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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30년 경력의 체대입시 전문가, 조승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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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의 '승진체대입시'의 전용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오른쪽 두 번째가 조승진 원장.


대나무를 잘라 훈련하던 시절, 그는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고등학교 최고기록을 세웠다(1974년). 지금은 없어진 200m 허들에서는 충청남도 신기록을 세웠고, 멀리뛰기에서도 전국대회 메달을 숱하게 땄다. 이렇게 다양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 남자 10종 경기에도 나섰고, 1978년 인천 전국체전에서는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쯤이면 은퇴 후 육상지도자나, 혹은 다른 선후배들처럼 체육교사의 길을 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육상인은 ‘체대입시’라는 생경한 분야에 1세대로 뛰어들었고, 이후 30년 동안 한 우물을 파왔다.

주인공은 조승진 원장(59)이다. 일단 첫 인상이 젊어 보인다. 우리 나이로 육십이지만 외모는 50대 이하이고, 체력은 40대보다 낫다. 지금도 직접 체대입시생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인다. 80년대 초반 학력고사 시절 ‘체력장(만점 20점)’을 지도했고, 1985년부터 잠실에 ‘승진체대입시’라는 간판으로 체대입시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30년 넘게 한결같이 해온 일이다. 이 과정에서 딸은 체대를 나와 임용고시를 거쳐 체육교사가 됐고, 아들도 체대를 다니고 있다.

자식농사가 이렇게 성공적이니 그의 지도능력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해 평균 20명은 체대에 보냈으니 강산이 3번 변할 동안 배출한 제자만 600명이 훌쩍 넘는다. 최고의 전통에, 운동의 깊이와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간단한 부상의 치료를 위해 조 원장은 직접 침술을 배우기까지 했다.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는 요즘 체대입시 시스템이 많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가르치는 일반학원들처럼 체대입시 학원들도 수없이 생겼다가 없어집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강료는 떨어지고, 아이들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보다는 마케팅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진짜 운동을 한 ‘선수’가 아니라 대학생 알바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많죠. 그러니 가장 중요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피해를 보는 겁니다.”

차분하던 조승진 원장은 화제가 체대입시의 현실로 바뀌자 열변을 토했다. 정말 잘 가르치는 운동선수 출신들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고, 상업적으로 체대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쪽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지만 획일화된 프로그램으로는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체대입시에서도 내신과 수능이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죠. 이에 따라 가고자 하는 대학의 레벨이 정해지니까요. 그런데 어차피 마지막 순간에는 학력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결국 당락은 반영률이 50% 수준인 실기로 결정됩니다(20~100%). 그런데 이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기초체력이 80~90%나 차지하는데 이게 하루 이틀 운동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남학생 중에서 처음 오는 학생도 턱걸이를 두세 개는 거뜬히 했는데, 요즘은 아예 하나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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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선수 출신으로 30년 넘게 체대입시 전문가로 일해온 조승진 원장. 최근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의 청소년기초체력센터 소장으로 위쵝됐다.


체대입시학원의 ‘시즌’은 수능 직후부터 다음해 1월말까지다. 일단은 수능준비 등 공부에 전념하다가 실기를 대비하는 것이다. 조 원장은 “공부에 전념한다고 하지만 경험상 운동(실기)을 병행하는 것이 학업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힘든 운동을 통해 공부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르면 고2, 그리고 고3때도 주 1~2회씩 운동을 하는 학생이 입시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승진 원장은 한해 1만 명이 넘는 수험생이 지원하는 체대입시의 왜곡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최근 사단법인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설기관인 청소년기초체력센터(070-7727-2263)의 소장을 맡기로 했다. 선수생활 경험은 물론, 체대입시 30년 노하우를 보다 공적인 환경에서 수험생과 부모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솔직히 저는 홍보나 마케팅 이런 건 잘 몰라요.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제게 한번 배워본 학생들은 좀처럼 학원을 바꾸지 않아요. 학생들의 체형과 신체 능력에 맞는 맞춤형 운동을 시키기 때문이죠. 요즘은 엘리트선수들도 취업 문제로 고심이 많은데 향후 체대입시와 같은 분야에 운동선수 출신이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육상 수영 빙상 등 기초 종목이면 더욱 좋고요. 그렇게 해야 진짜 체육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무너진 공교육에, 부모 허리가 휘는 사교육 공화국. 한국 대입제도가 문제가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체대입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내년이면 환갑인 체대입시 전문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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