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강 이북의 최고 주먹’ 방영길 씨 24일 별세
이미지중앙

고 방영길 씨의 영정 사진.


원로 복싱인 겸 ‘큰 주먹’으로 유명했던 방영길 씨(72)가 지난 24일 별세했다.

복싱계에 따르면 방 씨는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췌장암 판정을 받았고, 5개월 간 항암치료를 받다가 24일 운명했다. 고희를 넘긴 나이지만 워낙 건강했던 까닭에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가족은 물론, 복싱계 및 주먹세계의 선후배들이 많이 놀랐고, 빈소가 마련된 고려대 안암병원에는 긴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발인은 26일이고, 화장된 유골는 서울 양재동의 추모원에 안치된다.

1943년 생으로 경동고등학교를 나온 방영길 씨는 주먹세계에서 유명했다. 5.16쿠데타 이후 김두한 시라소니 이정재 낙화유수(김태련) 이화룡 임화수 유지광 등 1세대가 물러나자, 고인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서울을 장악한 ‘신상사파’의 거물로 이름을 날렸다. 신상사파는 보스 신상현(83)에 이어 ‘넘버2’ 구달웅(75) 씨가 조직을 장악했는데, 방 씨는 구달웅 씨의 최측근으로 ‘조직’의 주요일을 책임졌다.

1975년 1월 그 유명한 조양은의 명동 사보이호텔 습격사건 때 방 씨는 마침 다른 곳으로 볼일을 보러 갔다가 화를 면하기도 했다. 방 씨는 사건 후 조양은 등 무교동파의 주범들을 잡으러 다녔고, 3년 후 조창조 씨가 신상현 씨에게 사과를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방영길 씨는 1987년 호남주먹의 대부 이승완 씨가 주도한 건달들의 정치단체인 호청련(호국청년연합회)에 몸을 담았고, 죽기 전까지도 큰 주먹들의 모임인 ‘일우회’ 회장을 맡았다. 주먹계에서는 지금까지도 ‘한강 이북의 최대 실력자’로 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중앙

25일 고 방영길 씨의 빈소를 찾은 전 '신상사파'의 보스 신상현 씨(오른쪽).


복싱계에서는 선수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스포츠와 주먹세계의 경계가 불분명했던 시절에 젊음을 보낸 까닭이다. 하지만 1960년대 이름을 떨쳤던 허버트 강, 김현 등의 트레이너로 빅매치에서 세컨을 보기도 했고, 1988년에는 성북구 삼선동에서 정도권투체육관을 열어 미들급 한국챔피언을 지낸 김종명을 키워내는 등 10년여 동안 선수육성에 열정을 태웠다. 170cm의 키에 100kg이 넘는 당당한 체구로 혈압을 잴 수 없을 정도로 팔이 굵었다고 한다.

방영길 씨의 한 후배는 “젊은 시절 완력이 대단했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아 최근까지도 서울 최대 조직에서 가장 큰 형님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갑작스런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에는 25일 신상현, 구달웅 등 전설적인 주먹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 거물정치인들이 직접 조문을 와 눈길을 끌었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