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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KPGA 차기 회장,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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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의 미래를 결정할 차기 회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KPGA 코리안 투어의 경기 장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차기 회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협회 창립 후 처음으로 대의원 투표로 치러진다. 차기 회장 선거일은 다음 주 이사회를 통해서 결정될 예정인데 11월 말이 유력하다. 차기 회장은 대의원 201명 중 과반수 이상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대의원 선발은 이미 끝났는데, 역대 회장 등 당연직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의원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최근 몇 달 사이 몇몇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선수 출신도 있었고 기업인 출신도 있었다. 회원들이 한 목소리로 영입을 희망했던 풍산그룹 류진 회장은 협회장을 맡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2015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류진 회장은 외곽에서 협회 발전을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원들이 류진 회장을 원한 이유는 남자 골프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비전을 제시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떠도는 유력 출마후보는 최상호 프로다. 본인 스스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박삼구 회장 시절 수석 부회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최 프로에 대해 회원들 사이에선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분위기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선수 출신은 투어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을 한다. 그들은 “선수 출신인 황성하 회장이 지난 3년간 투어를 얼마나 위축시켰나"를 문제로 삼는다. 또 선수 출신이 회장을 맡을 경우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소리도 한다.

하지만 유력 기업인이라고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건 아니다. 재벌 회장이 협회를 이끌어도 단 시간 내에 투어를 활성화시키긴 어렵다.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장기적인 발전까지 보장해줄 수는 없다. 그런 환상을 버려야 한다. 갈수록 기업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재벌들의 인맥으로 대회를 창설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순진한 발상이다. 무한경쟁시대에 투자 대비 효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헛돈을 쓸 기업은 없다. 박삼구 회장 재임기간에도 회장사에서 개최하던 대회가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중단됐던 게 좋은 예다.

차기 회장이 선수 출신이든 기업인 출신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분오열된 회원들을 통합할 능력이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뛸 수 있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협회장을 맡아도 회원들의 통합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개혁의 동력은 만들어질 수 없다. 미래를 위한 마스터 플랜은 ‘통합’이란 기반 위에서 나올 수 있다. 회원들로부터 존경받고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인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해 젊은 선수들은 이번엔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운영에 무관심했을 때 얼마나 나쁜 결과를 만들어 냈는 지를 지난 3년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협회 집행부의 전횡을 방치했을 때 자신들의 일터인 투어가 망가진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부모들의 모임인 학부모회의 150여 회원들도 이번엔 가만 있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자각(自覺)이 향후 협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란 점이다.

프로야구는 야구인들의 힘으로 오늘날의 인기를 만들어냈다. 국내 프로야구는 롯데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1995년 사상 처음으로 500만 관중을 돌파한 뒤 쇠락의 길에 접어들어 관중수가 300만 대로 급감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야구인들이 단결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를 제패하면서 국민들의 사랑을 되찾았다. KPGA가 벤치마킹해야 할 성공사례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따르기 마련이다. 구걸하듯 투어 활성화란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 기업인을 갈망하기보다는 골프인 스스로 투어의 인기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전제가 있어야 투어 활성화를 이끌어 낼 적임자를 영입할 수 있다. 결코 선수 출신이냐 기업인 출신이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수동적인 태도는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고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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