치던 밤, 필라델피아를 여행하던 한 노부부가 작은 호텔을 찾았다. 급하게 묵을 방이 필요했지만 호텔에는 빈방이 없었다. 난감해 하던 노부부에게 젊은 호텔 직원이 “손님을 새벽 1시에 빗속으로 되돌려 보낼 수는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 방에서 주무시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
다음 날 호텔을 나서던 노신사는 호텔 직원에게 “자넨 미국에서 가장 좋은 호텔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네. 언젠가 내가 자네를 위해 호텔을 하나 지어주겠네”라고 말했다. 2년 후, 그 호텔 직원에게 뉴욕행 왕복비행기표가 우편으로 날아왔다. 노부부의 초대를 받은 그는 뉴욕 34번가와 5번가의 한 모퉁이에 새로 지은 호텔 앞에 섰다. 그리고 그는 국가원수들의 단골호텔로 유명한 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총지배인이 됐다. 노신사는 윌리엄 윌도프 아스토이고, 젊은 호텔직원은 이 호텔의 초대 총지배인인 조지 볼트이다.

# 위 이야기는 미국에서는 제법 유명한 작가이자 강연가인 존 맥스웰의 책(존 맥스웰의 성공이야기)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작은 친절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 제목처럼 살다보면 이렇게 작은 친절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LVI(Life Vest Inside)라는 단체는 2011년 ‘친절의 부메랑(Kindness Boomerang)’이라는 캠페인을 실시했는데, 홍보영상 ‘원데이(One Day)’가 작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소년이 넘어지자 젊은 인부가 넘어진 소년의 물건을 주워주며 괜찮은지 걱정하는 말을 건넨다. 다시 길을 가던 소년은 양 팔 가득 든 짐을 든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노부인을 돕는다. 소년의 도움으로 길을 건넌 노부인은 또 다른 사람을 돕고 선행은 점점 전파된다. 결국 선행은 돌고돌아 처음 소년을 걱정하던 인부에게 다시 돌아온다.’

이미지중앙

국가원수급들이 묵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 지난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때의 일이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이정은(19 한체대)은 프로 루키 지한솔과 동반플레이를 했다. 골프계에서는 잘 알려진 얘기지만 이정은의 부친 이정호 씨(51)는 이정은이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됐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어떻게든 딸의 골프를 돕기 위해 장애인용 차량으로 직접 운전을 해 딸의 이동을 돕는다. 국내 골프장은 굴곡이 심해 웬만해서는 휠체어를 탄 채 코스로 나서지 못하는데 마침 베어즈베스트 골프장이 평탄했던 까닭에 모처럼 갤러리로 나섰다. 그런데 경기 도중 오르막길이 나왔고, 이정호 씨는 힘겹게 휠체어 바퀴를 굴려야했다. 이때 한 중년의 남자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줬다. 언덕에 올라 누구냐고 물으니 ‘지한솔의 매니지먼트사인 C사의 직원’이라고 답했다.

# 8월 프로로 전향한 이정은은 KLPGA 시드전에서 30위로 2016년 풀시드를 확보했다. 171cm의 큰 키에 드라이버 샷을 평균 250야드 이상 때리는 장타자에,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2관왕, 호심배, 일송배, 베어크리크배 우승 등 아마추어시절 빼어난 성적을 냈던 까닭에 이정은을 잡기 위한 골프매니지먼트사들의 경쟁은 당연히 치열했다. 당초 A, B사가 유력했지만 결과는 예상치 못했던 C사의 승리. 차분하게 접근한 C사의 전략도 좋았지만 결정적으로 ‘6월 휠체어 친절’이 큰 노릇을 했다. 이정호 씨는 C사의 담당자에게 “좀 마르고, 얼굴이 검은 중년 직원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런 직원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의아하던 끝에 C사 직원들의 사진을 보게 됐고, 주인공은 C사의 김정수 대표로 확인됐다. “직원이 아니라 대표였네요. 대표가 그런 사람이라면 우리 (이)정은이를 맡기겠습니다.” 이걸로 끝이었다.

이미지중앙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2관왕에 오른 이정은이 부모님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최근 라디오와 SNS, 그리고 신문기사를 통해 화제가 된 실화가 하나 있다. 승객이 몇 명 되지 않은 버스에 한 노인이 짐을 잔뜩 든 채 올라타 기사에게 차비가 없으니 한 번만 태워달라고 사정을 했다. 이에 기사분이 좀 타박을 놓았다. 보다못한 중학생 소녀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 요금통에 넣으며 “아저씨, 할아버지가 차비가 없다고 하잖아요. 잔돈은 앞으로 할아버지 같은 분이 또 타시면 그 요금으로 대체해주세요”라고 말했단다. 숙연해진 버스 안. 이를 지켜보던 중년의 신사는 조금 후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 한 장을 소녀의 외투주머니에 찔러놓고는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한 라디오방송에서 “어른으로 참 미안하다”고 이 사실을 밝혔다. 김정수 대표가 작은 친절로 최고의 루키를 얻었듯이 이 이름 모를 중학생 소녀에게도 꼭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편집장 @ilnamhan]

이미지중앙

베어즈베스트 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한 김정수 대표.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