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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은의 독이 든 사과] 도박하러 크루즈배를 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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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텀호의 전경.


지난 주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회사의 콴텀호(16만 8,666톤)를 타고,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부산으로 들어왔습니다. 중국측 카지노업자의 초청을 받은 까닭이었고, 일정은 2박 3일이었습니다.

먼저 ‘도박’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크루즈 관광산업을 잠깐 거론하고 싶습니다. 미국 유럽 그리고 이제는 동남아까지 크루즈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3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고, 세계적인 조선강국이고, 또 중국 및 동남아시아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한국은 크루즈 여행에 관한 한 불모지나 다름 없는 듯합니다. 한국에 정기노선이 없으니 말이죠. 아마 외국에서 크루즈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바다 위의 리조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이색적인지 말입니다.

실제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크루즈 선에, 승무원 1,400명과 주로 중국인들인 관광객 4,900여 명이 탑승한 이번 여행에서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한국사람은 커플로 보이는 한 쌍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 궁급했는데 배에서 관계자들의 얘기를 듣고 보니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 크루즈회사가 한국에 정박하고 싶어도 한국은 정박시설과 비자간소화 조치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크루즈 배는 주로 밤에 이동하고, 낮에는 정박지에서 8~10시간 동안 관광을 합니다. 이때 입국절차가 간편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게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엔저에 따라 요우커[遊客, 중국인관광객]들이 한국 대신 일본으로 넘어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일본은 중국 크루즈 관광객에 대한 비자간소화 조치를 이미 시행한 반면 한국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10만톤이 넘는 큰 배가 정박하기 위해서는 전용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여객터미널은 이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번 한중일 크루즈 노선은 다행히 부산시와 법무가 협조해, 배안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들어와 입국과정에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정박도 화물터미널을 이용했고, 전용셔틀버스까지 제공된 까닭에 많은 중국인들이 부산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크루즈 여행객은 다른 해외여행객에 비해 구매력이 높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지역 크루즈관광객들이 한국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협조가 잘 됐으면 합니다. 관광산업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참 많이 들었지만 아직 크루즈 분야는 한국이 한참 후진국으로 느껴집니다.

참고로 로열캐리비안 크루즈는 유럽에 기반을 둔 회사로 한중일노선은 중국~부산~일본~중국으로 순회하는데 중한, 일중은 2박, 한일은 1박으로 모두 1주일 코스라고 합니다. 여행사를 통해 한국사람들도 패키지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어느 도시에서나 승선 및 하선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건조된 콴텀호는 정말이지 시설이 어마어마했습니다. 16층 규모로 쇼핑센터, 놀이공원, 수영장, 극장, 공연장, 각종 식당, 스파 및 사우나 등 호텔리조트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시설을 갖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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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텀호 내의 놀이시설.


자, 이제 본론으로 ‘크루즈 카지노’ 얘기입니다. 보통 크루즈는 여행에 포커스를 맞춰져 있지만 카지노가 주연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한, 그 유명한 카지노회사인 겐팅그룹이 운영하는 크루즈 회사(스타크루즈)가 있는데 여기는 배의 규모는 작지만 도박이 주목적인 까닭에 카지노시설이 좋습니다.

이번에 제가 탄 로열캐리비안 크루즈도 예전에는 관광을 주목적으로 하면서 카지노를 중시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정책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즉 카지노에 몹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죠. 이번 콴텀호도 카지노가 있었는데 테이블이 최소 30개에서 50개까지 돼 보였습니다(VIP존이 따로 있어 정확한 테이블 수는 모르겠습니다). 마카오로 치면 소형카지노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대개 중국사람들이었는데 ‘바글바글’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마치 한국의 강원랜드 같았습니다. 미니멈베팅액도 작게는 10달러에서 100달러가 넘는 테이블까지 다양했습니다.

크루즈 배안의 카지노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공해 상에서 도박이 이뤄지는 까닭에 어느 국가의 국내법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당연히 카지노가 국가에 내는 세금이 없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이죠. 반면 외환관리법에 따라 많은 현찰을 갖고 배에 오를 수 없고, ATM기기에서 찾을 수 있는 금액도 제한돼 있습니다. 마카오에서는 흔한 불법환전이나, 대부업체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크게 노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VIP의 경우 카지노를 운영하는 크루즈 회사가 사전에 따로 초청하는 까닭에 이 과정에서 사전에 미리 크레딧을 받아 거액베팅을 하는 편법이 있습니다. 일종의 라스베이거스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에 중국사람들은 도박을 좋아하고, 중국에서는 카지노가 불법이죠. 여기에 중국인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일반 카지노 자체가 중국의 국경을 따라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국인전용 카지노도 중국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이러니 크루즈 카지노도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워낙에 크루즈 산업이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까닭에 아무나 뛰어들 수 없어서 그렇지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은 일반 카지노의 확산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마카오, 필리핀,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해외원정도박을 나가는 것이 이제 비밀이 아닙니다. 얼마 전 프로야구 삼성 선수들의 마카오 원정도박사건처럼 관련 뉴스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보도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확산되고 있는 크루즈 카지노도 조만간 한국인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 것이 뻔합니다. 당연히 관계 당국에서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단속은 물론, 내국인출입 카지노의 증설이라든가, 혹은 한국 크루즈회사 육성 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 결정적으로 앞서 설명했듯이 카지노를 떠나 건전한 크루즈 여행은 관광산업 차원에서도 더 이상 모른 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컴퍼스·인포가이드코리아 대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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