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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박병호를 품은 미네소타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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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와 연봉 협상을 벌이게 될 박병호


다소 의외의 팀이다. 10일 새벽 (이하 한국시간) MLB.COM은 “박병호의 포스팅 입찰 단독 교섭권을 따낸 팀이 미네소타”라고 보도했다. 박병호는 향후 30일간 미네소타와 계약 조건에 관한 연봉 협상을 벌이게 된다.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다. 미네소타는 박병호 포스팅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팀. 박병호와 같은 1루 포지션에 조 마우어가 버티고 있으며, 지명타자 자리엔 미네소타의 미래로 불리는 미구엘 사노가 올 시즌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1,285만 달러의 포스팅 비용이 빅 마켓으로 보기 힘든 미네소타에겐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임을 감안하면, 분명 교통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올 시즌 미네소타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당초 지구 최하의 후보라는 예상을 깨고 83승 79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랐다. 4년 연속 90패 이상의 사슬을 마감했으며, 시즌 막판까지 와일드카드의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미네소타의 2015

타력
타율 .247 (AL 14위)
홈런 156 (AL 10위)
득점 4.3 (AL 8위)

투수력
선발 평균자책점 4.14 (AL 8위)
불펜 평균자책점 3.95 (AL 10위)

원활한 교통정리만 이뤄진다면, 박병호에게 미네소타는 그리 나쁜 환경은 아니다. 올 시즌 300타석 이상 들어선 9명의 타자 중 2할 7푼대 타자가 한 명도 없었을 만큼, 공격력에서 문제를 지니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OPS 역시 .916의 사노를 제외하면, 0.8이상의 OPS를 기록한 선수도 없었다.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세 명 중 한 명인 토리 헌터는 은퇴를 선언한 상황. 이쯤 되면 미네소타가 박병호 포스팅에 나선 이유는 쉽사리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교통정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크게 두 가지 대안이 있다. 먼저 사노의 외야 전향이다. 이렇게 되면 박병호는 마우어와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번갈아가며 소화할 수 있다. 실제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포스팅 이전부터 사노의 좌익수 전향을 고려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의 수비력이다. 유망주 시절 3루수로 활약한 그는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외야 수비를 맡을 경우 평균 이하인 그의 주력도 고민거리다. 외야와 내야 수비는 다른 면이 있지만, 애당초 수비의 섬세함은 부족한 선수다.

두 번째는 현재 3루수를 맡고 있는 트레버 플루프의 트레이드다. 플루프는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나 큰 것 한 방을 갖추고 있는 선수. 코너 내야수로서 .728의 통산 OPS는 분명 부족한 수치며, 올 시즌엔 리그에서 가장 많은 28개의 병살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서 그는 분명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FA까지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은 미네소타가 당장 플루프를 포기하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1,285만 달러의 포스팅 비용을 감안하면 박병호는 꾸준한 기회를 얻을 것이다. 관건은 결국 포지션의 문제다.

일단 박병호가 꾸준히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존 1루수 조 마우어는 미네소타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지난 2009년 리그 MVP 출신이다. 2011년 시작된 8년간 1억 8,400만 달러의 계약도 아직 세 시즌이나 남아있다.

마우어는 분명 최근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1루수로서 장타력의 부족은 차치하고라도 한 때 리그를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 받은 정교함마저 무뎌지고 있다. 올 시즌 .265의 타율은 2004년 데뷔 후 가장 낮은 기록이며, 데뷔 첫 100개 이상의 삼진을 당했다. 그는 올해 32세 시즌을 보냈다. 전성기가 지날 수 있는 나이지만, 급격한 노쇠화가 진행되는 시점은 결코 아니다. 미네소타는 여전히 마우어의 재기를 바라고 있다.

연평균 2,300만 달러라는 고액 연봉도 걸림돌이다. 미네소타 입장에선 마우어와 같은 고액 연봉자를 지명타자로 돌리기엔 부담이 뒤따른다. 텍사스는 올 시즌 2,400만 달러의 필더를 지명타자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는 필더의 이해가 뒤따른 결과였다. 필더는 올 시즌 스프링캠프 도중 베니스터 감독을 직접 찾아가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지명타자 역할도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손수 구단의 고민을 덜어줬다.

마우어의 1루 수비력이 필더의 그것과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를 지킨 포수 포지션에 비해 경쟁력은 한참 떨어진다. 1루 부문 수비 지표에서도 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숫자를 남겼다. 그렇다고 마우어가 필더와 같이 지명타자 롤을 자원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단지 무릎 부상이라는 뇌관을 갖고 있기에 박병호에게도 1루 수비에 나설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물론 박병호의 시즌 초반 주요 역할은 지명타자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네소타는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팀이다. 야수진에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무엇보다 사노와 벅스턴이라는 슈퍼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발을 디뎌 놓았다. 올 시즌 거둔 기대 이상의 성적이 그들에겐 자양분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몰리터 감독은 빼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성공적인 데뷔 첫 해를 보냈다.

미네소타의 테리 라이언 단장이 박병호 영입에 과감한 투자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연결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의 암흑기를 딛고 본격적으로 200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과연 미네소타의 박병호 영입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팬들의 시선은 내년 시즌을 향하고 있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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