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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새로운 가을 사나이의 등장, 대니얼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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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타로부터 홈런을 때려내는 대니얼 머피 (사진=뉴욕 메츠 트위터)


대니얼 머피(30)는 이번 포스트시즌 첫 6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상대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존 레스터로, 커쇼에게는 두 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19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 ‘설마’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상대 에이스들을 연달아 격파해 온 머피는 1회말 제이크 아리에타의 공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아리에타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머피는 리그 사이영상 후보 1-2-3순위를 상대로 모두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그야말로 머피의 가을이다. 올 정규시즌 538타석 동안 기록한 홈런이 14개였던 머피는 포스트시즌 29타석 만에 5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38.4타석 당 1개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5.8타석 당 1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의 14홈런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일 정도로 머피는 큰 것 한방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대신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기반이 된 갭 파워를 지니고 있어 다수의 2루타를 뽑아내는 중으로, 지난 4년간 기록한 153개의 2루타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5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실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기록한 5개의 홈런은 큰 포물선을 그리기 보다는 대부분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로 담장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 데뷔 첫 올스타로 선정되며 주가를 올렸던 그는 올 시즌 초 부침을 겪어야 했다. 햄스트링 부상의 여파로 첫 18경기 타율이 .145에 그쳤으며, 4월의 마지막 날 타율 역시 .198에 머물렀다. 머피는 변화를 시도했다. 4월 말 케빈 롱 타격 코치와의 상의 끝에 타석의 위치를 홈플레이트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머피가 타석의 위치를 바꾼 데에는 몸 쪽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홈 플레이트에 다가갈수록 바깥쪽 코스의 커버 범위는 넓어지는 대신 몸 쪽 공략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집중해 온 머피는 파워에 도움이 되는 테이크 백 동작을 거의 하지 않는 타자다. 배트가 나오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서 간결한 타격 폼으로 홈런 보단 정확도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이다. 그는 테이크 백을 하지 않는 본인의 타격 폼이 홈플레이트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더라도 충분히 상대의 몸 쪽 공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머피의 타율이 상승한 시점은 그가 타석의 위치를 바꾼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5월 .330의 월간 타율로 이내 2할 7푼대로 타율을 끌어올린 그는, 시즌 중반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음에도 결국 본인의 통산 타율과 거의 비슷한 .281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실제 이날 경기 이전 때려낸 포스트시즌 4개의 홈런 모두는 몸 쪽과 가운데에 몰린 공을 잡아당겨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담장을 넘긴 공들이었다. 또한 이날 아리에타의 커브를 제외하면 모두 패스트볼 계열의 빠른 공들이었다. 결코 홈런을 노린 스윙이 아니었다. 머피는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홈런은 노린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특히 머피와 같은 갭 파워에 중점을 두는 타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흔히 말하는 홈런의 영양가도 만점이다. 5개의 홈런 중 세 개가 동점 상황에서 나온 결승 홈런이었으며, 이날 나온 홈런도 1-0에서 3-0으로 달아나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아울러 5개의 포스트시즌 홈런은 메츠 역사상 단일 포스트시즌 홈런 신기록이며, 메츠의 통산 포스트시즌 홈런 순위에서도 마이크 피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머피는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고 있으며, 메츠는 그가 타점을 올린 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 중이다. 머피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타율 .357 5홈런 7타점. 라이트와 세스페데스가 포스트시즌에서 각각 .087, .214의 타율로 부진에 빠진 상황이기에, 메츠로선 중심타선을 지탱해주는 그의 활약이 더욱 반갑기만 하다.

당연히 메츠의 포스트시즌이 길어질수록 그의 홈런페이스는 떨어질 것이다. 야구가 이야기하는 숫자는 결국 표본이 쌓일수록 평균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동안 단 3개의 삼진만을 당했으며, 29번의 타석에서 8번의 헛스윙만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트에 맞아나간 타구의 운명은 타자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신 공을 어떻게, 얼마나 때려내느냐는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다. 7경기에서 기록한 3개의 삼진과 8번의 헛스윙. 5개의 홈런보다 현재 머피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숫자들이다. 앞으로 머피가 때려낸 타구들이 담장을 넘어가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나, 그의 가을은 계속해서 뜨거울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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