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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 타고 온 가르시아..호트램오픈의 제임스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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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가르시아는 호트램오픈의 흥행 미션을 맡은 007이었다. (사진=아시안투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아시안투어 호트램오픈 우승 트로피를 007영화처럼 쟁취했다.

세계 랭킹 12위인 가르시아는 총상금 150만 달러가 걸린 호트램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화요일 오후 호치민에서 남서쪽으로 한시간 반 거리의 더블러프스 호트램 스트립 코스(파 71 6797야드)에 도착했다.

그런데 자동차로 온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왔다. 대회 주최측은 베트남에서 개최하는 큰 상금이 걸린 초대 대회인 점을 감안해 초청료(첩보전이 그렇듯 금액은 비밀이다)을 들이는 선수로 가르시아를 택한 것이다. 검은색 턱시도를 입히고 헬기를 태워 007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베트남 골프 홍보의 특수 임무를 띈 듯 모셨다. 올해 35세의 매력적인 플레이보이 가르시아는 2002년 초청선수로 우승한 한국오픈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22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초 우승 이후로는 2년 가까이 우승이 없던 가르시아는 아시안투어의 초청에 내심 흐뭇해하며 본드 역할을 수행했다. 마침 그는 지난달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연달아 열린 대회에서 톱10에 네 번, 2번은 11위를 했을 정도로 최근 샷 감이 좋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대회는 그가 만만하게 볼 정도는 아니었다.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자인 한국의 양용은을 비롯해, US오픈 우승자인 호주의 제프 오길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대런 클라크 등 메이저 챔피언들이 모였다. 인도의 지브 밀카싱, 아시안투어 40승의 장타자 스콧 핸드, 태국의 젊은 파워 플레이어 프롬 미사왓 등도 우승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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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주최측은 가르시아를 위해 헬기 이벤트를 열었다.


헬기를 타고 온 007
이번 주 호주에서는 호주PGA선수권, 남아공에서는 총상금 650만달러에 30명만 출전하는 네드뱅크챌린지, 일본에서도 30명만 출전하는 JT컵이 열린 만큼 중위권 랭킹의 유럽과 아시아 선수들은 오랜만에 큰 상금이 걸린 이 대회에서의 한 건을 기대하며 호트램으로 몰렸다.

규모가 작은 아시안투어이기는 하지만 첫번째 치르는 대회를 잘 홍보해야 하는 주최 측은 가장 큰 흥행 카드로 가르시아를 택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다. 하지만 호트램 스트립에는 외국인 카지노 등 마카오와 같은 복합리조트 단지를 건설하려는 장기 계획이 진행 중이다. 다양한 호텔, 리조트 체인으로부터의 외자 유치를 통한 리조트 개발도 활발하다. 그렉 노먼을 불러 최고급으로 시사이드 코스를 만들어 지난해말 개장한 뒤 큰 대회를 열고, 또 이를 홍보할 모델로 가르시아가 적합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마치 007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처럼 포장했다.

도착 후 가르시아의 일성은 제임스 본드처럼 능청스러웠다. “호텔은 아주 좋고 헬기로 코스에 도착했는데 아주 훌륭합니다. 해안 절벽을 바라보고 있어 플랫하면서도 경치가 좋아요. 잠 좀 푹 자고나서 이번주 우승에 도전하겠습니다.”

오후에 바람이 꽤 불었던 첫째날에는 위창수가 선두에 올랐다. 코스 레코드인 9언더파 62타로 2타차 선두였다. 10개의 버디에 1개의 보기를 합친 절정의 샷 감각을 뽐냈다. 하지만 둘째날부터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첫째날 6언더파 65타를 친 대만의 린웬탕이 둘째날 4언더파 67타로 중간 합계 10언더파 132타로 올라섰다. 인도의 히맛 라이가 2타가 뒤진 8언더파 134타로 뒤를 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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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가르시아는 세번째 라운드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빙데이인 셋째날은 3타를 더 줄인 린웬탕이 13언더파 200타로 앞서 나갔으나, 남아공의 션 노리스가 65타를 치면서 가르시아와 함께 11언더파 202타로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를 형성했다. 마지막 날은 선두였던 린웬탕이 1언더파 70타로 주춤한 데 비해 인도의 히맛 라이, 태국의 타원 위라찬트가 4언더파 67타를 쳤고, 가르시아가 3언더파 68타로 타수를 줄였다. 결국 4명이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동타가 되어 연장전에 들어갔다.

가르시아는 마지막 날에 007 영화의 주인공처럼 스릴 넘치는 경기를 보여줬다. 선두에 2타차 뒤진 채 출발한 그는 전반에 29타를 쳐 3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후반에 들어서자마자 10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 17번 홀 더블보기로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가르시아는 “참 이상한 날이었다. 전반엔 좋았으나 후반엔 통제가 안됐다. 몇 번의 기회를 놓치면서 연장을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연장 첫 홀에서 가르시아는 아시안투어 5승의 베테랑다운 저력을 발휘했다. 11m 거리의 업,다운이 심한 라이에서 묘기에 가까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3m 버디를 잡은 인도의 히맛 라이와 다음 홀로 승부를 이어갔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라이가 티샷을 실수해 볼을 풀숲으로 보내면서 보기를 적어냈다. 가르시아는 여유롭게 파로 막으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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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트램 카지노를 배경으로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한 가르시아. (사진=아시안투어)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다
“우승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찬스를 놓치고도 우승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랜만에 우승이라 아주 행복하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많이 찾은 것 같다.” 미션을 달성한 요원의 우승 상금은 27만 달러다. 우승한 밤 호트램의 신설 카지노를 찾을지, 본드걸을 찾을지는 자신감을 찾았다는 챔피언 가르시아 마음이다.

2011년 우승 이후 우승을 바라던 인도의 라이는 14번 홀부터 버디, 버디, 이글로 스코어를 줄여 나갔으나 마지막 홀에서 스리퍼트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전으로 끌려 들어갔다. 라이는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116위였으나 이번 준우승으로 11만 1500달러의 상금을 받았고, 내년 투어 시즌 출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만족할 만한 결과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강성훈이 마지막날 4언더파 67타를 치면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8위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1라운드 선두였던 위창수는 2,3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치며 타수를 잃어 최종 합계 8언더파 276타로 12위를 했다. 왕정훈은 최종 합계 7언더파로 14위에 그쳤고, 김기환은 3언더파로 26위를 기록했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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