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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와 성(性 )] 요도염의 더비 매치
이번 주 축구계의 화제는 단연 ‘수원 더비’의 성사이다.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뛰던 수원 FC는 지난 토요일 부산 아이파크를 꺾고 1부 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에 성공했다. 자연스레 클래식의 전통적 강팀인 수원 블루윙즈와 승격팀인 수원 FC의 더비 매치가 성사되었다.

더비(derby)는 기본적으로 같은 연고지를 둔 팀 간의 라이벌전을 의미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AC 밀란과 인터 밀란, 아스날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꼭 같은 연고지가 아니더라도 뿌리 깊은 악감정을 가진 팀 간의 경기도 넓은 의미의 더비로 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간의 엘 클라시코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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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간의 더비경기인 엘 클라시코.


K리그에도 ‘더비’로 불리는 경기가 몇 개 있어 왔다. 슈퍼매치나 동해안 더비가 그 사례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같은 연고지 팀이 같은 리그에서 맞붙는 사례는 전무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 블루윙즈와 수원 FC 간의 ‘수원 더비’의 탄생은 한국 축구사는 물론 스포츠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벌써부터 양 팀의 팬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으르렁거린다는 소식은 많은 축구팬들을 들뜨게 한다.

그런데 이런 광경을 보다 보면, 필자의 임상 현장에서도 1,2위를 다투는 비슷한 라이벌 성병균이 떠오르게 된다. 스포츠의 세계를 성병균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 해당 팀의 팬들이 기분 나빠하지나 않을지 괜한 걱정도 든다. 그러나 필자 역시 학창 시절부터 수원 블루윙즈의 팬으로 활동해 왔다. 스포츠의 세계를 빌어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는 것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니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소변이 나오는 요도를 스포츠 팀의 연고지로 비유한다면, 이 요도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 세균은 임질균과 클라미디아이다. 감염자 수만 놓고 본다면 클라미디아의 우세이다. 클라미디아는 전세계적으로 매년 3~4백만명의 감염을 일으키고, 여성과 남성의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임질균 역시 흔한데, 해마다 70만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남성에서 요도염은 물론 고환통과 전립선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라이벌 팀이 한 도시를 공유하며 더비 매치를 벌이듯, 클라미디아와 임질 역시 동시 감염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병균에 대한 검사 방법이 잘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요도염 증상이 있을 경우 임질과 클라미디아가 동시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균의 유전자를 분석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 기법이 발달하여 요도염의 원인균을 찾아내는 것이 더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요도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소변을 볼 때의 통증이나 간지러움, 그리고 요도 입구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현상이다. 임질의 경우 보통 2~10일의 잠복기를 가지나 최대 한 달까지도 길어질 수 있고, 클라미디아는 평균 7~21일의 잠복기를 갖는다. 다만, 치료 없이도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균이 치료되지 않고 만성화된 것일 수도 있으므로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더비 매치는 때로는 과열되어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 팬들의 흥미를 돋구고 리그 자체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세균은 분명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적절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이 요도염 균들의 연고지가 되지 않도록, 위험한 성접촉을 피하고 평소 정기적인 검진을 생활화 하는 것이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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