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저니맨 야구상담소] (2) ‘쪼당’을 풀다
Q. 제 아들은 고등학교 투수입니다. 중학교 때에는 지역 내에서 굉장히 촉망받는 선수였고, 주변의 여러 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죠. 그런데 현재 고2인 아들의 성적은 변변치 못한 정도가 아니라 팀에서 쫓겨날 지경입니다. 마운드에서 공을 제대로 던지지를 못해요. 그러니 경기에서 공을 던질 기회도 얻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고등학생 야구선수 A군 아버지, 이후 직접 아들을 데리고 저니맨사관학교를 찾아왔다)

이미지중앙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A군의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보입니다. 스포츠에 있어서 기술력과 정신력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에 올랐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의 정신력도 겸비해야 합니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기술력과 정신력 중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타이밍인지 놓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A군도 그런 사례라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만나본 아드님의 첫 인상은 체격조건도 좋고 훈련태도도 성실한 친구, 묵묵히 야구만을 생각하는 성실한 야구모범생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아드님은 저희들끼리 얘기하는 ‘쪼당’에 걸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지역마다 ‘쪼당 걸렸다’ 혹은 ‘쪼다리 증후군’ 등으로 달리 부르는데 공식적인 용어는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입니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선수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증세입니다.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 승패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클 때에 드러나는 현상입니다. 심할 경우에는 마운드에서 공을 아예 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신은 완벽하게 실전투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마운드에 공을 꽂아버리거나, 손에서 공을 놓지 못하는 경우까지 나오죠.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스티브 블래스가 제일 처음 이 증세를 겪었고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은퇴까지 했습니다. 2000년 약관의 나이에 11승 7패 방어율 3.50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좌완 파이어볼러 릭 엔키엘 이라는 선수도 이 증후군으로 인해 2005년 타자로 전향했죠. 두산의 홍성흔 선수도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이 얘기를 했었는데요. 포수였던 그도 이 증후군으로 인해 공을 투수나 2루로 던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지명타자로 전향을 했습니다. 저도 ‘쪼당’에 걸려봤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야구를 시작한 걸 극복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탓이었죠. 그래서 아드님과 아버님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게 위탁교육을 받기로 결정한 아드님에게 제가 내린 해결법은 ‘대화를 통한 자신감 찾기’였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수 놀란 라이언은 ‘투수는 어깨로 공을 던지지 않는다. 가슴으로 던진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타고난 강한 어깨보다 공에 대한 믿음을 더 중요시했던 것이죠. 특히 투수는 마운드에서 팀의 운명을 홀로 책임지는 포지션이기에 자신감의 중요성이 더욱 큽니다. 실제로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도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없다면 그 공을 던질 수 없고,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만한 자신감이 있는 투수들은 능력 이상의 공도 충분히 던집니다. 아쉽게도 A군은 전자에 속했었죠.

지금까지 아드님은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시간을 보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A군의 감독님을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눠보니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기량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이다. 더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팀 스포츠 특성상 한 선수에게만 매달려 관리를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러지 못했다”라고 했습니다. 원래 과묵한 성격인 A군은 투구 폼에 대한 스트레스와 저조한 성적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로 말수가 더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죠.

이미지중앙

아이들과 함께하는 훈련모습(사진속 학생은 A군이 아닙니다.)


저와 사관학교 코치진은 A군의 족쇄를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열고 압박감을 털어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고 육체적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정신력을 배가시키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A군에게 더 많은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의미했으니까요. 정신력 훈련을 통해 A군은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본인의 투구폼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그것이 실전 투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요. 정신적인 무장이 갖추고 난 뒤 공을 던지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왜 공을 그렇게 던져야 하는지, 그렇게 던지기 위해서는 어떤 움직임이 자연스러운지, 부가적으로 자신의 신체적 능력과 상황에서 어떻게 훈련을 해야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상담 이후

A군은 위탁교육 기간이 끝난 뒤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A군이 처음 왔을 때 자신의 투구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10%로 본다면, 다행스럽게도 3개월의 위탁교육 기간이 끝날 때에는 80%이상의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돌아갔습니다. 요즘 A군은 고교 야구부 감독님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쪼당에 걸려 야구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당당히 기회를 얻은 상황이 된 것이죠. A군의 위탁교육 기간은 끝났지만 사관학교는 A군과 지금도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상황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와 사관학교는 A군이 꿈을 이루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3개월간의 위탁교육으로 모든 것을 깨우치고 단번에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에 야구라는 스포츠는 그렇게 녹록치가 않습니다. 게다가 프로팀 입단의 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좁은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눈앞에 보이는 작은 결과에만 연연하지 말고 ‘프로선수가 되는 기나긴 과정 속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하나씩 성취해가는 그 과정에 충실하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그 긴 과정가운데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도 전하고 싶네요. ‘이만하면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게 되니까요. 땀방울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최익성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대표] (정리= 차원석 기자@Notimeover)

*상담신청
카카오톡 아이디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
홈페이지 http://journeyman.foredu.kr www.journeyman.co.kr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realjourneyman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j_m33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