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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의 주간 브리핑] 3쿼터의 명과 암, 오리온의 두 번째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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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마커스 블레이클리는 '언더사이즈 빅맨'의 좋은 예다.


3쿼터의 명과 암, 지난주 승부 갈랐다


흔히 농구에서 승부를 가르는 시기는 4쿼터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유독 3쿼터에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많았는데요. 이는 올시즌 2라운드부터 도입된 ‘외국선수 2명 출전’ 제도에 울고 웃는 팀이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입니다. 외국선수가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KBL의 특성상, 둘 중 한 명이 부상당한 팀은 3쿼터에서 고전을 면하기 힘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193cm의 신장제한 기준을 적용받는 단신 선수에 있어서도 ‘테크니션형 가드’보다는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이른바 ‘언더사이즈 빅맨’이 두각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3쿼터 장신 빅맨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한 명만 출전할 수 있는 나머지 시간에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데요. 모비스의 커스버트 빅터나 kt의 마커스 블레이클리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오리온의 조 잭슨이나 SK의 드워릭 스펜서처럼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테크니션들도 있지만, 결국 이런 유형의 선수들은 3쿼터에 발생할 미스매치를 극복해야할 뿐만 아니라, 걸출한 토종 빅맨이 없다면 나머지 쿼터에는 벤치를 지켜야 한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맙니다.

게임 리딩은 보통 토종 가드가 담당하고, 외곽 공격 역시 토종 슈터들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데 비해 외국선수의 포스트 플레이는 확실히 토종선수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과거에도 결국 대권을 차지했던 팀들은 대부분 무게감 있는 포스트맨을 외국선수로 보유한 팀이었죠.

외국선수 출전을 둘러싼 변수들은 리그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더구나 4라운드부터는 2명 출전 쿼터가 2,3쿼터로 확대되는데요. 부상 방지와 장-단신 선수 간 조합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겠습니다.

[막간 관전평] 오리온의 두 번째 패배, 역시 ‘3쿼터 변수’였나

지난 24일 선두 오리온은 안방에서 KCC에 일격을 당하며 올 시즌 두 번째 패배를 떠안았습니다. 파죽지세 7연승 행진도 이날 패배와 함께 마감됐죠. 이날 역시 승부는 3쿼터에 뒤집혔는데요. 언뜻 보면 에밋-포웰의 외국선수 조합이 헤인즈-잭슨과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한 게 승부를 갈랐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승진이라는 높이가 더해진 KCC 앞에 애런 헤인즈의 파트너는 신장 180cm에 불과한 조 잭슨이었으니, 이는 마치 오리온의 약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이날 경기는 KCC의 높이에 오리온이 무릎을 꿇었다기보다는, 헤인즈가 포웰과의 신경전에서 말렸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하승진의 체력은 풀타임 경기를 지배할 정도가 아닙니다. 게다가 이승현의 힘은 하승진을 막기에 부족함이 없죠. 더구나 올시즌에는 심판 판정이 몸싸움에 상당히 관대해졌습니다. 이는 하승진을 더욱 힘들게 하죠. 물론 중요한 순간마다 하승진이 포스트에서 중심을 잘 잡아준 것도 이날 KCC의 승인 중 하나겠지만, 승부의 중심은 분명 포웰과 헤인즈 간 팽팽한 자존심 대결에 있었습니다.

KBL을 대표하는 두 외국선수의 자존심 싸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각각 전자랜드(포웰), SK(헤인즈)에 몸담고 있을 때도 유독 둘은 서로에게 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날도 2쿼터부터 마치 자신이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듯 ‘장군 멍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결국 좀 더 경기가 풀리지 않은 헤인즈가 3쿼터 막판 파울트러블에 걸리면서 포웰은 판정승을 거뒀고, 오리온 역시 이때부터 맥이 풀리고 말았습니다. 토종 선수 못지않은 친근감이 느껴지는 두 선수의 맞대결, 앞으로 남은 네 차례의 맞대결에서도 두고두고 지켜볼 만하겠죠.

■ 10월 4주 UP & DOWN

UP! kt 블레이클리, ‘효자 노릇 톡톡’…동부도 ‘두-허 콤비’ 살아나니 2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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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민-허웅 듀오의 컨디션은 팀 성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동부의 문제가 비단 김주성 공백 때문만은 아닌 이유다.


