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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와 성(性)] 야구의 추월 아웃과 다발성 요로 결석
얼마 전 한국 야구계에 뜻 깊은 일이 일어났다. 바로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이 개장한 것이다. 최근 메이저 리그에서는 여러 문제로 인해 돔구장이 사라져 가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비가 자주 오고 겨울의 국제 대회를 유치하길 원하는 한국 야구계는 돔구장을 간절히 원해 왔다. 비록 고척 돔구장의 시설과 교통 등으로 인해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많은 야구팬들이 고척 돔구장의 개장에 흥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척 스카이돔 개장을 기념하여 열린 한국과 쿠바의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는 돔구장 개장 경기라는 특성뿐 아니라, 곧 개막하는 프리미어 12 대회의 전초전 성격을 띄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필자는 열렬한 야구팬은 아니지만 돔구장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이 경기를 시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경기를 보던 중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했다. 1,2루에 주자가 나가 있고, 타자가 안타를 친 경우의 이야기이다. 1,2루 주자는 일제히 달리기 시작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1루에 있는 후위 주자는 2루에 있던 선두 주자를 앞지를 수가 없다. 만일 앞질러서 달리면 후위의 주자가 아웃이 된다. 이를 '추월 아웃'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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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것이 마치 요로결석같다.


추월 아웃은 야구팬 모두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규칙이지만, 필자는 직업의 특성상 이 광경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비뇨기과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요로 결석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요로 결석은 콩팥에서 요관을 거쳐 방광에 이르는 소변의 배출로에 생기는 돌이다. 주로 소변이 결정화되고 굳어져서 생긴다. 요로 결석이 소변 길을 막게 되면 상부가 팽창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그런데 요로 결석이 동시에 여러 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를 “다발성 요로 결석”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연히 여러 개의 결석이 생성된 경우, 원래는 하나의 돌이었다가 분리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두 개 이상의 요로 결석이 콩팥에서 방광까지 내려오는 과정은 마치 야구의 주자들이 홈을 향해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스포츠와 달리 신체 현상에는 인공적인 룰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아래의 돌이 뒤바뀌는 경우도 배제하긴 힘들다. 그러나 사람의 요관은 그 직경이 매우 가늘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요로 결석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 뒤따라오는 요로 결석의 배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뇨기과 의사들은 다발성 요로 결석이 있을 경우, 배출로를 열어주기 위해 보통은 먼저 내려오는 돌을 치료하곤 한다. 마치 안타 이후 주자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되 선행과 후위 주자의 순서를 지키듯이 말이다.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면 득점을 하듯, 요로 결석도 보통은 방광까지만 배출시키면 저절로 요도를 통해 빠져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척 스카이돔의 개장과 함께 한국 야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많은 야구팬들은 더 많은 주자가 출루할수록 흥분을 한다. 그러나 요로 결석의 세계는 정반대이다. 가급적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정기적 검진을 받음으로써 요로 결석이라는 주자가 요로에 출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여라도 발생을 하였을 경우에는 요로 결석의 배출 흐름을 잘 파악하여 주치의와 상의 하에 체외충격파 쇄석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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