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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베스트 코스 기행] (1)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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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올드 코스 18번 홀 그린과 마을 풍경.


대학 시절 배낭 여행으로 전 세계를 누빈 경험을 살려, 전 세계 베스트 골프장 탐험을 하고 있는 골프 애호가 백상현 작가의 골프 여행기를 그의 저서 <당신도 라운드 할 수 있는 세계 100대 코스-유럽편>에서 발췌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저자는 해외 명 코스를 직접 부킹하고, 운전해 가서 라운드하고 사진 찍고 소감을 적은 글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편집자주]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올드 코스- 명성과 신비의 골프 발상지
세계에서 가장 전통 있는 골프 코스를 묻는다면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 코스라고 답할 것 같다. 코스는 그 명성과 신비에 걸 맞는 아우라가 있다. 올드 코스 1번 홀 티 박스에 서서, 처음 만난 세 명의 동반자는 물론 수십 명의 갤러리(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티샷 할 때의 두근거리는 가슴은 평생 잊지 못할 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 어떤 코스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묘한 흥분과 압도당하는 느낌을 올드 코스에서 받는다.

올드 코스는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St. Andrews Links)가 보유한 7개 코스 중 가장 오래되었다. 이곳에서는 최소한 15세기부터 골프가 유행했으며 오랜 세월 동안 골프 역사의 수많은 사건과 변화를 목격해왔다. 1754년 이곳에서 결성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클럽 (Society of St. Andrews Golfers)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클럽 가운데 하나이며 오늘날 영국왕립골프클럽 (The Royal &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으로 격상된 후 골프 룰 제정 등 세계 골프계의 주요 심판관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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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존스가 4번의 샷만에 탈출했다는 파3 11번 홀의 그린사이드 벙커.


또한 이곳은 골프 한 라운드가 18홀로 구성되도록 만든 코스이기도 하다. 본래 올드 코스는 세인트 앤드루스 초입의 바닷가 한 모퉁이에서 에덴강 어귀(Eden Estuary)를 향해 11개의 홀이 죽 이어진 형태였다. 동일한 홀을 바깥 방향으로 한 번 플레이하고 다시 똑 같은 홀들을 반대 방향으로 플레이 한 것이다. 총 22홀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중반 처음 4개의 홀을 2개로 통합하면서 왕복 18개홀 플레이로 정착된 것이다. 그후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홀을 나가고 들어오면서 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깨달은 결과, 아웃(Out) 코스와 인(In) 코스의 분리가 시간을 두고 일어났다.

이러한 변천사 때문인지 이 코스에서 처음 라운드하는 골퍼들은 당혹감을 갖는다. 코스가 이상하고 어디로 쳐야할지 헛갈리는 것이다. 오랜 세월 자연에 의해 형성된 코스라서 그런지 극도로 황량하고 거친 느낌에 이것이 정말 제대로 된 코스인가 하는 의아함마저 든다. 또한 원래 하나의 홀을 두 개로 나눴던 과정 때문인지, 하나의 그린을 두 개의 홀이 함께 쓰는 곳이 무려 7군데나 된다. 라운드의 시작과 끝인 1, 9, 17, 18번 홀만 단독 그린을 갖고 있다. 게다가 티박스에서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들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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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캡 1번 파5 14번 홀의 지옥 벙커.


결론적으로 올드 코스에서 처음 플레이하는 골퍼가 캐디를 쓰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지 코스 가이드를 봐도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친 러프 탓에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대부분 찾기도 어렵다. 페어웨이는 어디를 가나 높고 낮은 코스의 언듈레이션 (Undulation)이 그치지 않고 그린은 울퉁불퉁 불규칙하며 그린 잔디도 맨땅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것이 올드 코스만이 갖는 매력의 원천일 것이다. 부자연스러운 듯 하면서도 다음 홀을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 말이다. 또한 18개 홀 구석 구석에 전설적인 골퍼들의 사연이 숨어 있다. 11번홀 그린 앞 벙커에는 그 유명한 바비 존스(Bobby Jones)가 4번의 벙커샷을 했지만 탈출하지 못한 뒤로 볼을 집어들고 골프장을 떠났다는 일화가 있다.

14번 홀에 ‘지옥 벙커 (Hell Bunker)’라 불리는 페어웨이벙커에선 1995년 브리티시오픈 당시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가 3번의 스윙 끝에야 벙커를 탈출했다고 한다. 17번 홀은 ‘로드 홀(Road Hole)’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수많은 선수들이 이 블라인드 홀에서 좌절감을 맛봤다. 홀 오른쪽으로는 올드코스 호텔이 삐죽 나와 있기 때문에 자칫 슬라이스라도 나면 호텔 정원으로 볼을 날릴 수도 있다.

올드 코스에서의 플레이는 18번 홀 페어웨이의 돌로 된 ‘스윌컨 다리(Swilcan Bridge)’에서 기념 사진 한 컷을 찍으면서 마무리 된다. 잭 니클러스를 포함한 전설적인 선수들이 이 다리 앞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고별 인사를 하곤 했다. 이런 재미난 얘기는 캐디를 통해서야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올드 코스에서 라운드 하려면 비용이 좀 들더라도 반드시 캐디를 고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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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홀 페어웨이에 놓인 스윌컨 다리.


사실 올드 코스는 매 홀의 타깃을 제대로 알고 피해야 할 해저드의 위치만 잘 파악하면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거리도 긴 편이 아니고 잘만 하면 굴려서 온 그린 시키기도 쉽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 골프가 어떻게 플레이 되었을지 상상할 수 있는 코스가 바로 올드 코스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골프는 원래 ‘굴려서 올리는’ 게임이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골프 코스 설계의 추세 역시 ‘띄워서 떨어뜨리는’ 공중 게임에서 ‘굴려서 올리는’ 재미를 강조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올드 코스를 경험해 보면 왜 그러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과 글= 백상현(골프 여행가)]

■ 세인트앤드루스링크스 올드코스 정보
St Andrews Links-Old Course
홈페이지: www.standrews.org.uk
예약 이메일: reservations@standrews.org.uk
예약 전화번호: +44-1334-46718(전일 예약은 466666)
예약 관련 정보: 주중만 예약 가능
그린피(2014년 기준): 성수기 160파운드, 비수기 77~112파운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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