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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메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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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의 PS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제이콥 디그롬


변방이라면 변방이었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에 둥지를 틀었지만, 그들에겐 양키스라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었다.

메츠는 1962년 창단 후 올해까지 다섯 번 월드시리즈 진출에 진출했으며, 두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54년 역사에서 올 가을이 8번째 포스트시즌에 불과하다. 모든 팀들이 그렇겠지만, 통산 27차례의 우승에 빛나는 양키스에 비할 바가 못 됐다.

1984년을 시작으로 메츠는 두 번의 100승 이상 시즌 포함 5년 연속 90승 이상을 기록했다.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인 1986년도 이 당시의 기억이다. 하지만 메츠의 최고 전성기였던 1980년대 중, 후반을 제외하면 뉴욕의 주인은 언제나 메츠가 아닌 양키스였다. 2000년, 역대 유일하게 지하철 시리즈로 열린 월드시리즈에서도 메츠는 양키스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메츠 전성기의 시작이었던 1984년은 탐 시버와 함께 팀 프랜차이즈 최고의 투수인 드와이트 구든이 데뷔한 해다. 구든은 그 해 신인왕과 이듬해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메츠의 역사에 있어 터닝 포인트를 선사한 이다. 그리고 2015년. 메츠는 구든의 뒤를 이을 영건들을 앞세워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뉴욕 야구의 르네상스, 주인공은 메츠다.

올 시즌엔 뉴욕의 두 팀 모두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메츠는 15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으며, 양키스는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에서 패했지만 그들에겐 낯설었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고리를 끊어냈다. 메츠와 양키스가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의 일로, 이번이 통산 네 번째에 불과하다. 개막 전만 해도 두 팀 모두 만만찮은 시즌을 보낼 것으로 예상됐었기에, 뉴욕 팬들에게 올 시즌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팀의 미래를 바라보는 두 팀 팬들의 온도차는 뚜렷하게 존재한다. 월드시리즈 진출과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 탈락이라는 가을 야구에서의 명암은, 두 팀의 향후 미래를 고스란히 이야기하고 있다.

양키스의 올 시즌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고,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고액 연봉자들의 노쇠화로 팀의 역동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A-로드와 테세이라는 당초 우려보다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2천만 달러가 넘는 연봉에 걸 맞는 성적은 결코 아니다. 2,300만 달러의 연봉으로 6승에 그친 사바시아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다나카도 일본에서 건너올 때의 기대감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성적이며, 계속해서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7년 계약의 두 번째 해를 보낸 엘스버리의 올 시즌 OPS는 .663에 불과했다.

올해 전력이 고스란히 이어질 양키스의 내년 시즌도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멀 공산이 크다. 팀 페이롤이 가득 찬 상황에서 특급 FA 영입에도 나서기 쉽지 않다. 관건은 내년 시즌 이후다.

양키스는 내년 시즌이 마지막인 테세이라를 시작으로 2년간 A-로드, 사바시아와의 계약이 종료된다. 약 7천만 달러의 한 해 연봉이 빠지게 돼 자금 유동성에서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잔재가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현재 양키스의 구단주는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둘째 아들인 할 스테인브레너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지만 구단 운영의 철학에 있어서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화끈했다. 당장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선수 영입에도 거침이 없었다. 대어급 FA가 시장에 나오면 양키스의 이름은 통과의례처럼 거론됐다. ‘악의 제국’이라는 별칭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반면 할 스타인브레너는 보다 냉정한 편이다. 지난 2008년 11월 부임 이후 그는 컨텐더 수준의 팀을 유지하면서 재정 문제에서도 안정을 찾고자 했다. 최근 다나카, 엘스버리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도 했지만, 상남자 스타일의 아버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현명한 사업가 유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할은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본인과 비슷한 성격의 첫째 아들 행크가 아닌 할을 후계자로 지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봉 빅 3와의 계약이 마무리되고 할의 행보를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돈줄을 풀 것이다. 한 때 사치세를 피하기 위한 189 프로젝트에 매진했던 할 스타인브레너는 분명 노선을 갈아탔다. 연초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양키스다. 돈을 쓰는 일에 대해 두려움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조지 스타인브레너 수준의 화끈한 돈 잔치를 펼치지는 않을 것이 유력하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돈으로 우승을 사는 시대와는 작별을 고했다. 결국 문제는 팜이다. 다행스럽게도 양키스는 한 때 황폐화되다 시피 했던 팜 시스템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당장 올 시즌 레프스나이더, 그레고리 버드, 루이스 서베리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며, 팀 내 최고 포수 유망주 게리 산체스도 짧게나마 빅 리그의 맛을 봤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양키스가 예년의 명성을 되찾아가는 시작점의 시기는 A-로드, 사바시아, 테세이라와의 이별 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에 달려있다. 양키스 팬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시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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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노아 신더가드


하지만 메츠는 다르다. 어느덧 현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형성하고 있는 4명의 투수는 모두 27세 이하 선수들이다. 모두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로, 강력한 구위는 물론 이번 가을 들어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까지 챙기고 있다. 단기전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월드시리즈 상대 팀인 캔자스시티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메츠는 토미 존 수술로 올 시즌을 통째로 날린 잭 휠러가 내년 시즌 돌아올 예정이다. 5명의 투수 모두가 강력한 구위로 무장한 로테이션을 이루는 일은 결코 흔치 않다. 또한 그들 모두는 FA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메츠의 미래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오프 시즌 샌디 앨더슨 단장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휴스턴과 마찬가지로 메츠도 리빌딩 완성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어급 FA 선수 영입을 위한 실탄은 충분한 팀이다.

초점은 공격력 강화에 맞춰질 것이다. 포스트시즌 들어 머피의 활약을 앞세워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마운드에 비해 타선의 힘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세스페데스와 대니얼 머피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겠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헤이워드와 크리스 데이비스 그리고 조브리스트 등 FA 시장에 나오는 대안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졸지에 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존 니스와 딜론 지를 활용한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도 가능하다. FA 영입과 트레이드 모두에서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앨더슨 단장은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올해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지켜 볼 것이며, 마운드가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되면 시즌 후 타선 보강에 나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권 도전의 해를 내년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기회가 찾아 온 셈이다.

메츠와 양키스. 현재 처한 두 팀의 입장은 익숙했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물론 양키스가 급격히 붕괴할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유일한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들의 엇갈린 현재가 그동안의 역사까지 뒤바꿔 놓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분간 뉴욕 야구의 주인은 메츠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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