지난 주 3경기를 치른 kt는 비록 수요일 인삼공사에게 일격을 당했지만(80-83 패), 이후 두 경기를 내리 잡으며 기분 좋게 주말을 마무리했습니다. 상대였던 SK, 전자랜드 모두 주축 외국선수들의 부상으로 신음하던 찰나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는데요. 192.5cm의 신장에 다부진 몸을 가진 블레이클리는 최근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는 빅맨 코트니 심스 옆에서 kt농구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플레이도 곧잘 하면서 기동력, 영리한 센스까지 갖춘 모습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죠. kt 토종선수들 역시 블레이클리의 영리한 플레이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더군요. 앞서 언급한 대로 ‘언더사이즈 빅맨’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죠.

김주성을 그리워하던 동부도 모처럼 2연승을 달렸습니다. 누차 말씀드렸던 대로 두경민-허웅 듀오의 컨디션과 팀 성적이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 젊은 백코트진은 20일 KCC전에서 31점을, 25일 SK전에서 27점을 합작하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습니다. 반면 동부가 패했던 지난 18일 LG전에서는 둘이 12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죠. 이는 동부의 문제가 비단 김주성 공백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물론 김주성이 돌아오면 동부의 공격 옵션은 더 다양해지고 수비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올시즌 동부는 두경민-허웅의 활약 없이는 좋은 성적을 담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25일 첫 선을 보인 웬델 맥키네스는 득점은 5점에 그쳤지만 15분간 리바운드 8개를 걷어내는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김영만 감독 역시 가드 라샤드 제임스를 보내고 결국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택한 셈인데요. 동부의 다음 주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DOWN.. ‘돌아와요 빅맨’ SK, 삼성

각각 3연패, 2연패에 빠진 두 팀 모두 빅맨 때문에 울상입니다. 허리를 다친 데이비드 사이먼은 당분간의 공백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이먼 없이 치른 지난주 2경기, SK의 3쿼터는 너무도 무기력했습니다. 막강 포워드라인을 구축하고 있어도 결국 사이먼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죠. 문경은 감독은 당초 전자랜드가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던 제이비어 깁슨(27 207cm)을 일시대체선수로 가승인 신청했습니다. 스펜서의 활약이 괜찮은 상황에서 사이먼의 공백 기간을 깁슨이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SK의 전반기 성적을 결정할 듯싶네요.

삼성은 김준일의 부상이 뼈아픈 상황입니다. 무릎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김준일은 팀 전력에서 이탈할 상황까진 아니어도, 골밑에서 100% 활약을 보여주기엔 버거운 상태로 보입니다. 최근 출전시간은 계속 줄어 24일 인삼공사 전에서는 15분(6득점)을 소화하는 데 그쳤는데요. 올시즌을 앞두고 대폭 선수단 개편을 통해 대권에 도전하려던 이상민 감독의 구상은 이대로라면 크게 엇나가게 됩니다. 김준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판을 짜려면 특히 수비에서 준비된 로테이션이 필요합니다. 송창무가 김준일의 빈자리를 100% 메우기는 어렵다고 보면 약속된 디펜스는 더더욱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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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의 연패는 김준일 공백 탓이 크다. 김준일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10월 5주, 이 경기를 주목하라

# 30일 삼성 vs KCC (19시, 잠실실내)


올시즌은 여러모로 중위권 다툼이 볼만할 것입니다. 항상 ‘하승진 딜레마’를 안고 있는 KCC에겐 전태풍이 얼마나 경기를 원활하게 운영하느냐가 과제로 남습니다. 24일 오리온 전에서는 김태술도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날의 활약도 기대가 되네요. 역시 ‘김준일 딜레마’를 안고 있는 삼성은 들쭉날쭉한 외곽 공격에 숨통이 터야 게임을 편하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 11월 1일 동부 vs 전자랜드 (14시, 원주)

전자랜드는 안드레 스미스의 공백을 허버트 힐(31 203cm)로 메울 심산입니다. 전자랜드 팬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죠. 과거에도 인상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던 선수인 만큼 로드 벤슨과의 맞대결이 기대가 되네요. 두경민-허웅과 전자랜드 조직력의 맞대결도 관전포인트입니다. [김유택 SPOTV 해설위원]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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