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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은의 독이 든 사과] 풍선효과 떠올리는 삼성 원정도박
‘도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불법’, ‘중독’, ‘사회악’ 등의 단어를 섞어가면서 답변을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도박은 척결되어야 할 대상이며 악으로 분류되는 단어다. 신정환, 탁재훈, 이수근 등의 인기 연예인들이 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장기간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한국에서 도박의 뉴앙스는 얼마나 나쁜지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게임에 이슈가 몰리긴 했지만 신의진 의원이 제시했던 ‘4대 중독법’에도 도박은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바닥에 낙엽이 푹신히 쌓여가고 있는 10월 말, 한국야구 최고의 축제는 단연 포스트시즌이다. 정규리그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높게 쳐주는 야구의 특성상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최근 야구팬들의 관심은 포스트시즌이 아닌 다른 곳에 가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 3명이 해외 원정도박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미 야구팬들은 세 선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질타 또한 엄청나다. ‘임의탈퇴’, ‘영구제명’ 등의 단어를 통해 삼성구단과 KBO의 강력한 징계를 원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 세 선수는 강력한 징계를 받게 될 것이다(이미 한국시리즈 명단에서는 제외). 여기에는 불운이 좀 겹치기도 했다. 최근 한국스포츠가 불법도박(혹은 경기조작)과 관련해 시름하면서 그에 대한 인식도 더 폐쇄적인 상태다. 농구에서는 전창진 감독을 시작으로 김선형, 오세근, 안재욱 등이 도박 관련 불법행위로 조사를 받았거나 진행 중이다. 이미 프로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한국정서상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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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야구단이 소속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삼성 선수들은 과연 대다수의 팬들의 마음처럼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일까? 필자의 대답은 ‘Yes and No’다. 우선 죄를 지은 것만은 분명하다. 삼성 선수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할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벌받아 마땅하다. 최소한 ‘도박’은 사회악이라는 현재의 법 안에서 그들은 죄인이다. 아무리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법 앞에서는 모두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실질적으로 도박 자체가 죄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사실 다툼의 여지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도박에 대해서 안 좋은 시선이 많다. 아마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도박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나라일 수도 있다. 법원 판결도 애매하다. 똑같이 고스톱을 쳐도, 재산 및 소득 규모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린다. 역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는 마이클 조던은 도박을 통해 수천만 달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바클리 역시 자신이 ‘도박 중독’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법적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여전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요즘 유행어로 ‘리스펙(respect)’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였으면 진즉에 영구제명이 되었을 것이다. 미국시장에서는 이들에 대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비난할 이유는 없던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재산을 존중하는 이데올로기다. 자신이 소유한 돈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물론 매춘 등의 범죄에 사용되는 것은 당연히 불허다). 도박도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도박에 대한 법은 자본주의 논리에 어긋난다. 도박도 기본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한 것이다. 도박에 중독이 되어 돈을 잃든 아니면 따든 간에 그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 자신이 지어야 될 짐인 것이지 법이 지나치게 간섭할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도박은 매춘과 함께 ‘풍선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라고 한다. 강력한 징계로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면 이미 ‘도박꾼’들은 모두 사라졌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속이 강력할수록 음지의 영역이 커진다. 현재 국내에서 합법 카지노는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한도가 지나치게 낮다(일반인 30만 원, VIP전용라운지 약 5,000만 원). 세계적인 카지노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마카오(VIP 상한선 약 3억 원)와 비교하면 머쓱해지는 금액이다. 그러다 보니 삼성 선수 3명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더욱 어두운 세계로 향하고 있다. 마냥 채찍질을 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선에서 양성화를 유도하는 것을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포가이드코리아 대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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